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광용 한국외대 강사

능력주의 사회는 너무나 사람들을 과도한 경쟁으로 몰아넣기 때문에 좋지 않다. 특히나 좁은 기회는 경쟁을 더 극심하게 한다. 우리나라는 과도한 입시·취업·승진·생존 경쟁 등 그야말로 평생 경쟁에 치여산다. 게다가 입시문도, 취업문도, 승진기회도 너무나 좁은 게 현실이다. 그 경쟁에 통과한 소수의 성실하면서도 운좋은 사람들은 통과하지 못한 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큰 혜택을 누리고 산다. 그래서 한국 사회는 좁은 기회의 과도한 능력주의 사회로 보여진다. 그러니 절차적 공정성에 눈이 멀어 서로 싸우고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 능력주의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상대적으로 열심히 공부하고 일한 자에게 어느 정도 충분한 보상은 이루어져야 한다. 똑같이 일하고 똑같이 나눠 먹는 것도 그다지 사람들이 원하는 사회도 아니다. 그런 사회는 사회·경제적 발전뿐만 아니라 지속가능성도 없다고 생각한다.

공정한 사회란, 충분한 기회가 보장되면서 경쟁이 완화되는 사회라 생각한다. 공정사회의 사전적 의미는 “공평하고 정의로운 사회”다. 부정부패가 없고,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가 보장되며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사회를 말한다. 조금만 더 노력하고 성실히 살아가면 자아를 실현하고 남들에게 인정받는 서로가 자존감 높은 사회라 생각한다. 실패하고 게으른 자, 몸이 불편한 자에게도 재차 삼차의 기회를 주고 든든한 안전망이 제공되는 사회야말로 공정한 사회라 생각한다.

공정한 사회 지향을 위해 함께 생산하고 이익을 공유하는 협동경제·사회적경제가 필요하다. 지속가능 경제를 위한 역외유출을 막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대규모 수요와 공급의 연결을 통해 사회적경제가 지역에서 절반 정도의 비중을 차지할 수 있도록 지향 및 구현해나가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지역내 탈탄소 에너지전환 및 지역사회 문제해결형 사회서비스 분야의 지속가능 한 산업과 일자리의 창출, 마을별 지역별 똑같이 나누는 주민배당형 기본소득도 구현해나가면 좋겠다.

공정한 사회 지향을 위한 유력 대선주자들의 정책 및 메시지 경쟁이 시작됐다. 지난 5월 6일, 이낙연 전 대표는 청년층을 위한 의미 있는 제안을 했다. 첫째,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를 무주택청년·1인가구 주거안정에 투자, 둘째, 기업에 청년고용 확대 요청, 셋째, 제대군인에 사회출발자금 3천만원 지급, 넷째, 최저임금 33% 수준 장병 봉급 현실화 및 장병내일준비적금 인센티브 강화, 다섯째, 청년층 주택마련 금융(대출)규제 기본적 완화 필요 등 5가지다. 청년층에 대한 주거 및 사회출발자금 지원 및 주택마련 기회 확대, 현역 장병에 대한 처우 현실화 등 청년층 공정한 사회 구현을 위한 의미있는 제안으로 생각된다.

지난 5월 4일, 이재명 지사 또한 ‘고졸 청년’과 ‘대졸 청년’이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화두를 던졌다. 이 지사는 고졸 청년 취업지원 업무협약식에서 “대학 미진학 청년에 세계여행비 1천만원을 지원하자”는 아이디어 차원의 제안을 했고, “핵심은 대학 진학 유무와 관계없이 공평하게 지원받아야 한다. 지원 방식은 획일적이지 않고 개인의 특성을 고려해 다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실상 한국 사회는 대졸과 고졸 청년 간 출발선이 다를뿐더러 신분의 차이로 이어진 지 오래됐다. 최근 대졸 청년의 취업도 쉽지 않지만, 특히 고졸 청년의 경우 선택의 폭, 노동·일자리 기회는 극히 제한된 사회였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왜곡된 노동구조 속에 고졸 및 전문대 출신 상대적 저학력 청년문제의 해법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청년들이 살아가기에 공평하고 정의로운 공정한 사회 실현을 위한 두 대선 후보의 정책 경쟁에 자못 기대가 크다.

고광용 한국외대 강사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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