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편집위원장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박목월 시인의 ‘4월의 시’다.

수십 년 전 시인이던 국어 선생님의 수업시간. 선생님은 박목월 시인의 아름다운 시어들이 주는 감동을 침이 마르도록 설명하셨다. 4월의 햇빛과 산천은 분명 눈이 부시도록 찬란하고 아름답다. 그러나 우리 현실 속의 4월은 아름답지만은 않다. 멀리는 4·19 혁명이, 가깝게는 세월호 참사가 우리를 숙연하게 한다.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아픈 과거사를 되돌아보게 한다. 우리의 4월은 이렇게 찬란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할 수조차 없는 계절이다.

2021년의 4월도 우리에게 아픈 역사를 기록했다. 불과 4년 전 탄핵 당한 정파가 서울과 부산 시장 보궐선거에서 모두 당선되는 역사를 지켜봤다. 고통스러웠다. 다시 그들이 정권을 잡는 세월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정권이 탄핵당한 세력에 의해 무너질 수도 있겠다는 방정맞은 생각도 든다. 1년 전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는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세월호 유족들의 절규는 7주기를 맞으면서도 잦아들지 않고 있다. 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주지도 않는다. 꿈이 빛나는 계절은 더욱 아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은 아니다. 탄핵당한 세력이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권에 삿대질하는 역사가 어찌 가능하단 말인가.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다고? 청년 실업이 심각하다고? 백신 공급이 시원찮다고? 물론 만족할 수 없는 것은 맞다. 하지만 한 국가의 문제점은 단기간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오랜 세월 속에서 잉태하고 발전하는 것이다. 이미 탄핵 당한 세력들의 정권하에서 잉태하고 태어나 자란 것들이다.

역사의 반성은 쉽다. 하지만 그 역사를 바로잡기는 쉽지 않다. 이 나라 민초들은 이승만에서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독재에 신음했다. ‘민주주의 공화국’이라는 허울을 쓰고 있었다. 6·29 이후 태어난 노태우 정권도 전두환 정권의 아류다. 김영삼과 김대중, 노무현으로 이어지며 반민주 역사는 종언을 고한 것으로 알았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부패의 ‘끝판 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을 탄생시키는 우를 범했다. 역사의 후퇴다.

촛불혁명은 이명박과 박근혜를 교도소로 보내고 문재인 정권을 낳았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을 실감한 역사다. 그러나 반민주, 부패 세력은 이명박과 박근혜의 재판이 끝나기도 전에 다시 고개를 쳐들고 있다. 오랜 세월 독재정권의 비호로 성장한 소위 ‘주류 언론’이 앞장섰다. 사사건건 문재인 정권의 발목을 잡으며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역사상 가장 청렴한 문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탄핵 당한 세력들이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 결과를 내세워 다시 정권을 잡겠다는 야욕을 키우고 있다. 인물도, 세력도, 명분도 없는 그들에게 승리를 안긴 것은 ‘언론’이다. ‘언론’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야당에 유리한 보도로 일관했다. 부동산과 청년 실업 문제를 모두 민주당 정권에 돌리며 나라가 망할 위기인양 국민을 호도했다. 탄핵으로 목을 움츠리며 눈치만 살피던 독재자의 후예들과 독재정권에서 자양분을 빨아먹던 소위 ‘주류언론’이 한통속이 된 결과다.

그들이 다시 정권을 잡으면 안 될 이유는 차고 넘친다. 그들은 이미 부패할 대로 부패했고, 독재에 길들여졌다. 부동산과 청년 문제를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망쳐버린 세력도 그들이다. 그들이 잉태한 부동산과 청년 문제 해결도 시간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민주당 정권과 민주시민이 힘을 합쳐야 50년 적폐를 하루빨리 씻어낼 수 있다. 적폐세력인 야당과 그들을 비호하는 ‘언론’에 대한 국민의 냉정한 심판이 절실하다.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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