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편집위원장

수십 년간 구독해온 중앙 일간지를 끊기로 ‘결심’ 했다. 실은 지난 해 조국 전 법무장관 일가를 털 때부터 고민했다. 하지만 질긴 인연의 끈을 끊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더 이상 참고 봐주기가 너무 힘들다. 40여 년 인연을 잘라내는데 1년여의 시간이 필요했다. 40여 년간 사랑한 사람과 헤어지는 심경이다. 참을 만큼 참았다. 다시 찾지는 않을 생각이다. 하지만 몹시 보고 싶을 것이다.

내가 사랑한 신문은 탄핵당한 정치 세력의 재기에 사활을 건 모습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진보 정권과는 도저히 공존할 수 없다는 태도다. 주필에서 일선 기자에 이르기 까지 한 목소리다. 탄핵당한 세력 다시 세우기에 ‘올인’하고 있다. 독자들 모두를 탄핵 세력의 동조자로 만들기 위해 그 많은 지면을 아끼지 않는다. 다시 보수 정권을 세우기 위해 수단방법 가리지 않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내가 사랑한 신문만 그런 것은 아니다. 오랜 역사와 최대 발행 부수를 자랑하는 신문들이 한결같은 보도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들 모두는 보수정권에 빌붙어 성장을 거듭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를 찬양하며 ‘언론재벌’로 성장했다. 그 세월은 그들의 체질을 ‘보수’로 만들었다. 박정희에 대들던 동아일보마저 변신, 조·중·동 카르텔이 형성됐다. 이명박이 허가한 종합편성 채널(종편)들도 같은 길을 가고 있다.

떳떳치 못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주류 언론’으로 자리매김 했다. 문제는 그들의 의도가 뻔히 보이는데도 국민 여론 형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국민들이 매일 그들의 주장만 듣고 보고 있으니 당연한 현상이다. 그들은 진보 성향 인사들에 대해서는 작은 흠집도 반복해서 떠들어 댄다. 대단한 ‘이슈’로 만들어 낸다. ‘조국 사태’가 대표적이다. 역사적인 사건인 박근혜 탄핵은 마지못해 ‘팩트’만 보도한 것과 대조적이다.

소위 주류 언론은 ‘조국 사건’을 시작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을 헐뜯고 비난하는 기사로 도배하고 있다. 박근혜 탄핵 관련 기사보다 훨씬 오랜 기간, 훨씬 많은 기사들을 생산하고 있다. 그 중심에 윤석열 검찰총장이 있다. 무너진 보수를 윤석열을 통해 다시 세우겠다는 속내를 숨기지도 않는다. 유승민에게 ‘배신자’의 굴레를 씌워 왕따 시킨 당이다. 문 대통령의 ‘배신자’가 된 윤 총장을 대선 주자로 내세운다? 코미디다.

윤 총장은 국정감사에서 “국민에 봉사하겠다”고 말했다. 자신이 대선 주자로 거론되고 여론조사에서도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오는 것이 싫지 않다는 속내를 보인 것이다. 국민의 힘이 밀어주면 대선 출마도 마다하지 않을 인물이다. 진보 정권이 발탁한 인사가 보수 정당의 대선 후보로 나선다? 국민의 힘이 비록 몰락한 정당이지만 나름대로 무게감 있는 정치인들이 적잖다. 후보가 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 물론 퇴임 후 공수처 신세를 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탄핵 당한 박근혜는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이다. 당명을 바꿨지만 박근혜를 ‘모시던’ 사람들 상당수가 아직 살아있다. 김무성·원희룡·오세훈·유승민이 차기 대선 후보에 나설 것이 분명하다. 물론 홍준표도 입당해 나설 것이다. 정치 초년생 윤석열을 떠받칠 세력은 없다. 물론 무게감과 당선 가능성이 큰 후보도 보이지 않는다. 탄핵의 멍에를 벗지 못한 국민의 힘의 딜레마다. 보수 언론도 이같은 야당의 현실을 알고 있다. 윤석열을 띄우는 이유다.

이 나라 대표적 보수 언론은 모두 영욕의 역사를 안고 있다. 자랑스러운 과거와 부끄러운 현실로 요약할 수 있다. 모두 보수정권의 협조(?)하에 경제적 기반은 탄탄하게 다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정권의 눈치 보지 않아도 국민이 지켜주는 언론을 보고 싶다. 신문다운 신문, 방송 다운 방송이다. 내가 보지 않고는 못 배기는 신문, 듣고 보지 않으면 안 되는 방송을 기다린다. 언론 발전은 민주주의 발전과 비례한다는데···.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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