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사업도 하지 않는 사람이 부자로 사는 경우가 적잖습니다. 대부분 부동산에 일찍 눈을 뜬 사람들입니다. 부동산 바람은 산업화와 함께 왔습니다. 60년대 말에 시작, 70년대 들어서면서 ‘바람’이 됐습니다. 집을 지어 팔면 돈이 불어났습니다. ‘집 장사’가 유행이었지요. 유산 등으로 유휴자금이 있는 젊은 월급쟁이들도 공휴일 나들이를 ‘땅’ 보러 다니는 것으로 대신 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부동산 바람은 50년이 지나도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토착화 돼 1 년 내내, 전국적으로 불고 있습니다. “서울 가서 집장사로 돈 벌었다더라.” “농투성이가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돼, 자가용 타고 룸살롱 다니다 간이 부어 일찍 죽었다더라.” “부부는 이혼하고 자녀들은 재산 싸움하느라 콩가루 집안이 됐다더라.” 등 부동산 ‘졸부’들에 얽힌 소설 같은 얘기들도 흔히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부동산’은 서민들이 부자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길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복덕방’은 자격증이 필요한 ‘중개사’로 격상되고 대학에 부동산 학과가 신설됐습니다. 부동산 활동이 바람직하게 전개되어 부동산과 인간과의 관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학문이랍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은 ‘쩐의 전쟁터’가 돼버렸습니다. 부동산에 관심이 없는 보통사람들은 평생 가난을 면치 못하는 세상이 돼버렸습니다.

개발정보를 이용한 LH공사 임직원들의 땅 투기가 정국을 강타하고 있습니다. 야당이 민주당 정권의 실정이라며 공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서울과 부산 시장 보궐선거 판에서 여당을 공격하는 주 무기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LH공사 간부직원 2명이 자살하고 여론조사에서 앞서가던 박영선 서울시장 민주당 후보가 큰 타격을 입고 있답니다. ‘철저한 수사’와 국토교통부 장관 경질 등 책임 있는 조치를 신속하게 진행하고 있으나 야당은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이 사태는 과연 현 정권의 실정이 원인일까요? 냉정히 따져보면 보편화된 부동산 열풍이 주범입니다. 오늘의 한국에서 부자로 사는 사람 중 부동산 투기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고 단언합니다. 부자는 야당 정치인과 야당 지지자들이 더 많습니다. 이 비극적 사태를 빚은 책임이 과연 어디에, 누구에게 있을까요. 현 정부가 LH공사 임직원들에게 투기를 조장했을까요? 개발 정보를 이용하는 ‘노하우’와 그것을 이용해 부자가 된 경험은 여당보다 야당이 훨씬 많을 것입니다.

물론 현 정권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합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을 투기판으로 만든 책임은 집권 기간이 긴 야당이 훨씬 큰 것이 사실입니다. 개발 정보를 이용한 투기로 부자가 된 사람들도 대부분 그들과 그 주변 사람들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투기가 국정과제가 된 만큼 여·야 정치권과 학계, 업계 등 관계자들을 망라한 기구 발족을 제안합니다. 부동산 도박판이 된 대한민국을 바로잡기 위하여.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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