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고사성어중에 효도에 관한 성어는 셀 수 없이 많다. 그 중에서도 전한시대 한백유(韓伯兪)의 어머니 사랑에 대해 알아보자. 백유는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혹시나 아버지가 계시지 않아 버릇없다는 소리를 들을까봐 어머니는 준엄하게 아들을 다스렸다. 잘못이 있을 때는 가차 없이 회초리를 들고 엄하게 꾸짖었다.

세월이 흘러 어느덧 백유도 성인이 되었을 때 하루는 어머니의 명령을 깜빡 잊고 실행하지 못한 적이 있었다. 어머니는 어렸을 때와 마찬가지로 다 큰 아들에게도 그냥 넘어가지 않고 준엄한 목소리로 종아리를 걷으라고 하며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매질을 했다.

어머니의 회초리를 맞은 백유는 눈물을 흘렸다.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본 노모는 이상하게 생각하며 회초리를 내려놓고 우는 아들에게 물었다. “너는 어렸을 때는 그렇게 매를 여러 번 맞았어도 한 번도 운 일이 없었는데 다 큰 아들이 눈물을 보이는 까닭이 무엇이냐? 그러고도 사내라 할 수 있느냐? 도대체 왜 우는지 이유가 무엇이냐?”

백유는 눈물을 흘리면서 “전에는 어머니의 매가 무척 아팠습니다. 그런데 오늘의 매는 하나도 아프지 않습니다. 나이 드신 어머니의 매가 힘이 모자라 맞아도 아픈 줄을 전혀 모르겠습니다. 그런 까닭에 연세 드신 어머니를 생각하니 슬퍼서 눈물이 나옵니다.”

백유는 젊은 시절 어머니의 매질은 아무리 아파도 자식 교육을 위해 때리는 매로 생각해 얼굴 모습에 흐트러짐이 없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늙고 쇠약해진 어머니의 모습이 안타깝고 서러움에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났던 것이다.

이 이야기는 한나라 말기 학자 유향(劉向)이 편찬한 《설원(說苑)》에 있는 이야기다. 백유읍장이란 글자그대로 해석하면 백유가 어머니에게서 매를 맞으며 운다는 뜻이다. 늙고 쇠약해진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효도가 부족함을 생각하며 슬퍼서 울었다는 의미로 주로 쓰인다.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는 효에 대한 개념은 거의 비슷하다. 우선 옛날의 방식은 부모가 돌아가시면 무덤 앞에 여막을 짓고 삼년상을 지내는 자식이래야 효성이 지극하다고 했다. 이런 방식이 당시는 효를 행하는 최고의 행위였을 것이다. 물론 지금 사회에서는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 시대에 따라서 효도를 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조선후기 정약용은 유배시절 아들과의 편지에서 효에 대해 가르친 부분을 보면 “어버이를 섬기는 일에 가장 큰 것은 부모의 뜻을 거역하지 않는 것이다. 그 다음은 부모를 위해 의복과 음식과 거처를 돌보는 것이다. 너희 형제는 어머니가 주무시는 방이 추운지 더운지를 잘 살펴야 하고 추우면 몸소 불을 때드려야 한다. 그러한 일을 수고롭더라도 남을 시키지 말고 스스로 행해야한다. 그러면 어머니께서 기뻐하실 것이다. 너희가 효자가 되고 두 며느리가 효부가 된다면 나는 유배지에서 죽는다 하더라도 슬픔이 없겠다. 꼭 명심하여라.” 이렇게 효에 관한 것은 너무도 많은 이야기가 있다.

효도는 돌아가신 뒤에 아무리 잘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살아생전에 자주 찾아뵙고 전화로 자주 소통하는 것이 현대의 효라고 할 수 있다.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음을 우리는 알아야 할 것이다.

이경일 회사원(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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