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의 수은 강항 기념사업회 사무처장

2015년 4월 2일 수은강항선생기념사업회(회장 박석무)의 창립총회 및 학술워크숍은 2011년을 끝으로 전남도 문화재지정에 만족(?)하고 손 놓고 있던 현창(顯彰)사업에 불을 지폈다. 필자는 당시 세미나 사회를 보면서 축사를 마치고 자리에 앉은 군의회 의장에게 다그치듯 질문을 던져 조례제정 약속을 받아냈다. 영광군조례지정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호남의 유림(儒林)들이 포로 신분으로 혼신의 힘을 다한 강항의 발자취에 주목했다. 때마침 무라까미 쓰네오 수은강항일본연구회장은 저서를 통해 강항선생을 ‘일본 유교의 비조’로 일컬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말년(末年)의 유진오 박사가 이끄는 (사) 동양문헌학회다. 회원들은 매년 학술토론회를 열고 있었다.

2014년 학술세미나에 이어 현창사업이 진행됐다. 참여도는 매년 열기를 더해갔다. 무라까미 회장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동아일보 일본 특파원 시절 오즈시를 두 차례나 방문했고 수은선생의 탄생지인 영광군이 고향임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현창사업의 도화선(導火線)이 된 사업은 강항토요역사학교이다. 2015년 전남도 보조금사업으로 출발했다. 토요역사학교가 발판이 되어 수은강항선생의 문적(文籍)과 발자취를 따라 그 누구도 찾아 본적이 없는 역사적 문화탐방이 시작되었다. 우선 문중의 족보를 뒤지고 수은선생의 문적인 수은집과 운제록, 잡지 등을 샅샅이 살펴가며 문화탐방에 나섰다.

수은선생의 탄생지인 불갑면 유봉마을의 흩어져있는 고인돌의 잔해(殘骸)를 보면서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수은선생이 귀국이후 유봉마을에서 운제마을로 거처(居處)를 옮겨 후학양성을 위해 서당을 지은 삵고개 서당터를 발굴하고자 노력 했다. 수은선생이 귀국해 가장 왕성한 활동을 전개한 불갑 운제마을의 종갓집 복원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2019년 타계한 수은 선생의 마지막 종손은 한국학 호남진흥원에 90여점의 유물을 위탁하고 종손의 역할을 맡아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유봉마을 앞에 낮게 깔려 있는 능선이 백호 산을 바라보고 있으며 여기에 삵고개가 있다. 지금의 영광군청 자리에는 선비문화의 진수라 할 수 있는 ‘운금정’이라는 정자가 있었다. 수은선생은 서해 쪽의 구름이 연못에 몽땅 머금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운금정’이라는 정자을 짓고 운금정기문을 지었다. 이를 증명하듯 영광읍지에 운금정 재 근민당 전 군수 청사소 수은강항선기 금회청의실(雲錦亭 在 近民堂 前 郡守 聽事所 睡隱 姜沆撰記 今會聽議室)로 적고 있다.

당시 군수 유기가 업무를 보는 청사 근민당(近民堂) 앞에 운금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1617년 당시에 3년 간 흉년이 들자 도탄에 빠진 지역민들을 위해 자기의 녹봉(祿俸)을 내놓았다. 이에 뜻있는 사람들이 앞 다투어 영광을 찾는 외부인을 영접하는 별관(別館)으로 지었다는 정자가 운금정(雲錦亭)이다. 선비들이 시와 문장을 나눴던 정자로, 군수가 집무를 수행한 장소 바로 앞에 있었다. 그러나 표지석 하나 없이 방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1570년경 당시 어린 수은이 부친의 소개로 자주 찾은 곳이 영광과 이웃한 무장현이다. 무장현 칠암마을 강목촌은 수은 선생이 중국(中國)고서(古書) 통감강목(通鑑綱目)을 8세에 한밤중에 모두 통달(通達)했다고 해 붙여진 마을이름이다.

수은강항의 발길이 멈춘 역사적 장소가 호남지역에 너무나도 많다. 박석무의 수은강항선생기념사업회에 남겨진 과업이다. <계속>

강대의 수은 강항 기념사업회 사무처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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