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무산에서 본 영광읍 전경

성(姓)은 혈족관계를 표시하기 위하여 제정된 것으로 그것이 언제부터 시작하였는지에 대한 정확한 근거는 아직은 알 수 없다. 인류사회가 시작되는 선사시대부터 이러한 관념은 가지고 있었다고 본다. 인류사회는 혈연에서 출발하여 혈연중심으로 발전하기도 하고 쇠락하기도 하였기 때문에 선사시대부터 씨족에 대한 관념이 매우 강했다. 자기 조상을 숭배하고 동족의 명예를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그리고 각 씨족은 다른 씨족과의 구별을 위해 각기 명칭이 있었을 것이며, 그 명칭은 인류가 문자를 사용한 뒤에 성으로 표현했다.

동양에 있어 처음으로 문자화된 성을 사용한 것은 한자가 나온 뒤부터이다. 처음에는 그들이 거주하는 지명이나 산 또는 강 등의 이름으로 성을 삼았다. 그리고 성자 자체가 여성에서 나온 것은 모계혈연을 중심으로 모여 사는 모계사회가 나타났다가 뒤에 부계사회로 전환되었다는 의견을 낳기도 한다. 모계든 부계든 원시사회는 조상이 같은 사람들이 집단을 이루어 살았다. 우리의 성은 모두 한자를 사용하고 있으므로 문자를 사용한 뒤부터 성씨가 정립되기 시작하였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성씨의 기원은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일반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고려시대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성씨에 대한 논고는 1920년 후반부터 족보와 친족의 연구가 다양하게 전개되어 왔는데, 성씨의 유래에 대하여 일반적인 견해로는 중국의 영향을 받아 우리의 정서와 실정에 맞는 형태로 변형시켜 사용해 왔다고 전하고 있다.

성과 본관이 등장한 시기는 신라 말기 이후부터인데, 고려 태조가 전국에 산재한 호적들을 아우르기 위해 성(姓)과 본관(本管)을 분정(分定)한 것에서 출발한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 그 시기를 달리하는 견해도 있다.

고문헌에 나타난 영광의 성씨

일반적으로 영광에서 사람이 살기 시작한 연대는 청동기시대부터였다고 알려져 왔다. 그 근거로서 영광의 여러 지역에 712(基)의 고인돌을 들어 청동기시대에 부족사회를 이룬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서해안 고속도로 공사 중 대마면 원흥리와 화평리 일대의(원당·마전·군동·수동 유적) 유적 발굴조사를 통해 영광군에서는 이미 중석기시대에 사람이 살고 있었음이 밝혀졌다.

영광에서는 석기시대에 이미 사람이 거주하였지만, 각 지역의 토박이 성을 기록한 가장 오래된 자료인 「세종실록지리지」(1424-1454)에 의하면, 영광지역에 정착하여 토성을 이룬 성씨는 다음과 같다.

토성이 여섯이니 김·전·조·송·윤·정이다. 속성이 둘로 박(진원에서 온), 이(홍주에서 왔는데 모두 향리이다) 이고, 삼계의 성이 여섯으로 주·최·손·성·공·전이며, 육창의 성이 다섯으로 조·안·갈·정·빈이고, 임치의 성이 넷으로 이·김·황·박이며, 진량의 성이 하나로 송이며, 홍농망성은 셋으로 정·김·유이고, 공아의 망성은 하나로 진이다.

이렇듯 영광지역 토성의 존재와 변화는 여말선초 성씨세력을 파악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 여말선초의 유력성씨 중에서도 많은 성씨들이 조선중·후기를 거치면서 퇴조하기도 하고 새로운 성씨 세력들이 진출하였다.

한편 조선후기 영광의 이족(吏族)으로 영광의 향리들은 사계(射契) 또는 노계(老契)를 조직하였는데,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 초 이 계안에 오른 성씨들은 긴(김해)·노(함평)·문(남평)·배(김해)·서(이천)·양(제주)·조(창녕)씨 등이었다. 그리고 19세기에 들어서면 진주정씨, 한양조씨, 문화유씨가 새로이 입록되었다. 그리고 영광면내의 인사들은 1929년에 「영광노인계안(靈光老人契案)」을 만들었는데, 여기에 등장하는 성씨도 거의 같다. 다만 새로이 들어간 성씨로 양천씨, 만경씨 등을 들 수 있다.

