11월, 가을 끝자락에 고운 빛깔을 자랑하는 단풍은 처음부터 아름답지 않았다. 그 고운 빛깔의 단풍은 여름철 고행을 견딘 자연의 작품이다. 한여름 따가운 햇살을 받으며 만든 영양분으로 나무를 키워내고 장마와 태풍, 모진 폭풍우를 이겨내며 여기까지 왔다. 단풍의 운명은 이제 겨울을 견뎌야 할 나무를 위해 스스로 지는 일뿐이다.

붉고 노란 단풍의 색깔은 스스로가 살아온 생의 흔적이다. 혼신을 다해 살아온 것들은 저마다의 색깔을 가진다. 단풍이 그렇듯 누렇게 익어 고개 숙인 나락이 그렇고, 지기 직전의 붉은 노을이 그렇다. 시인 장석주는 대추 한 알을 보며 아름다움을 이렇게 읊었다.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 없다/저 안에 태풍 몇 개/저 안에 천둥 몇 개/저 안에 번개 몇 개가 들어서서/붉게 익히는 것일 게다

우수한 생태자원 종합 학습장

온 산을 수놓은 붉고 노란 단풍을 보며 그 아름다움에 감탄하는 우리들. 우리의 한 생애를 떠올려보자. 그래야 진짜 단풍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 당장 아름답지 않은 것들이여, 슬퍼하지 마시라. 단풍처럼 당신을 아름답게 해줄 생애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두 그루의 거대한 나무 기둥을 그대로 쓴 불갑산 일주문을 지나 조금 걷다보면 우측으로 ‘영광산림박물관’이 있다. 기와를 올린 전통 방식의 건축물로 숲과 생태를 테마로 한 총 4개의 전시실로 구성되어 있다. 이곳은 불갑사 관광지구 내 우수한 생태자원 종합 학습장이다.

건축비 42억원(국비 50%, 군비 50%)을 들여 5,601m²부지에 지상 1층, 지하 2층으로 2015년 9월 8일 개관했다. 제1전시실은 산림의 생성 및 생태계에 끼친 영향 등 산림의 전박적인 이해를 도모하기 위한 공간으로 영광 산림의 특징과 자연형태를 재구성했다.

제2전시실은 영광 산림의 생태와 관련된 내용을 전달하고 조형적 요소와 다채로운 전시구성으로 숲을 걸으며 관람하는 느낌을 연출했다. 제3전시실은 불갑산 호랑이를 소개하고, 영광 산림의 생태속에 살고 있는 동물과 관련된 내용을 전달하고자 구분별 생태보고를 지상층과 지하층으로 구분했다. 제4전시실은 목공예, 식·약용식물 등의 시청각 자료를 통해 직접적인 정보를 전달하고 다양한 실물전시와 체험시설들로 구성, 관람객들의 호기심을 유발한다.

2019년 기준 연 45,915명이 방문(일 평균 148명)했으며 상사화 축제 기간이 있는 9월에 방문객의 37%(17,151명)가 집중되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견학하기 좋은 곳

영광산림박물관은 우리 지역 특성을 살린 콘텐츠 강화로 만족도 및 홍보효과를 기대, 특화 이미지를 만들어 관광객이 다시 찾고 싶은 박물관으로 발전하고 있다.

관람 코스는 숲·자연·산림에 대한 내용과 동·식물 코스로 이어진다. 영광군 자생 식물 뿐 아니라 전국의 여러 식물을 만날 수 있어 아이들과 함께 견학하기 좋은 곳이다. 개관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휴관일은 월요일, 1월1일, 설날 전후(3일)이다.

늦가을 바람에 정처 없이 흘러 불갑산 단풍구경을 오게 됐다면 잠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내면을 살펴볼 수 있는 천년 고찰 불갑사에 들러보자. 코로나19로 복잡하고 무거웠던 마음의 짐을 잠시 내려놓고 아이들과 함께 영광산림박물관을 들려보길 추천한다.

위치 : 전라남도 영광군 불갑면 불갑사로 450

유창수 기자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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