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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故事成語] 가도벌괵(假道伐虢) <243>[해석] 재능이 있으면 뽐내고 싶어서 몸이 근질거린다
이경일 회사원(대한시멘트) | 승인 2021.02.23 16:47 |
이경일 회사원

재주를 가지고 있으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드러내게 된다는 고사다. 남보다 뛰어난 재주를 보유하고 있으면 드러내고 싶은 마음이 가려움을 참는 것 보다 더 힘들 정도로 어렵다고 한다. 전국시대 말기 연(燕)나라에 고점리(高漸離)는 축(筑)의 명수였다. 당시 최고의 협객으로 지칭되는 형가(荊軻)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고점리의 축타는 것을 보고 반해 평생지기가 되기로 약속한다.

두 사람은 항상 함께 어울려 술을 마셨고 축을 타면서 노래 부르며 즐겼다. 그러다가 형가가 연나라 태자로 있던 단(丹)의 부탁을 받게 된다. 진나라 시황제(始皇帝)를 암살하라는 명령이 형가에게 떨어진 것이다. 형가는 고점리와 작별하고 시황제를 암살하려 진나라에 들어갔으나 실패하여 죽고 말았다.

당시 국력이 제일 강했던 진나라에서는 연나라 태자는 물론 형가와 관련된 모든 사람을 추적하게 되었다. 그러자 고점리도 자유로울 수 없어 이름을 바꾸고 남의 집 머슴살이를 하면서 은둔자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산골 오지 송자(宋子)에 숨어살았다. 깊은 산속에서 너무 오랫동안 살다보니 외롭고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래도 숨어사는 신세라 한탄만하고 살아가는데 어느 날 그런 오지에 손님이 찾아왔다.

그 손님이 축을 타는데 그 소리를 들은 고점리는 간섭을 하고 싶어 참을 수가 없었다. 연주소리에 잘된 부분과 미숙한 부분을 금방 알아들을 수 있어 평하기에 이른다. 고점리의 평가를 들은 하인이 주인에게 보고하기를 고점리가 축에 대해 잘 알고 있으니 한번 연주를 권해보라고 부탁한다. 즉시 주인은 고점리를 불러 축을 연주해보라고 말하자 사양하지 않고 연주하기 시작한다. 축을 한번 연주하기 시작하자 고점리의 신분이 바로 드러났다.

다시 그동안 감추어 두었던 축과 의복을 꺼내어 옛 실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듣고 있던 사람들은 감탄을 하며 술과 안주를 권한다. 그 후로는 주인이 고점리를 머슴으로 여기지 않고 상객으로 대우하면서 가끔 축을 연주하게 했는데 축을 연주할 때마다 울지 않는 이가 없었다.

이 소식은 머지않아 진시황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그런데 고점리를 암살 사건에 관련된 형가와 지기임을 아는 사람이 있었다. 그러나 그의 축 타는 실력이 너무 아까워 죽이지 않고 눈을 멀게 만들어 시황제 옆에서 늘 축을 연주하게 했다.

진시황도 고점리의 축 연주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으며 가깝게 지냈다. 가까워진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고점리는 자기를 알아주었던 친구 형가 생각에 진시황을 살해하려고 마음먹고 하루는 납덩이를 축 속에 감추고 들어갔다.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진시황과 가까이서 연주를 하며 시기를 보아 갑자기 진황을 향해 납덩이가 든 축으로 사정없이 내리쳤으나 앞이 보이지 않아 실패로 돌아갔다. 진시황은 죽음 콤플렉스가 있었다. 그래서 그의 축 솜씨를 아까워하면서도 주살(誅殺)하고 말았다.

이 이야기는 전국시대 일이지만 후한 말에 응소(應邵)가 편찬한 《풍속통의》에 나온다. 고점리가 참지 못하고 결국은 자신의 재주를 드러낸다는 기양(技痒)이란 말에서 ‘불각기양’이 유래되었다. 고사 자체는 《사기(史記)》 〈자객열전〉에 나오는데 거기에서는 지음(知音)만 나오고 ‘불각기양’으로는 나오지 않는다. 인간은 누구나 남보다 기능이 우수하면 나서려고한다. 불각기양은 내가 남보다 뛰어나면 참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이경일 회사원(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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