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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남의 인재육성 칼럼] 마스크를 벗은 후 어떤 미래를 원하는가!
김종남 前 광주일보 편집국장(언론인) | 승인 2021.02.23 17:08 |
김종남 前 광주일보 편집국장

작년 이맘때 서울 사는 의사 친구에게 물어보았다. “언제쯤 코로나 사태가 잠잠해지겠는가?” 확진자수가 하루 한 자리 숫자로 늘어나던 때였다. 친구는 ‘6개월쯤 지나면 가닥이 잡히지 않겠느냐’ 짐작했다. 당시로는 길게 잡은 짐작이었다. 그러나 6개월 아니 1년이 지난 지금도 터널 끝이 보이지 않는다. 짐작으로 가늠하기 어려운 큰 병이다. 백신접종이나 집단면역으로 끝날 일이 아닌지 모른다. 또 다른 터널이 나타날지 모른다.

세계 석학들은 이번 코로나 사태 근본원인을 ‘대형화, 대량화, 성장일변도만 외치던 자본주의 현대문명이 일으킨 지구온난화, 생태계 붕괴’라고 본다. 과욕으로 과음·과식·과로하던 인류가 큰 병에 걸린 셈이다. 이번 사태가 ‘자연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 인류에게 자연이 내린 징벌’이라면 이번 기회에 인류가 근본 병인을 뿌리 뽑지 않는 한 또 다른 병이 생겨날 것은 당연지사다. 과욕으로 병고를 치른 병자가 과욕을 내려놓지 않는다면 병이 떨어질리 없다.

희망대로 올 연말쯤 집단면역이 생겨 마스크를 벗게 되는 날을 가상해본다. 이제 병상에서 몸을 일으킨 인류가 과욕을 내려놓는 방안은 무얼까. 춘추전국시대 노자가 내놓은 극약처방, ‘소국과민(小國寡民 ; 나라를 작게 하고 국민을 적게 하라)’이 해법인가! 역설적으로 인류는 코로나 위협을 받고서 <도덕경> 80장 일부를 강제 실천하고 있다. 마스크를 쓰고서 과음 과식 할 수 없듯, 인류는 욕망을 줄일 수밖에 없다.

“이웃나라가 서로 바라보고, 닭과 개의 소리가 서로 들려도, 대중들은 늙어죽도록, 서로 오락가락 않으리. (隣國相望, 鷄犬之聲相聞, 民至老死, 不相往來 ; 도덕경 80장 마지막대목 / 양회석 주해).” 지난해 일본은 도쿄 올림픽을 1년 연기했다. 올해 무관중으로 치르려고 안간힘 쓰지만 그마저 힘들다. 한국은 지난 추석에 이어 이번 설명절도 고향방문대신 영상성묘하고 화상세배 한다. 서비스 세계 제일 인천공항도 승객감소로 올해 5천억 원 결손이 예상된다.

일본식당에선 지금 묵식(默食)이 유행이다. 홀로 음식 먹기에 이어 말 않고 먹기다. 한국 어느 목사님은 ‘마스크 쓰기’를 ‘내말 적게 하고 남의 말 많이 들어라’는 계시로 여긴다. 그렇게 설교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5인 이상 모임금지다. 홀로 지내야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날마다 강연으로 전국을 순회하던 어느 스타강사는 코로나덕분에 여유가 생겼다고 말한다. 책 읽고 글 쓰며 내면세계를 탐색하는데 그 여유를 쓴단다.

“비록 배와 수레가 있어도 그걸 탈 곳이 없게 하라 (雖有舟輿 無所乘之)” 마치 마술주문 같은 절제의 극치, 이상사회가 갑자기 신기루처럼 아른거린다. ‘과민(寡民 ; 국민을 적게 하라)’은 코로나가 오기 전 부터 피할 수 없는 대세였다. 한국은 인구 데드크로스를 예상보다 9년이나 빨리 지난해 만났다. 일본은 한국보다 여러 면에서 몇 년 앞서 미래를 겪고 있는 나라다. 일본의 사상가 우치다 다쓰루(71)는 몇 년 전 이미 “인구감소는 팩트다. ‘축소사회(자급자족을 기반으로 한 작은 공동체 형식의 사회)’를 준비하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역사는 사상가나 석학들 주장과 다른 방향으로 흐르기 십상이다. 전쟁으로 날을 새던 춘추전국시대는 ‘부국강병’을 내세운 강대국 진나라를 낳았다. 마스크를 벗은 후, 인류는 어떤 방향을 선택할 것인가. 코로나19라는 강력한 강제력이 사라진 후 나라가 ‘소국과민’을, 사회가 ‘축소사회’를 선택할까. 정작 문제는 나라나 사회가 아니다. 대안도 없이 당장 살아남아야할 국민 개개인이다. 우리는 마스크 없이 과식 과음을 절제할 수 있을까. 과욕을 줄일 수 있을까.

어제는 도서관에서 톨스토이 단편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를 읽었다. 오늘은 ‘푸른길’을 걸으며 스마트폰으로 송창식노래 <푸르른 날>을 듣는다. 도서관과 스마트폰은 홀로 시간 지내는데 가장 귀중한 동반자다. ‘글쓰기’도 있다. 이젠 의사친구에게 ‘마스크를 언제 벗게 될지’ 묻지 않는다.

김종남 前 광주일보 편집국장(언론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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