성씨별 입향조와 집성촌

종족촌락 또는 집성촌이란 대체로 종족이 집단생활을 할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 공조종족으로 맺어진 지연적 생활 공동체로 부계의 친족집단이며, 형식적으로는 동조의식을 가진 동성동본의 남계친족을 지칭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일반적으로 집성촌의 가장 중요한 구성 요소는 혈연이다. 집성촌은 삼국시대에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본격적으로 나타난 것은 조선시대 즉 17세기 이후 주자가례가 널리 퍼지면서 가부장제가 정착되고, 이에 따른 혈연의식이 강화되면서 부터이다.

과거 영광군의 사람들이 형성하는 여러 집단의 촌락구성을 살펴보면 생물학적인 기준과 경제·사회적 요소 및 기타의 이유에 의해서 마을이 형성되기도 하였지만, 대부분의 경우, 마을을 형성하는 원리로서는 혈족을 가장 기본적인 것으로 들 수 있다. 한 마을이 반드시 친족집단으로 구성된 것은 아니지만, 친족관계가 마을 구조를 결정짓는 요소로 작용하였다.

오늘날 영광사회에도 결사체는 수없이 존재하고 있다. 종친회, 또는 어떤 특별한 여가선용을 목적으로 집단을 구성하고 협력을 위한 조직을 갖는다. 하지만 전통적 사회조직을 지속시키는 기제로서 기능을 하고 있는 집성촌, 즉 친족관계를 기반으로 형성된 씨족의 집단거주구역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이흥서원

대민공 강성덕(1395-1459), 인재공 강희안(1418-1465), 문양공 강희맹(1424-1483), 숙헌공 강귀손(1450-1506), 사평공 강학손(1455-1523) 등 5위를 배향하고 있는 사우이다.

진주강씨(晉州姜氏)

진주 강씨는 고구려 때 도원수를 지낸 강이식(姜以式)을 시조로 한다. 강이식 장군은 고구려에서 나고 자란 정통 고구려인으로 그의 친부는 요동성주 강철상(姜哲尙)이다. 진주라는 본관은 강진(姜縉)이 과거에 장원급제한 후 태중대부판내의령(太中大夫判內議令)을 역임, 정순(正順)의 시호를 받고 진양후(晉陽侯)에 봉해졌다. 이때부터 진주(晉州·진양·진산으로 불리기도 함)로 하게 되었다고 한다. 진주 강씨는 크게 운렬공파, 인헌공파, 박사공파, 소감공파, 관서공파 등 다섯 파로 구성되는데, 박사공파가 가장 크다. 박사공파는 고려 때 몽고와 고려의 연합군을 이끌고 일본정벌에 나섰던 강계용(姜啓庸)을 중시조로 하는 파이다.

박사공파 강희안과 강희맹 형제는 조선 초기 진주 강씨가 배출한 대문장이다. 강희안은 세종 때 집현전 직제학으로 정인지, 성삼문 등과 함께 훈민정음 창제에 참여하였다. 그는 용비어천가 주석을 붙일 때도 참여했으며 저서 「청청양화소록」 등이 남아있다. 그가 그린 고사관수도·산수·인물도 등의 그림과 강지돈령석덕묘표 등의 글씨는 조선조 문화의 귀중한 보배다. 그는 당대에 시·서·화 삼절로 칭송 받았다.

그의 아우 강희맹(1424-1483) 또한 문과에 장원급제를 한 당대의 익대공신이며 문장가·서화가였다. 세조의 총애를 받아 세자빈객이 되고 예종 즉위년에는 남이의 옥사를 다스린 공으로 진산군에 봉해졌다. 신숙주 등과 함께 세조실록을 편찬했으며 좌찬성에 오르고, 당대 으뜸가는 문장으로 사후에 성종이 서거정을 시켜 유고를 편찬케 했다. 「사숙재집」과 「금양잡록」 등이 전해진다.

