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안록산(安祿山)은 양국충보다는 차원이 한 단계 높은 사람이었다. 이미 이런 일을 대비에 조정 곳곳에 자기 사람을 심어놓고 정보를 파악하고 있었다. 양국충이 자기를 시험한다는 것을 알고 당당하게 입조해 현종을 알현했고 이일을 계기로 현종은 안록산을 더욱 신임하게 되는 빌미를 주는 셈이 되었다. 안록산이 조정의 문제점과 양국충의 의도를 확실하게 파악하고 약점을 알아내는 계기도 되었다. 중앙 정부의 권위가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태에서 지방 절도사들의 힘은 점점 커져가는 상황이었다.

당 조정의 취약점을 안 안록산은 군대와 군마를 모으고 식량도 비축하며 서서히 반란을 준비하는 한편 뇌물로 대신들을 한사람씩 포섭하였다. 무능하고 양귀비에 빠져있는 현종과 양귀비에게도 신임을 얻어 미움을 받지 않았고 무려 15만의 병력을 거느리는 막강한 세력을 보유하게 됐다. 양국충도 이런 사실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현종에게 안록산의 모반 의도를 여러 차례 건의 했다. 그러나 양국충의 말보다는 안록산을 더 믿었다.

안록산도 막강한 군을 보유하고는 있지만 항상 조정안에서는 양국충이 자기를 견제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755년 11월 드디어 안록산은 간신 양국충을 제거하여 황제의 주변을 정화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범양에서 군대를 일으켰다. 당 제국을 망하기 직전까지 몰고 간 이른바 ‘안록산의 난’이 일어난 것이다. 정부를 전복하려는 것이 아니라 양국충 일파를 몰아낸다는 기치(旗幟)아래 일으켰던 것이다.

안록산은 15만 대군을 몰고 황하를 건너 낙양을 압박했고 현종은 어쩔 줄을 몰랐다. 수도 낙양은 한 달을 겨우 버티다가 점령당했다. 화가 난 현종이 애꿎은 봉상청(封常淸)과 고선지(高仙芝)를 처형하는 일이 벌어졌다. 낙양을 점령한 안록산은 이듬해 정월 스스로 대연국 황제로 자칭하며 당 현종과 대등한 지위임을 과시했다. 이어 안록산은 역전의 당 노장 가서한(哥舒翰)을 물리치고 장안을 지켜주는 요새 동관을 뚫었다.

장안 함락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현종은 양국충을 비롯하여 백관들과 몽진을 결정하고 용무장군 진현례에게 황제의 호위를 맡겼다. 6월 현종은 총애하는 양귀비를 데리고 피난길에 올랐다. 그러나 호위병사 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한다. 이 반란은 양국충 때문에 일어났으니 양국충을 즉시 처단하여 백성의 분을 풀어주지 않으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웅성거렸다. 호위 병사 한사람이 갑자기 “재상 양국충이 오랑캐들과 반란을 꾸미고 있다”고 소리를 지르자 이 양국충에게 달려들어 난도질을 해댔다.

재상을 비롯하여 40여개의 직함을 갖고 대당제국을 호령하던 양국충의 죽음은 너무 허무했다. 아들 양훤도 누구의 손에 죽었는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이어서 병사들은 양귀비를 요구했다. 현종은 사태의 심각성을 알았는지 울면서 사랑하는 애첩 양귀비를 환관 고력사에게 넘겨준다. 고력사는 불당 앞 배나무 아래로 양귀비를 데리고 가서 비단 끈으로 그녀의 목을 매달았다. 최고 미인의 초라한 죽음이었다.

이 광경을 전해들은 현종은 눈물을 흘리며 “귀비가 부디 좋은 곳에서 환생하기를 바란다”면서 탄식을 했다고 한다. 중국역사상 ‘정관의 치’를 거치며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당 제국이 서서히 저물어 가는 과정이었다. 양아치 출신 양국충은 썩어가는 당 조정의 난맥상과 맞물려 간신으로 등장했다. 향락과 쾌락에 빠진 현종이 며느리였던 양귀비를 첩으로 취해 빠져들 때 집안에서도 못된 놈 이라고 쫓겨난 양국충이 양귀비의 치맛자락을 잡고 수도 장안에 진입했고 간신 이임보가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앞잡이로 이용하는 과정에서 조정의 중심부에 들어올 수 있었다.

이임보는 떠돌이 건달에 머릿속에 든 것이 없어 경계하지 않고 권력 투쟁에 끌어 들였지만 나중에는 그에게 당하는 결과를 초래한 결과를 낳았다. 양국충은 이임보가 죽자 자기가 모든 권한을 독차지하고 이임보가 자기를 이용했던 것처럼 자기도 권력 투쟁에서 안록산을 불러들여 똑같이 당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간신이 간신을 끌어 들이고 간신이 간신을 죽이고 다시 간신이 간신을 끌어 들였다가 자기역시 제거 당하는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당 제국은 쇠망의 길을 자초했던 것이다.

간신들의 특징을 보면 공과 사의 분별을 명확하게 하지 않는다. 권력은 자신이 잘나서 얻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백성의 세금은 자기 주머닛돈으로 생각한다. 관리를 천거할 때에도 뇌물을 바치거나 국가가 아니라 자신에게 충성하는 자를 뽑아 곁에 두고 사라사욕을 채우는데 이용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간신들은 제명에 살지 못하고 죽임을 당한다. <외척간신 후한시대 양기로 이어집니다.>

이경일 회사원(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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