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편집위원장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누군가, 아니면 둘 모두가 회복 불가능한 결과가 예감된다.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를 연상케 한다. 개인 간의 싸움이라면 국민들이 무슨 걱정이랴. 두 사람의 갈등이 나라를 흔들고 있어 문제다. 상식적으로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은 분명 상하관계다. 업무의 특수성이 있어 상하관계를 따지는 것이 무의미하다 해도 이처럼 대놓고 싸우는 모습은 전례를 찾을 수가 없다.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은 나라를 뒤흔들고 국론을 분열시킬 만큼 극단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국가나 국민에게 폐해다. 법적으로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은 사실 무의미하다. 법은 귀에 걸면 귀걸이요 코에 걸면 코걸이라고 했다. 법의 속성이다. 그런데 장관과 총장이 법리를 다툰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르던 국민을 피곤하게 한다. 국민을 피곤하게 한다는 말을 달리하면 ‘민폐’다. 갈등을 오랜 시간 끌어가며 민폐를 끼치는 것 자체가 범죄다.

둘의 다툼이 나라를 흔들고 있다. 국민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더 이상 시간을 끄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이제 누가 옳고 그른가는 문제가 아니다. 국민 여론을 갈라놓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다. 두 사람 모두 대통령으로부터 임명 받은 공직자다. 공직자는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한다. 국민을 편하게, 이롭게 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런데 자신의 명예와 권리만 우선시 하는 싸움질에 세월 가는 줄 모르고 있다. 공직자의 자세가 아니다.

두 사람이 어떤 주장을 하건 이제 더 이상 들을 가치가 없다. 국민을 피곤하게 한 죄를 물어야 한다.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둘 중 하나, 혹은 둘 모두를 바꿔야 한다. 통치권은 법보다 한 차원 높은 것이다.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하루빨리 정리를 하는 것이 옳다. 늦었다고 할 때가 빠른 때란 말이 있다. 엇나가는 두 사람을 방치, 국민을 더 이상 피곤하게 해서는 안 된다. 국민들이 참는데도 한계가 있다. 시간을 끌수록 비난은 대통령을 향하게 돼있다 윤 총장과 야당이 노리는 ‘꼼수’다.

검사들이 조직적으로 총장의 편을 들고 있다. 집단이기주의가 어른거린다. 누구건 검찰에 걸리면 재미없다는 대국민 선전포고로 비친다. 수사와 기소에 관한 모든 권력이 검찰에 있는 ‘이 좋은 세상’을 포기할 검사는 없을 것이니 당연한 현상이다. 당장 검사직을 떠나도 ‘검찰에 잘 먹히는 변호사’가 될 테니 무슨 걱정이 있겠는가. 자리 지키려 법무부 장관 손을 들었다간 후유증이 심각할 것이고….

어떤 형태로든 추-윤 갈등도 금명간 끝난다. 둘 다 상처를 입을 것은 분명하다. 예단컨대 윤 총장의 상처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추 장관은 정치판에서 단련됐다. 3보1배도 해봤다. 낙선의 고배도 마셔봤다. 오랜 세월 쌓인 내공은 고수급이다. 정치인으로 돌아가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윤 총장은 옷을 벗으면 정치판 매운맛을 봐야할 것이다. 하루아침에 스타로 떠오른 안철수도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그가 가야할 길은 안철수의 그것보다 쉽지 않을 것이다.

옷을 벗은 윤 총장이 야당인 국민의 힘에서 대선주자로 환영받을까? 현재의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 결과만큼 윤 총장의 정치적 미래가 밝을 것으로 예상하는 정당이나 정치인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물론 대선주자로 예우하지도 않을 것이다. 자신을 발탁한 정권과 대립각을 세운 그를 꽃가마에 태울 정당도 없을 것이다. 처가 관련 사건에 발목을 잡힐 가능성도 적잖을 것이란 시각도 만만치 않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제 더 이상 윤 총장 사태를 방치하지 않을 것이다. 방치해서도 안 된다. 어떤 식으로든 사태를 마무리하는 수순으로 들어갈 것이다. 자진사퇴를 종용할 명분을 마련하고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을 것이다. 연말연시가 그 분수령이다. ‘윤 총장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대한민국이 나라다운 나라라면.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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