진주강씨 박사공파의 기일세조는 고려 중엽의 강계용이다. 그의 10세손이며 강희맹의 차자인 사평공 강학손(자:문보, 호:팔룡정, 1455-1523)이 영광에 정착 세거하였다. 그의 입향 동기는 역사자료인 사초의 조의제문 사건으로 무오사화 때 김종직의 문하인이라 하여 서기 1498년 영광군 백수면 장산리 팔룡촌에 유배되어 전라도 일대의 중조가 되었다.

입향조 강학손은 성종 11년(1480) 사마시에 합격하여 사헌부감찰, 통훈대부 장예원사평을 지내고, 평양부서윤 이후 한성부서윤 때에 김굉필(1454-1504), 주계군 심원, 문평군 이계맹 등과 더불어 국사를 거슬렀다 하여 영광으로 유배되었다. 연산군이 폐위된 후 종종이 불렀으나 나아가지 않고 영광에 은거하여 오늘날 영광문중을 이루었다. 연산 9년(1503) 3월 아들 영수가 상소하여 연산 11년(1505) 7월 해소되었다.

강항

학손의 현손이 수은 강항(1567-1618)이다. 그의 조부는 오복, 부친은 극검이고, 해·준·환·항·영의 5형제 중 4째로 불갑면 금계리 유봉에서 태어났으며 4살부터 율곡의 문인인 백형 해에게서 수학하였다. 강항은 1588년 백형 해와 함께 진사시에 합격, 1593년 27세에 문과급제, 1594년 승정원주서, 1595년 교서관박사가 되고, 이듬해 공조좌랑에 이어 형조좌랑이 되었다.

1597년 휴가로 고향에 내려와 있던 중 정유재란이 일어나자 분호조참판 이광정의 종사관으로 군량미 수송의 임무를 맡았다. 아군의 전세가 불리해져 남원이 함락 당하자 고향으로 내려와 순찰사 종사관 김상준과 함께 격문을 돌려 의병 수백 명을 모았으나 영광이 함락되자 가족들을 거느리고 해로로 탈출하려다 포로가 되어 일본으로 압송, 오쓰성에 유폐되었다. 이곳에서 출석사의 중 요시히도와 친교를 맺고 그로부터 일본의 역사·지리·관제 등을 알아내어 「적중견문록」에 수록하였다.

1598년 오사카를 거쳐 교토의 후시미성으로 이송되었다. 이곳에서 후지와라세이가·아카마쓰히로미치 등과 교유하며 그들에게 락문적 영향을 주었다. 특히 후지와라는 우리나라의 과거절차 및 춘추석전·경연조저·공자묘 등과 상례·제례·복제 등을 배워 그대로 실행, 뒤에 일본 주자학의 개조가 되었다.

1602년 대구교수에 임명되었으나 스스로 죄인이라 하여 곧 사직하였으며, 1608년 순천교수에 임명되었으나 역시 부임하지 않고 향리에서 독서와 후학 양성에만 전념, 윤순거 등 많은 제자를 배출하였다. 저서로는 운제록·강감회요·좌씨정화·간양록·문선찬주·수은집 등이 있다. 고종 19년(1882)에 이조판서 양관제학에 추증되었다.

진주강씨는 영광군 영광읍 신월리, 백수읍 죽사리 명산, 천마리 명마, 장산리 팔룡, 불갑면 쌍운리 운재, 금께리, 방마리, 자비리, 모악리, 묘량면 월암리 일대와 영광군 전역에 세거하고 있다.

내산서원

장흥고씨(長興高氏)

시조 고중연은 제주 고씨 고말로의 10대손으로, 일명 복림이며, 시호는 양헌이다. 그는 고려 말 충숙왕 17년(1330)에 문과에 입격하여 검교태의 군기감사를 거쳐 문하시중에 올랐다. 고중연은 고려 말, 홍건적의 제2차 침입 때 고려 공민왕을 호종하여 경상북도 지역으로 피난하였는데 이때의 공을 인정받아 호종공신으로 책봉되면서 장흥백에 봉해졌다. 2세 고합은 충정왕 2년 (1350) 음서로 보승별장을 지냈으며, 문과에 급제하여 지신사판상서를 지냈다.

