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우리 속담에 잘되면 내 탓이고 잘 못되면 조상 탓을 한다는 말이 있다. 이와 비슷한 말이 서양에도 있다. 나는 뛰어난 거고, 너는 단지 운이 좋아서 이루어 졌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호주의 심리학자가 회사에 다니는 임원들을 상대로 자아인식에 대하여 조사를 했다.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90%에 달하는 임원이 자신의 성과가 다른 임원들보다 높다는 대답이 나왔다. 그중에서 86%의 임원들은 스스로 평균 이상이라고 응답했고 1%만이 평균보다 낮다고 응답했다.

그 후 이 심리학자는 전체 회사의 평균 임금 수준을 파악해 임원들이 평가한 자신의 보수와 능력 연관성을 조사해 보았다. 그 결과 그들의 임금이 평균보다 높을 때는 당연히 받아야 하는 것으로 여겼다. 말하자면 자기의 노력과 뛰어난 성과에 대한 합당한 보상이라는 이미지가 짖게 깔려 있다는 것이다. 반면 그들의 임금이 평균보다 현저하게 낮을 때는 자신의 노력에 비해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흥미로운 것은 자신이 남들보다 능력이 떨어진다는 현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다른 원인을 생각하며 하늘을 원망하거나 엉뚱한 핑계를 대며 책임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뚜렷하게 보였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올까? 이 회사 임원들만 잘난 척하기 때문은 아닐까? 심리학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인간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결점이며 이러한 현상을 심리학용어로 ‘이기적 편향’이라고 부른다.

사회 심리학을 저술한 심리학자 데이비드 마이어스(David Miers)는 이기적 편향을 이렇게 정의 했다. “자아와 관련한 정보를 가공할 때 일종의 잠재적 편견이 나올 수 있다. 우리는 자신의 실패를 쉽게 벗어던지면서 성공의 찬사는 달게 받아 들인다.” 즉 모든 행위의 결과를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를 우호적인 사람이라고 여긴다고 생각한다. 이런 자기 미화의 감정은 자신의 훌륭한 면에 스스로 도취하게 하고, 어둡고 부족한 부분은 간간히 흘려 넘기게 한다.

다시 말해 이기적 편향은 우리가 자아와 관련된 정보를 가공할 때 나오는 잠재적 편견이다. 사람들은 항상 좋은 쪽으로 자신을 대하고 성공하면 내 실력이 뛰어나기 때문이고 실패하거나 잘못되면 세상 탓, 조상 탓, 동료 탓을 하게 되는 것이다.

보험 조사표에서도 교통사고 운전자들은 항상 사고의 원인을 이렇게 묘사한다. “어디서 갑자기 튀어나와 치고 도망갔습니다.” “막 교차로에 들어서는 순간 무엇이 갑자기 나타나 시야를 가려 불가피 했습니다.” 이렇게 갑자기 나타나 피할 수가 없어서 교통사고를 낼 수밖에 없었다고 변명을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배우는 학생들에게서도 이런 현상은 나타난다. 성공과 실패를 묘사할 때 학생이 비교적 좋은 성적을 얻으면 “나 이번 사회시험 A학점 받았어,”라고 말하지만 성적이 생각보다 잘 나오지 않았을 경우 “사회 선생님은 점수가 짜서 C학점을 주셨어.”라는 말을 늘어놓는다. 배우는 학생들조차도 이기적 편향이 치우쳐 있음을 보여준다.

캐나다의 심리학자들은 결혼 생활 중 나타나는 이기적 편향을 집중적으로 연구한 적이 있었다. 캐나다 전국적으로 조사한 결과 91%의 아내들이 직접 식재료를 구매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남편들의 대답은 76%만 동의했다. 그 중에서 한 사례를 살펴보면 어느 부부는 매일 저녁 빨랫감을 지저분하게 바구니 바깥으로 내던져 버린다. 다음날 아침 부부 중 한명이 주워서 바구니에 넣는다. 아내가 남편을 향해 “이번에는 당신이 주울 차례야.”라고 말하면 남편의 대답은 “무슨 근거로?” “거의 열 번 중 여덟아홉 번은 내가 주워 넣었는데” 라고 생각한다. 그는 아내에게 물었다. “당신은 몇 번이나 주웠다고 생각해.” 아내의 대답은 “대충 열 번 중 아홉 번.”이라고 답한다. 이 역시 전형적인 이기적 편향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우리는 기억 속에서 나도 모르게 자기에게 유리한 정보는 부풀려서 말하고 불리한 정보는 말하지 않거나 굳이 말을 한다고 해도 축소해서 아주 작게 표현한다. 그래서 학자들은 ‘이기적 편향’을 ‘자기 본위적 편견’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기적 편향은 기본적이 ‘귀인(歸因)의 오류’로서 어느 한쪽 영향을 과대평가 혹은 과소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인간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큰 요소 중의 하나다. 그러므로 사람들과의 교류에서 이런 편견에 치우치지 말고 실제로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그래야 서로 화합할 수 있고 원만한 인간관계를 맺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경일 회사원(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저작권자 © 영광군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