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의 TV 화면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빌딩을 들이받은 비행기, 무너지는 110층 빌딩, 달아나는 사람들···. 영화의 한 장면으로 착각했지요. 잠시 후 미국 뉴욕에서 실제 일어난 사건임을 알았지요. 그야말로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2차 대전 당시 진주만을 기습 공격한 일본 ‘가미가제 특공대’가 연상됐습니다. 미국 본토가 공격당한 사상 최초의 참사는 영화나 소설 속에서도 보지 못했습니다. 어떻게 저런 일이? 누가? 왜? 어떻게? 의문이 이어졌지요.

그리고 20년 세월이 흘렀습니다. 미국은 그 엄청난 참사를 잊지 않았습니다. 다시는 그 같은 역사를 쓰지 않기 위해 그날을 되새기고 있습니다. 비극의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세계에 보여주고 있는 것이지요. 미국을 향한 어떤 도발도 용납지 않겠다는 경고이기도 합니다. 미국은 명실 공히 세계 최강국입니다. 그런데도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작은 틈도 보이지 않겠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9·11테러를 잊지 않겠다는 미국의 모습에서 나라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알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미국에 비하면 약소국입니다. 남북은 아직 ‘휴전중’입니다. 전쟁이 언제, 어디에서 이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인 것입니다. 전시작전권은 미국에 있습니다. 그런데도 휴전중인 세월을 살고 있다는 의식이 전혀 없습니다. 전쟁이 재개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이 없는 모습입니다.

북측은 잠수함과 핵무기 등의 개발을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언제든 전쟁을 재개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같은 사실을 수시로 공개하며 위협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대한민국은, 국민들은 전혀 전쟁에 대한 위협을 느끼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핵 실험, 미사일 발사 실험 등을 계속하며 전쟁 능력을 과시하는 북측을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는 전시작전권조차 없습니다. 전쟁 당사국의 지위조차 갖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노무현 정부가 시작한 전시작전권 환수 노력은 10년이 훨씬 지나도록 구체적 진전이 없습니다.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에게 ‘휴전 중’인 나라, 국민이라는 의식은 거의 없습니다. 배부른 맹수는 사냥을 하지 않습니다. ‘10대 경제대국’에 취해 ‘휴전 중’인 나라라는 인식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명실 공히 세계최강국인 미국은 20년 전 그들에게 도전한 9·11 참사를 잊지 않았으며, 어떠한 도전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세계에 선포했습니다. 어느 나라에도 지지 않을 국력이 있으면서도 도전에 대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입니다. 그런 미국을 보는 마음이 착잡합니다. 우린 언제까지 미국에 의지해야 할까요. 전시작전권을 가진 나라, 국민이 될 수 있을까요.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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