영광군 입향조 3세 백안은 공민왕 12년(1371)에 문과에 급제하여 보승중랑장 참의를 지냈다. 고려가 망하고 조선이 건국되자 절의파 지식인들은 불사이군을 외치며 재야로 숨어들었다. 백안은 영광(현재 장성군 삼계면)으로 은거 하였다. 4세 고협은 병부시랑, 북부상서를 지냈다. 그 뒤 조선조 태종이 호조참의를 제수했으나 받지 않았다. 고협은 고려 왕족의 익원대군 왕소의 사위로 부원군이었는데 그는 결국 고려에 대한 의리를 꺾지 않고 거절했다. 고협의 두 아들인 고열과 고직 또한 출사하지 않았다. 5세 고열 역시 태종이 호조참판을 제수했으나 받지 않았다.

고려시대 장흥 고씨는 고중연, 그리고 2세 고합과 3세 고백안에 이르기까지 모두 문과 급제 후 출사한 문벌집안이다. 조선조의 인물로 누구보다 이름을 떨친 인물은 고경명이다. 고경명은 동래부사로 있다가 귀향한 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가장 먼저 광주에서 의병을 일으켜 금산에서 왜군과 싸우다 둘째 아들 고인후도 함께 전사했다. 그러나 성이 함락되자 김천일, 최경희 등과 함께 남강에 몸을 던져 순국, 3부자가 나라에 목숨을 바쳤다.

선조는 고경명에게 충렬공, 고종후에게 효열공, 고인후에게 의열공이란 시호를 내렸다. 고경명의 셋째 아들 고용후는 판결사에 이르렀으며, 문인으로서 이름이 높았다. 숙종 때의 학자 고희도 장흥고씨이다.

현풍곽씨(玄風郭氏)

시조는 중국 송나라 관서 홍농 출신인 곽경(1117-1179)이다. 고려 인종 때 한국에 들어와 문하시중평장사을 지내고 포산군에 봉해졌다. 사후에 정의공의 시호를 받았다. 현풍이란 경상북도 달성군에 있던 옛 고을 이름으로, 고려 때는 포산이라 했고 현풍으로 바뀌었다.

포산곽씨 중에는 한때 본관을 해미, 강릉, 봉산, 광주, 정주 등의 별관을 써온 때가 있었으나 그들의 족보 첫머리에 “苞山郭氏”의 후예라 써왔기에 1976년 「병진대동보」 때 대종회 의결로 본관을 포산으로 통일하였다. 현풍곽씨 대종회에서는 1995년 3월 현풍이 대구광역시로 편입됨에 따라 본향화수의 위상을 대폭 격상시켰는데, 2005년 대구화수회는 본향대종회로 그 명칭을 바꾸었고, 본관명의 혼선을 피하기 위해 2006년부터 공식적으로 현풍(포산)관씨로 고쳐 칭하고 있다.

현풍곽씨 19세손 령입이 임진왜란 때 광산 임곡에서 군남면 동월리로 입향하였다.

안동권씨(安東權氏)

안동권씨의 시조는 권행으로 원래 신라 왕실의 사람인데 본명은 권금행이다. 그는 후삼국 시대인 서기 930년 왕건을 도와 고려군이 백제군과 싸워 크게 이기는데 공을 세웠다. 권행, 김선평, 장정필 세 사람은 고려 창업의 공으로 ‘삼한벽상아부공신 삼중대광태사’를 제수 받았으며, 고려 성종 2년(983)에 이 들을 기리기 위해 안동시 북문동에 삼태사묘를 세웠다.

영광군의 입향조는 권이로 임진왜란 때 창평에서 묘량면 삼학리로 입향하였다. <계속>

유창수 기자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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