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 출신 대통령의 꿈이 멀어지고 있습니다. ‘대통령을 배출한 지역’이라는 ‘위대한 유산’의 탄생을 기대했지요.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 꿈을 실현시키고자 노력한 시간들은 즐거웠습니다.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노루 꼬리만큼 남은 시간 동안 기적이라도 일어나주길 바라는 기대는 아직도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이루지 못할 꿈이었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한번 해보자”고 나선 우리 영광 사람들의 노력은 그러나 영광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아 후손들에게 전해질 것으로 믿습니다. 성공하지는 못했으나 그 노력 자체가 역사에 기록돼 영원한 유산이 될 것입니다. 그 역사는 영광의 후손들에게 자부심을 안겨주기에 충분합니다. 이낙연의 도전은 영광은 물론 호남의 위대한 역사로 남을 것입니다. ‘제2의 김대중’ 탄생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사실 자체가 호남의 위대한 유산이기 때문입니다.

경선을 지켜보는 내내 가슴이 아팠습니다. 이낙연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면을, 이재명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면을 크게 보는 호남인들이 야속했습니다. 심지어 지역 유력 일간신문마저 노골적으로 이재명 지지를 유도하는 보도 태도를 보였습니다. 논리적으로는 출신 지역을 따지지 않고 ‘인물’을 봐야 합니다. 하지만 호남은 정권으로부터 변방의 역사만을 써 내렸습니다. ‘비주류’와 ‘변방’ 취급을 받으며 홀대와 가난을 안고 살아야 했습니다. 호남 출신 대통령 배출이 절실한 이유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을 배출하지 않았느냐고요? 물론 김대중 대통령은 호남의 위대한 역사입니다. 하지만 충청의 김종필과 연합해 만들어진 역사입니다. 작은 나라에서 지역을 따지지 않아야 한다고요? 논리적으로는 맞는 말입니다. 그럴듯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 현대사의 중심은 영남이었습니다. 그 세월은 지난 1천여 년 호남 홀대 역사의 연장과 다름없었습니다. 호남 가난의 대물림 역사인 것입니다.

호남이 절대적 지지기반인 진보 정당마저 영남 출신 대통령만 배출해야 하는가 묻습니다.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은 호남의 절대적 지지로 당선됐습니다. 또 영남 출신 대통령을 뽑자고요? 인물을 보고 뽑아야 한다고요? 논리적으로는 그럴듯합니다. 하지만 감정적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평가의 기준이 되는 학·경력은 비교 대상조차 되지 못합니다. 말초적 만족감을 주는 데만 이 지사가 앞설 뿐입니다.

경선이 막바지에 달했습니다. 이 지사가 후보로 결정된 후가 걱정입니다. 최순실의 태블릿 PC가 박근혜의 탄핵을 불렀습니다. 대장동 ‘게이트’가 이 지사가 설계했다고 합니다. 헌데 단 1원도 받지 않았답니다. 믿고 싶습니다. 하지만 세상 돌아가는 물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 지사가 ‘돈 잔치’판에서 ‘왕따’ 당했다니 믿어지지 않습니다. 후보가 된 이 지사를 낙마 시킬 ‘스모킹 건’이 나오지 않길 빌 뿐입니다.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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