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나주박물관에서 열리는 ‘신령스러운 빛, 영광’전시회에 다녀왔습니다. 지난달 20일 개관했으니 딱 한 달 만입니다. 개관 소식을 들을 때는 어찌나 반갑든지 금방이라도 가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헌데 이 핑계 저 핑계로 차일피일하다 한 달이 지나버렸습니다. 고향 영광에 미안한 마음 금치 못합니다. 실은 지난 월요일 갔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어서 헛걸음을 했지요.

수십 년 전 국립광주박물관을 둘러본 적이 있습니다. 그 모습을 떠올리며 갔는데 훨씬 크고 많은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나주시 반남면에 위치한 국립 나주박물관은 위치 자체가 박물관이더군요. 반남은 마한의 고분군이 있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손질이 잘 된 고분들과 2차선을 사이에 두고 들어앉았으니 박물관으로서는 이보다 명당이 어디 있겠습니까?

영광의 오랜 속살을 들여다보는 시간여행은 그다지 길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만난 모든 사람과 유물들은 아직도 숨을 쉬고 있는 것 같아 좋았습니다. 반가웠습니다. 오늘의 우리는 수천 년 세월을 이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허투루 살고 있는 삶에 대한 성찰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수천 년 후에 우리의 삶을 들여다 볼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역사를 써내려야 한다는 각성(?)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수은 강항 선생을 만나면서 나라를 생각지 않을 수 없고, 박중빈 대종사의 유품들은 아직 살아계시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이을호 선생의 만년필에서 싶은 유혹을 느꼈고, 공옥진의 북과 징은 선생의 모습을 다시 보는 것 같아 반가왔습니다. 말로만 듣고 사진으로만 보던 안중식의 ‘영광풍경’은 많은 생각을 낳았습니다.

안중식의 ‘영광풍경’ 속의 집들이 누구의 집일까를 생각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눈에 담았습니다. 누구의 집일 것이라 짐작되는 집들이 있었습니다. 영광에 있어야 마땅한 작품을 삼성 가의 ‘라움’미술관이 소장하게 된 과정이 궁금했습니다. 그림 속 영광에는 시기적으로 일본식 집들이 있었을 법 한데 왜 보이지 않는지, 정밀 일본식 집들은 없었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들었습니다.

이같은 소중한 작품이 왜, 어떻게 영광이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작품이 됐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아렸습니다. 후손들에게 이같은 아픔을 남기지 않기 위해 주기적으로 ‘영광풍경’을 남기면 어떨까요. 소중한 영광의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는 전시회를 마련한 영광 백수 출신 은화수 국립 나주박물관장과 김준성 군수에게 감사드립니다. 학생들과 어르신들이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니 박수를 보냅니다.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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