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우리의 즐거움을 많이 앗아갔습니다. 그래도 관중이 거의 없어 안타까웠지만 프로 스포츠 경기 중계방송 보는 재미는 쏠쏠했습니다. 특히 손흥민의 경기를 지켜보는 재미는 특별했는데 그마저 시즌이 끝나버렸습니다. 김연경 등이 활동하는 여자 프로배구가 끝나면서 프로야구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요. 빈자리가 훨씬 많은 관중석이 재미를 반감시키지만 기아 타이거스의 경기는 늘 챙겨보게 됩니다.

헌데 타이거스의 전력은 작년보다 떨어져 즐거움보다 안타까움이 더 큰 경우가 많습니다. 볼 때마다 불안합니다. 가슴을 조립니다. ‘전통의 강호’로 손꼽히는 ‘타이거스’가 고양이 취급을 당하는 것 같아 기분이 ‘거시기’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도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부터 우리에게 큰 즐거움을 준 ‘타이거스’이기에 책겨 보지 않을 수 없을 만큼 ‘타이거스’는 지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프로 야구의 시작은 그리 아름답지 못했습니다. 1981년 당시 대통령이던 전두환의 지시로 출범했지요.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프로야구로 희석시키겠다는 속내가 있었기 때문이지요. 그래도 지역연고제가 있어 경기마다 입장을 못해 아우성이었지요. 광주시민들은 5·18로 멍든 가슴을 달랬습니다. ‘해태 타이거스’ 선수들이 던지고, 치고, 달릴 때마다 환호와 탄식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시민들은 ‘목포의 눈물’을 목이 터져라 부르면서 5·18의 한을 달랬습니다. 김대중 선생이 대통령이 되길 염원하는 노래이기도 했습니다. 타이거스 선수들은 지역민들의 열띤 응원에 좋은 성적으로 답했습니다. ‘해태 타이거스’였던 구단의 이름이 ‘기아 타이거스’로 바뀔 때는 지역 연고 기업인 ‘해태’의 몰락에 가슴에 피멍이 들기도 했지요. 그래도 ‘타이거스’에 대한 지역민들의 사랑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전두환이 정치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돌기 위해 출범시킨 프로야구에 지역민들이 열광한 것은 ‘아이러니’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야구장에서 하나가 됐고, 전두환에 대한 욕을 할 수 있었습니다. ‘목포의 눈물’을 목이 터져라 부르며 한을 풀고 ‘김대중’을 연호하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와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타이거스’는 지역민들의 사랑에 성적으로 보답하며 해를 거듭할수록 사랑을 받았지요.

기아 타이거스의 성적이 시원찮습니다. 실망과 안타까움을 금치 못합니다. ‘해태 타이거스’일 때가 그립습니다. 다른 구단보다 낮은 연봉을 받으면서도 늘 우승 후보였는데…. ‘기아’가 마지못해 팀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속이 상합니다. 올해 신세계가 인수한 SSG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타이거스’는 호남인들의 자존심이기도 한 특별한 존재입니다. 기아에 경고합니다. “호랑이를 고양이로 만들지 마시오.”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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