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21.2.23 화 23:27
상단여백
HOME 기획특집
[칠산 바다 조기] “황금 같은 내 조기, 칠산 앞바다로 돈 실러 가자”
유창수 기자 | 승인 2021.02.02 15:14 |

법성포 앞바다에는 「칠산삼봉(七山三峰)」으로 일컫는 칠뫼와 3개의 큰 봉우리가 있다. 흔히 ‘칠산 바다’로 부른다. 낙월면에 속하는 칠산 바다는 칠산을 중심으로 위로는 부안 위도, 아래로는 신안 비안도까지의 바다를 말한다. 이곳은 수온이 조기의 산란에 알맞고 서해의 황토물이 바다를 정화시켜, 매년 3월에서 5월 사이 조기 무리가 올라와 알을 낳는 곳이다.

제주-추자도-흑산도-칠산 바다에서 산란-연평도-황해도-평북 대화도 회유

참조기는 머릿속에 수평을 유지하는 작은 돌 같은 머리뼈가 두 개 들어 있어 석수어(石首魚)로도 부른다. 조선 시대 지리지에도 석수어로 기록되어 있다. 현재는 참조기와 수입조기를 구분하는 기준으로 참조기 머리 위 다이아몬드 무늬를 보고 판단하기도 한다. 조기는 중국 상해 동남쪽과 제주 남서쪽 모래 바다 속에서 겨울을 보내다가 날씨가 풀리는 2월에 제주 추자도와 신안 흑산도를 걸쳐 서해를 따라 북상하며, 3~4월(곡우사리)에 칠산바다에서 산란 한다.

이후 4~5월(소만사리)에 연평도 앞바다에 어장을 이루어 성장하며, 6월 경(파송사리)에는 황해도 등산이와 구월이 앞바다, 그리고 평안북도 대화도까지 올라가 서해의 깊은 바다에서 지낸다. 찬바람이 부는 늦가을 10월(막사리)에 다시 월동 장소로 회유한다.

법성면 구산리에 철쭉이 피는 계절에 조기는 부레를 오므렸다 펴기를 반복하며 민어처럼 ‘꾸~욱, 꾹’ 개구리 소리를 내며 산란 한다. 어부들은 대나무 통을 넣어 이 소리를 듣고 참조기 떼를 찾는다. 이로 인해 “황금 같은 내 조기, 칠산 앞바다로 돈 실러 가자”는 노랫말처럼 많은 사람이 모여 조기를 잡고, 화려한 파시와 이를 따라 온 사람들로 불야성을 이루었다.

하지만 칠산 앞바다에 모래가 쌓이고, 1960년대 이후부터 상업화와 더불어 참조기를 남쪽 해역에서 쌍끌이나 팔랑개비로 남획했다. 칠산 앞바다로 올라오기 전에 남쪽에서 모두 잡았다. 그래서 조기를 보기가 쉽지 않아 지금은 음력 11월부터 다음해 2월에 동중국해나 추자도 인근 바다에서 잡힌 조기를 법성포에서 말려 굴비를 생산하고 있다.

바다 시장

땅에는 어염의 이익이 넉넉하고

비린 바람이 해문에 닿고

외로운 성이 포구에 내려다보며

작은 선박은 들어오며 조류를 남기고

대나무가 어둡게 걸린 어시이며

꽃향기 나고 술을 파는 마을이네

사람들은 갈가마귀 그림자를 쫓아 흩어지니

닮과 개는 황혼을 짖네.

-김시습(1435-1493)

만기요람(萬機要覽)

조선후기 문신 서영보·심상규 등이 왕명으로 재정과 군정에 관한 내용을 수록한 행정서이다. 이 책은 「재용편(財用篇)」과 「군정편(軍政篇)」으로 되어 있다. 18세기 후반기부터 19세기 초에 이르는 조선왕조의 재정과 군정에 관한 내용들이 집약되어 있다. 펼친 면에는 왕대비전(王大妃殿)에 보내는 공물 품목 중에 석어(石魚)가 포함되어 있다.

청구요람(靑邱要覽)

밀물이 들어오면 지나다니지 못하고, 물이 빠지면 수로의 중앙이 강(江)처럼 변한다. 석수어(石首魚)·청어(靑魚)가 나오기 시작하면, 어선(漁船)들이 모여든다.

파리 없는 법성포의 ‘오사리’가 으뜸

영광 굴비의 명성은 법성포에서 시작된다. 조기 중에서도 최고로 치는 것은 참조기를 법성포의 바닷바람을 맞아가며 소금으로 제 살을 성숙시킨 굴비가 으뜸이다. 칠산 앞바다의 조기 어장과 염산면의 소금 그리고 해풍과 햇볕, 파리가 없는 법성포의 기후 등 3요소가 최고의 굴비를 탄생시킨다. 특히 음력 3월부터 4월 초에 잡는 조기는 ‘오사리조기’라 하여 길이 20cm가 넘고 산란기가 되어 살이 기름지고 배에 알을 가득 품고 있어서 서해안 참조기 중에서도 으뜸이었다.

조기는 무리를 지어 다니는 고기로 살도 연해 보관이 중요했다. 때문에 소금물로 씻어 3일 동안 절인다. 이후 섶장간 또는 섶간이라 해서 아가미를 중심으로 소금을 뿌려 간을 하며, 조기를 짚으로 엮는다. 엮는 수량 중 큰 것은 5마리 씩 묶어 ‘오가’라 부르며, 작은 것은 20마리 씩 묶어 두릅 또는 장대라 부른다. 소금이 고루 베이도록 가마니를 깔고 그 위에 조기-소금-조기순으로 층층이 쌓고 맨 위에 다른 가마니를 덮어 돌로 눌러 묶는다. 다시 3일간 절인 뒤 걸대에 걸어 놓고 약 2주일간 햇빛에 말린다. 이처럼 염장하여 만든 굴비를 물굴비라고 부른다.

보릿고개에 부자들이 먹는 보리굴비

반면에 햇볕과 자연풍에 바짝 말린 마른 굴비를 보리 단지에 보관한 것을 보리굴비로 부른다. 보리굴비는 보리가 굴비의 기름기를 빨아들여 더 담백하고 맛있다. 여름에 부자들이 보릿고개에 먹는 것으로 최고급의 맛으로 통했다. ‘고추장 굴비’는 말린 굴비를 찢어서 잘 삭은 고추장에 버무린 장아찌로 먹기 직전에 매실액을 넣어서 섞은 ‘고추장 굴비 장아찌’이다.

굴비는 딸을 왕비로 들여 권세를 누렸던 이자겸(李資謙, ?~1126)이 정주(지금의 법성포)로 귀양을 와서 맛본 굴비를 왕에게도 진상하고, 자칫 용서를 빌거나 아부하는 뜻으로 비쳐질까 싶어 ‘굽히지 않겠다’는 뜻을 담아 ‘굴비’(屈非)라고 써서 올렸다는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조기를 말리면 구부러지는데 이 모습을 보고 구부러진 조기라는 의미로 ‘구비’(仇非)로 부른 것이 굴비로 변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유창수 기자  news@ygweekly.com

<저작권자 © 영광군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영광군민신문 소개광고안내구독신청기사제보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주)영광미디어 영광군 영광읍 중앙로 19  |  대표전화 : 061-352-0120  |  팩스 : 061-351-9401
등록번호 : 전남, 다00359   |  등록일 : 2015.11.23   |  발행인 : 조민상  |  편집인 : 조일근  |  청소년보호책임자 : 조일근
Copyright © 2021 영광군민신문.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