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편집위원장

민주주의는 글자 그대로라면 백성이 주인인 나라다. 그러나 실제 자신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의식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절대 권력에 억눌려 사는 것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법’의 테두리에 갇혀 살고 있다. ‘국민이 주인’이란 말은 미사여구에 불과하다. 그저 법만 잘 지키면 살만 할 뿐이다. 그러나 선거를 통하지 않고는 어떤 권력도 행사할 수 없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면 민주주의는 정말 매력적이다. 권력이 내 표에 있다니.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갈수록 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나 같은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그들 모두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들은 모두 국민의 마음을 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모든 것을 희생하고 있다. 모두가 서민 대중의 부러움을 사는 사람들이다. 선거가 아니면 우리에게 고개를 숙일 이유가 없다.

시쳇말로 ‘높은 분’들이 우리의 마음을 사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을 보면 내가 갖고 있는 ‘투표권’이 얼마나 소중하고 고마운 것인가! 선거를 앞두고는 유권자가 ‘왕’이 되는 제도가 민주주의다. 얼마나 매력적인가! 그들은 당선 된다 해도 우리를 무시하지 못한다. 그 자리에 올라서도 국민들의 눈에 들어야 한다. 눈에 들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박근혜처럼 탄핵 당할 수도 있다. 탄핵까지는 아니라도 이명박처럼 감옥에 갈 수도 있다.

지난 대선은 싱거웠다. 이번 대선은 앞이 안 보인다. 면모도 다양하다. 현역 정치인들이 주를 이루지만 전 국무총리, 국회의장과 국무총리를 지낸 분,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으로 난타전을 벌이던 사람들, 현직 감사원장, 경기도·강원도·충청남도·제주도 등의 현직 도지사 등 쟁쟁한 인물들이 출사표를 냈거나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두관·박용진 의원도 있고 현직 감사원장도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 힘 내부가 정리되면 김진태에 이어 홍준표 등 몇 명 더 나올 것으로 보인다.

다양하고 숫자도 많기로 ‘역대급’이다.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형국이다. 여론조사 결과는 윤석열과 이재명 양강 구도에 이낙연이 차분히 쫓아가는 판세다. 하지만 불안 요소가 많다. 누가 언제 추락할지 아무도 모른다. 돋보이는 것은 절대강자에서 ‘사면’ 발언 한마디로 추락한 이낙연의 느리지만 꾸준한 상승세다. 보통 사람 같으면 포기하지 않았을까? 조순이나 고건, 반기문처럼.

엎치락뒤치락 하는 이재명과 윤석열. 포기하지 않고 차분히 쫓아가면서 상승세를 보이는 이낙연 등 3명이 미래의 청와대 주인이 될 것으로 보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관전 포인트는 민주당과 국민의 힘 후보 경선이다. 지금까지 민주당 경선은 결선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엔 결선투표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결선에서 이낙연 전 대표가 이길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흩어져 있는 호남 민심이 급속히 뭉쳐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5대 대선 개표 막판 박정희의 낙선이 점쳐졌다. 거의 포기 상태였다. 그러나 개표가 가장 늦었던 전남에서 26만5천 표 가까이 앞섰다. 결국 15만6천여 표 차이로 윤보선을 제치고 당선됐다. 전남이 박정희의 16년 독재를 가능하게 한 것이다. 그러나 박정희는 제 고향 쪽만 부자로 만들고 전남은 낙후지역을 면치 못했다. 박정희의 중농(重農)정책 공약에 속은 결과다. 전남으로선 천추의 한이 된 역사다.

그로부터 거의 60년 후. 경북 출신 이재명은 수년 전부터 전남 출신을 기용하는 등 준비를 해왔다. 운동권 출신인 영광의 강위원 씨를 경기도 산하 기관장으로 영입해간 것이 좋은 예다.. 민형배 광주 광산구청장이 다리를 놓았다. 국회의원이 된 민형배도 이재명 캠프에 있다. 광주·전남에서 이낙연 전 대표보다 높은 지지율을 보이는 이유다. 전남은, 광주는 다시 60년 전 박정희에게 속은 역사를 되풀이 쓰려하는가. 안 된다. 박정희에게 속은 역사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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