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세상은 정말 아는 만큼만 보일까? 눈에 보이는 것은 자기 내면의 세계와 매치된다는 말이 있다. 같은 장면을 두고도 전후의 이미지에 따라 관객이 느끼는 감정은 모두 다르다.

구소련의 유명한 영화감독인 쿨레쇼프는 무표정한 배우의 표정을 클로즈업하여 영화 속 세계를 각각 다른 장면으로 만들어 관객들에게 보여주었고 관중들은 배우의 세밀한 연기에 찬사를 보냈다는 일종의 ‘영화효과’다. 1920년대 모스크바 국립 영화학교에서 쿨레쇼프는 스타배우 이반 모주힌(Mozhukhin)을 데리고 무표정한 얼굴로 아이의 시체를 넣은 관, 감수성이 예민한 소녀, 식탁에 놓인 음식과 병치시켜 의미의 변화를 살폈다.

관객들은 모주힌이 식탁 음식 앞에 있을 때는 배가 고파보였고, 관속의 어린아이를 보고 있을 때는 얼굴이 슬퍼 보였으며, 감수성이 예민한 소녀일 때는 밝고 명랑해 보였다. 같은 무표정임에도 전후 장면이 달라지면 이렇게 상이한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쿨레시프 효과’가 일어나게 된 것은 관객이 자신의 경험과 눈앞의 화면을 통해 연상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이 실험으로 클레쇼프는 문맥에 의한 쇼트의 연결에 따라 의미가 다양하게 변화된다는 것을 주장하게 된다. 이 개념을 토대로 소비에트 몽타주 이론의 기초적 개념을 제공했다. ‘쇼트의 충돌이 새로운 의미를 빚어낸다.’는 소비에트 몽타주의 원리는 여기서 기원이 된 것이다.

우리는 다양한 인간관계를 겪으며 수많은 갈등의 대부분은 이렇게 쿨레쇼프 효과의 영향이 미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상대방에게 악의가 없음에도 우리는 그때의 기분에 따라 그 사람의 저의를 의심하며 그 의심이 지속되어 고착화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 주로 속내를 모르는 상태에서는 상처를 받게 되며 나중에라도 풀려 해결되면 다행이지만 해결되지 않고 평생 가는 경우도 있다.

만약 후배가 나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하면, 혹은 연인의 부모님이 나를 싫어한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 사람의 본심을 다시 한 번 숙고해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그 사람의 의도를 확실하게 파악하지 못해 오독하고 홀로 상처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그것만으로도 인간관계로 오는 스트레스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1886년 음료로 명성을 떨친 코카콜라는 출시되면서 곧바로 소비자들로부터 환영을 받았다. 1920년경 코카콜라는 서양에서는 명품으로 자리 잡았으나 동양에는 아직 진출하지 못했다. 그런대 이 무렵 중국에 처음으로 코카콜라가 입성을 하였으나 서양에서처럼 팔리지 않았다. 중국시장에서는 그냥 그저 그런 음료수에 불과했다.

마케팅부에서는 고민을 거듭 하다가 직원을 직접 파견해 원인을 분석하기에 이른다. 시장조사를 하면서 발견된 특이점은 바로 중국어로 번역된 이름에 원인이 있음을 발견하였다. 외국어는 한자로 쓰려면 가차(假借:임시로 음만 빌려 씀)로 사용해야한다. 현재까지 중국어로 부른 것이 ‘蝌蝌掯蠟’ 우리말로 발음하면 대충 ‘커또우컨러’ 정도 된다. 뜻글인 중국어로 (蝌:올챙이 과 자)는 올챙이를 상징한다. 그러므로 끈적끈적한 올챙이를 상상하게 된다. 설령 전혀 상관없는 코카콜라의 음절이라고 하더라도 대중의 반감을 막지는 못했다.

그 이유를 알아낸 직원들은 새로운 이미지 변신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내용물은 같으나 생소한 새로운 이름으로 변신에서 중국시장에 들어오게 된다. 그 이름이 현재 통용되는 ‘可口可樂’우리말로 읽으면 ‘커코우커러’로 발음된다. 중국어 의미로는 ‘마시면 즐겁다’로 해석되니 내용물은 같지만 다른 정서적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다. 물론 판매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 사례가 전형적인 쿨레쇼프 효과를 보여주는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이 사례는 다국적 기업들이 현지화 전략을 이끌어 내는데 모범이 되었으며 큰 의미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예시가 되었다. 어떤 상표를 만들거나 설계할 때, 그리고 상품명은 고를 때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야 되지만 중요한 지표가 하나 더 있다. 그것은 각 문화권마다 다르므로 아름답거나 재미있는 연상을 이끌어 내는 것이 ‘쿨레쇼프 효과’를 잘 활용하는 것이다. 소비자의 눈으로 보면 상품의 명칭이나 상표나 그 상품에 표시하는 것이 간단한 것은 아니다. 모두 정서반응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고 이런 것들로 인해 구매자의 욕구심리에 영향이 많기 때문이다.

경제학의 근본은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심리학적으로는 사람은 본래 이성적이지 않고 수많은 감정요인이 인간의 인지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그러므로 결국은 우리가 보는 세상은 자기 자신의 내면에 있는 심리가 투영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경일 회사원(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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