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인간이 후회 없는 삶을 살 수 있을까? 동서양을 막론하고 후회는 어리석거나 바보들이 하는 짓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아마존 닷컴 설립자이며 현재 세계최고의 부를 자랑하는 제프 베조스(Jeff Bezos)는 나이 30에 잘나가던 월스트리트 금융회사 고위 간부직을 스스로 박차고 금융과 전혀 상관없는 새로운 분야의 창업을 모험하는 일을 과감하게 시도했다.

이때의 결정에 대해 배조스는 나중에 ‘후회 최소화 프레임 워크’라는 것을 활용했다고 회고했다. “내가 먼 훗날 살아온 과거를 뒤돌아볼 때 어떤 결정을 가장 후회하게 될까?”를 생각해본 결과 설사 실패하는 일이 생기더라도 안정을 추구하다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시도조차 해보지 못한 것이 더 후회가 될 것 이라는데 미치게 되었다. 대부분의 후회는 행동함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행동해보지 못함에서 온다는 것이 베조스의 철학이었던 것이다.

성공한 베조스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다 그렇다. 이미 행동한 후에도 후회는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 짧게 끝이 난다. 그러나 시도조차도 못해본 후회는 평생 갈수도 있다. 젊은 날 이상형의 이성을 만났을 때 사랑의 고백을 했다면 성공 확률은 50%다. 이성이 받아들일 수도 있고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도조차 해보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 갔다면 후회가 평생 남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성공한사람들은 행동함 즉, 저지르고 본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해 애를 많이 쓴다. 이 일을 시도해 손해나 보지 않을까! 이 말을 해서 창피나 당하지 않을까! 두려운 생각이 들기 때문에 얼른 저지르지 못한다. 베조스는 후회최소화 프레임워크로 성공을 거둔 사람이지만 모든 사람이 성공을 거둘 수는 없다. 거기에 ‘놓친 고기가 커 보인다’는 속담처럼 우리 인간의 속성상 후회는 펴기 어려운 문제인 것은 사실이다.

영국의 경제학자 데이비드 벨, 그레이엄 룸스, 로버트 서건 등은 1982년 연구를 통해 이른바 후회 이론을 제시했다. 사람들은 자신이 실수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행동을 피하려는 경향이 있으며 후회를 최소화하기 위해 효용이 적은 쪽을 선택하는 비합리적인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선택결정을 하기 전에 예상되는 후회를 ‘예상후회’라고 한다. 21세기 들어 의술의 발달과 농업 생산력 증가로 ‘호모 헌드레드(Home Hundred)시대’의 용어가 낯설지 않게 들린다. 유엔이 2009년부터 사용한 이 용어는 ‘100세의 삶이 보통’이라는 말이다. 그만큼 오래 살 수 있으니 은퇴 후의 자산관리가 중요함을 의미하는 말이기도 하다.

몇 년 전 증권회사 광고에서 출근하는 남편을 보고 ‘여보 어떡하지’라는 공포 섞인 다급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투자증권회사의 광고가 있었다. 이 광고가 시사(示唆)하는 것은 100살까지 사는 시대 노후 걱정하는 직장인에게 자산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자사의 금융상품을 이용하면 리스크가 적다는 것을 강조한 내용이다. 광고를 보는 모든 사람들에게 공포와 불안감을 안겨주는 불안 조성 마케팅 중의 한 사례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작지만 확실한 이득과 크면서 불확실한 이득 사이에서 선택할 때 위험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그것이 ‘후회 회피 현상’이다. 이익이 크면 큰 만큼 리스크도 높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후회 회피는 미국의 행동 경제학자 리처드 세일러가 붙인 이름이다. 후회를 피하려는 욕망이 야기(惹起)할 수 있는 효과는 사람이 전혀 행동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것인데 이스라엘 심리학자 오리트 디코신스키는 이를 ‘비 행동 불활성’ 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30%세일을 놓친 주부가 그 기회가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20%세일을 외면한다. 30%세일 때 놓친 것이 후회가 되기 때문이다.

소비자 들은 어떤 물건을 사고 나면 잘 못산 것 같아 후회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때의 후회를 ‘구매자의 후회’라고 한다. 일부 업체들이 이런 후회를 막기 위해 ‘구입 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환불해 드립니다.’하면서 유혹한다. 이것은 구매자의 후회를 막기 위한 마케팅 전략이다.

일부 미국기업들은 구매자후회를 원천 봉쇄하기 위해 자기계발 작가 마크 트웨인의 명언을 활용하기도 한다. “지금부터 20년 후에는 자신이 저지른 일보다 저지르지 않은 일에 더 실망할 것이다.”

《이프 If 심리학: 실패를 성공으로 바꾸는 후회의 재발견》 에서는 전혀 다른 입장을 취한다. “후회는 음식을 먹는 것만큼이나 건강한 삶을 위해 필수적이다. 그리고 너무 지나치거나 모자라도 문제가 생긴다. 너무 후회가 많으면 과거에 치우쳐 미래로 전진하지 못하고 너무 후회를 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경험에서 오는 교훈을 무시해 버리면 비생산적인 행동을 고집하여 성장과 발전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했다. 이것도 넘치지도 않게 그런다고 너무 부족하지도 않게 하라고 강조한다.

이경일 회사원(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저작권자 © 영광군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