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광용 한국외대 강사

지난 1월 8일(금), 서울은 영하 18.6도를 기록하며, 1980년 이후 두 번째로 낮은 역대급 한파가 왔다. 비교적 따뜻한 남쪽에 위치한 영광 또한 영하 10도를 웃돌고 광주는 영하 13도를 기록하고 있다. 언론은 이렇게 살을 에는 찬바람을 북극한파로 부르고 있다. 단순히 북극처럼 추워서 북극한파가 아니라 실제 북극의 차가운 공기가 한반도를 덮치고 있기 때문이다.

북극한파의 원인은 북극지역 찬 공기의 소용돌이가 수일~수십 일 주기로 강약을 되풀이하는 북극진동 탓이다. 특히, 지구온난화로 인해 북극의 기온이 올라가는 고온현상이 발생하면,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북극의 찬 공기가 곧바로 남쪽으로 내려와 한파가 발생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것을 음의 북극진동이라 부른다고 한다. 기상청은 이러한 음의 북극진동 현상이 1월 중순까지 이어질 것으로 관측해, 북극한파의 고통이 1주일은 더 갈 것으로 보인다.

북극한파의 진정한 원인이 지구온난화, 바로 기후위기라는 것이다. 북극의 이상기온 현상은 인류의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지구온난화에 기인한다. 이러한 지구온난화에 따른 북극한파 등 다양한 기후위기·재난은 어떻게 얼마나 심각하고 파괴적으로 나타날지 예측할 수 없다. 그것이 기후위기를 넘어 기후비상사태라고 부르는 이유다.

그렇기에 이번 북극한파를 계기로 기후위기에 대한 국민여론의 위기의식을 높였으면 한다. 더 나아가 미온적 수준의 문재인 정부 한국판 그린뉴딜 목표 및 추진과제가 수정·보완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은 2050년 탄소중립 선언한 것은 환영할 만하나, 중단기적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2025년까지 7.5%, 신재생에너지 비중 제고 목표는 2034년 25.8%에 그쳐 너무나 미온적이다. 현 정부는 한국판 뉴딜 몫으로 지역에 보조금 나눠주며 적당히 시늉만 하다 지난한 기후대응 과업을 다음 정부에 오히려 미루는 꼴이다.

이 정도 수준 중단기 계획으로는 2050년 탄소중립은 물론, 과학자들이 경고하는 1.5도 사수는 택도 없다. 세계 7위 온실가스배출국(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2017년 기준), 세계 59위 최하위권 기후변화 대응지수(CCPI, 2020년 기준) 등 기후악당국가의 오명도 벗어나기 어렵다. 세계 자원연구소(the World Resources Institute)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의 가장 큰 주범은 주로 1)에너지(석탄화력발전), 2)교통(화석연료차), 3)건물에너지, 4)축산·농업, 5)철강 및 화학·시멘트 분야로 나타났다.

이에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다음의 3가지의 목표 및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2050년 탄소중립 선언 못지않게 당장 향후 10년 목표 및 과업을 세우고 강력하게 이행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그것은 무엇보다 2030년 탄소배출 절반 감축이다. 여기에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40%, 석탄화력발전 단계적 폐지가 명시되어야 한다. 둘째, 탄소기반 회색경제에서 탈탄소 그린경제로 대전환이다.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①재생에너지혁명, ②그린도시·교통혁명(내연기관차 판매금지, 전기차 전환, 건물RE100, 그린리모델링 등), ③녹색산업혁명, ④분배혁명 등 4가지 혁명을 제안한다. 셋째, 기후위기 대처는 무엇보다 성장과 더불어 불평등 해결도 함께 이루어져야 함을 천명해야 한다.

고광용 한국외대 강사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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