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지루하게 계속되고 있습니다. 덕분에 더위가 꺾여 좋은 면도 있지만 너무 오래가니 짜증이 나기도 합니다. 벼농사도 걱정입니다. 지금까지는 기후도 좋고 병충해도 별로 없어 대풍이 예상된다는데 어지간히 그쳤으면 좋겠습니다. 날씨가 우리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를 새삼 알게 합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고 하는 추석을 앞두고도 기쁨보다 걱정이 더 많은 세월입니다.

추석을 어떻게 쇠야 할지 집집마다 걱정이 많으실 것입니다. 객지에 나가 있는 자식들을 오라고 해야 할지 오지 말라고 해야 할지도 걱정꺼리입니다. 코로나 19를 생각하면 오지 말라고 해야 하는데 자식들은 보고 싶고···. 코로나 핑계로 보지 못한 세월이 길어지니 이러다 자식 얼굴조차 잊어버릴까를 걱정해야 하니 이게 뭡니까? 언뜻 ‘살면 얼마나 산다고···’하는 생각을 금치 못합니다.

즐거움을 찾기 힘든 시절에 손흥민 선수가 큰 즐거움을 선사했습니다. 영국 프리미어 리그 토트넘 홋스퍼 주전 공격수로 뛰는 손흥민은 시즌 초 두 골을 기록하며 팀을 리그 1위로 올린 주역이 됐습니다. 환상적인 골로 세계 축구계의 찬사를 받고 있지요. 월드컵 예선 때문에 2주 정도 그를 보지 못해 아쉽습니다. 프리미어 리그에 복귀, 11일로 예정된 경기가 기다려집니다. 많은 국민에게 기쁨을 주고 엄청난 돈도 벌어오니 이런 애국자가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깜냥도 되지 않는 사람들이 대통령 되겠다고 나서고 있는 모습도 장마 못잖게 짜증을 부릅니다. 어쩌다 그런 사람들이 대선 후보가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정치가 어린아이 장난입니까? 대통령은 아무나 할 수 있습니까? 정치에 입문하면서 바로 대통령이 되겠다고요?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었다는 것 외엔 내놓을 것이 없는 박근혜도 대통령이 됐으니 그들이라고 못하란 법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요?

해박하고, 정치 경험도 풍부하고, 안정적인 이낙연 전 대표가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밀리는 민주당 경선 판을 지켜보는 것도 코로나 19 만큼이나 고통을 유발합니다. 더욱 이 전 대표는 우리 영광 사람이어서 안타깝기 짝이 없습니다. 하긴 이 지사의 대통령이 되기 위해 투자한 돈과 시간은 이 전 대표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고 많으니 당연하달 수도 있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실패한 뒤부터 다시 뛰기 시작했을 터이니까요.

이제 우리 모두 코로나 19의 공포로부터 벗어나 제자리로 돌아가야 합니다. 백신을 맞아가며 코로나 19와 맞서야 합니다.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이겨내야 할 대상으로 말입니다. 인류는 페스트·콜레라·나병·티푸스·천연두 등 수많은 질병을 이겨냈습니다. 이길 수 있습니다. 영국은 우리보다 훨씬 많은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축구 경기장을 가득매운 관중들은 환호하고 박수치고 얼싸안으며 축구를 즐깁니다. 코로나 이전의 모습입니다. 우리도 그 길을 가야 합니다.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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