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편집위원장

영광유통이 대형 사고를 쳤다. 지난 1월 벼를 매입하기 위해 10억7천만 원을 지급하고도 벼는 단 한 톨도 받지 못했다. 작은 이익에 집착하다 큰돈을 날릴 위기다. 영광유통은 충남 예산의 미곡처리장(RPC)과 계약했다. 하지만 영광유통이 인수할 것으로 알았던 벼는 RPC 소유가 아니었다. 계약 소식이 알려지자 수매대금을 3개월이나 못 받은 현지 농민들이 반출을 막아 인도를 받지 못했다.

민간 경비회사 등을 통해 벼 보전조치를 하는 등 행정기관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벼는 결국 주인들에게 돌아가 버렸다. 인수에 나선 영광유통은 결국 닭 쫓던 개 신세가 돼버렸다. 영광유통 측은 해당 RPC가 농민들에게 벼 매입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한다. 현재 대금 회수를 위해 민·형사 소송과 가압류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부도 상태에 빠진 상대방으로부터 대금을 회수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현지 농민들이 불법반출 했다고 주장하며 민사소송도 진행한다고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다. 대금을 받지 못한 농민들이 벼를 도로 찾아간 것이 본질이다. 과장이 어쨌든 거래 상대의 신용도를 따져보지도 않은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대금을 한꺼번에 지급한 것도 이해할 수 없다. 통상 10%의 계약금을 지급하고 인수하면서 잔금을 치르는 관행을 무시하고 덜컥 전액을 송금한 까닭이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거래 상대는 이미 파산 상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상대의 신용도 확인조차 하지 않은 상황에서 관행을 무시한 계약과 대금 지급 과정이 납득할 수 없다. 개인회사도 아니고, 농특산물 판매를 통해 농어가 소득을 올리기 위해 설립된 회사가 이같이 허술하게 운영되고 있었다니 이해할 수 없다. 역사가 12년이나 되는 회사치고는 어리석기 짝이 없다. 실무자에서 책임자 모두가 주인의식 없이 월급만 받고 있었다는 의심을 피할 여지가 없다.

영광유통은 영광군이 46.4%, 영광농협이 26%의 지분을 갖고 있다. 영광군이 대주주이며 대표 선임도 군에서 하는 구조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인사관리와 부실한 운영 책임에서 영광군과 영광농협도 자유로울 수 없다. 책임감을 갖고 수습에 나서기 바란다. 공금은 주인 없는 돈이 아니다. 군민과 조합원이 주인이다. 반드시 민·형사상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특히 영광유통 경영진에게 구상권 청구도 검토돼야 할 것이다.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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