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심리학의 거두 지그문트 프로이드(Sigmunt Freud)는 《꿈의 해석》에서 자존감 효과에 대해 처음으로 언급했다. 프로이드는 “인간의 삶에서 가장 큰 욕구는 두 가지다. 성적욕구와 위대한 인물로 인정받고자하는 자존감 욕구다.”라고 말했다. 미국의 실용주의 철학자 존 듀이(Jone Dewey)도 “자존감은 인간의 간절한 욕구다.”라고 했으며 나중에는 데일 카네기(Dale Carnegie)가 《인간 관계론》에서 확대 발전시켰으며 카네기의 트레이드마크 같은 대인관계 소통학의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카네기의 저서 《인간 관계론》에 1940년대 미국 경찰 총수인 마로니는 특이한 현상을 발견했다. 범법자들이 체포되면 변호사 접견보다도 자기들 스스로를 ‘영웅’이라 표현한 신문을 읽을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였다. 자신의 사진이 유명 인사들과 같은 지면에 있는 것을 봤을 때는 자신들의 과오를 잊어버리고 마치 위대한 일이라도 한 것처럼 착각을 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작은 것일지라도 상대에게 인정받고 존중받기를 원한다. 이것은 모든 사람의 기본적인 욕구인데 이런 욕망을 ‘자존감’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자신에 대한 타인의 생각을 매우 민감하고 중요하게 받아들인다. 카네기의 인간관계 이론 중 다른 사람의 자존감을 만족시키는 것은 중요한 소통의 수단이라는 것이다. 타인이 나로 인하여 만족을 얻게 되면 그 역시 나를 인정한다는 것이다. 물론 자존감을 얻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여전히 하나의 법칙과도 같은 것이 내가 베풀면 부메랑처럼 돌아온다는 것을 말해준다.

자존감을 세 가지 즉 ‘자기 효능감’ ‘자기 조절감’ ‘자기 안전감’으로 말하기도 한다. 학자들에 따르면 자기 효능감은 자신이 사회에 얼마나 쓸모 있는 사람인지 느끼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우리사회에서 이 효능감을 가장 강조한다. 사회적으로 알아주는 직업을 가졌거나 직장에서 능력을 인정받으면 당연히 자존감이 높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자기 조절감인데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은 본능을 의미한다. 이것이 충족되어야 자존감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수도권에서 누구나 아는 좋은 학군에서 공부하고 이른바 명문으로 꼽히는 SKY까지 나온 사람이라면 상대적으로 자존감이 높을 것 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골에서 자유분방하게 뛰놀며 자란사람보다도 자존감이 떨어지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세 번째로 자기 안전감은 자존감의 바탕이 된다. 가진 것이 별로 없지만 자존감만큼은 높은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다. 이런 사람들은 안전하고 편안함을 느끼는 능력이 보통사람들보다도 고취되어 있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트라우마나 애정 결핍 같은 것들이 없는 사람들이다.

인간은 삶속에서 선택을 해야만 할 때가 있다. A·B·C세 개를 놓고 골라야 한다. 예를 들어 점심때 중화 요리 집을 갔다고 가정해 보자. 우동·짜장·짬뽕 세 가지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어느 것을 선택하든지 자기가 싫어하지 않는 것이면 거기서 거기다. 그런데 직장 상사가 선택하면 나도요, 하면서 따라가기 일쑤다. 물론 인생의 큰 갈림길과 점심 식사 메뉴가 주는 중압감은 현저하게 다르다.

그러나 남이 선택을 대신하면 만족도가 떨어짐은 당연하다. 결과가 좋게 나와도 기쁨은 100%만족하지 못한다. 성공의 기분이 타인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남에게 의지하려는 경향이 있다. 주체성이 결여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꾸 미루고 의존하려고 한다. 그 이유는 결정에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다. 스스로 내린 결정의 지분이 100이라고 봤을 때 남이 내린 결정은 70~80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나쁜 결과가 나오더라도 책임 역시 70~80만 떠안으면 되기 때문이다. 남이 결정을 내려주거나 남의 결정에 참여하면 잘못된 결과에 대한 압박감이 덜하단 이야기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의 판단을 믿지 않으려고 한다. 낮은 자존감이 방어기제로 작용하는 것이다. 권위가 떨어져도 그만큼 책임을 피할 수 있는 셈이다. 그 결과는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된다. 좋지 못한 결과를 얻었어도 두려워하지 않으니 또다시 범하게 된다. 처음부터 본인이 판단하고 잘못된 결과에 대해 책임을 느껴야 한다. 100이란 고통을 느끼면서 후회하고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사람들의 사교적 행동 중에서 타인의 자존감을 만족시키는 것은 중요한 원칙중의 하나다. 모든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기 생각과 의사를 존중해 주기를 원한다. 우리가 이 욕구를 인정하면 더욱 사랑과 인정을 받을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보답을 받을 수 있다. 이는 타인의 자존감을 만족시키는 과정에서 치르는 어떤 대가보다도 클 것이다.

요즘 신조어로 ‘근자감’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근거 없는 자신감을 말하는데 스스로 자신감을 가지라는 말이다. 남자는 84%가 평균보다 상회한다고 믿고 있으며 여자들은 79%가 평균보다 예쁘거나 잘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남들보다 알아주라고 하기 전에 자기의 역량을 키우면 자존감도 상승될 것이다.

이경일 회사원(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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