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편집위원장

들녘마다 누렇게 익어 고개를 숙이고 있는 벼를 보면 절로 배가 불러지는 것이 농촌, 농민들이다. 과거에는 풍년이면 인심이 좋아지고 흉년이면 흉흉해졌다. 흉년이면 굶어죽는 사람들도 있었다. 벼농사가 농민들의 삶의 질을 좌우했기 때문이다. 이제 대한민국의 경제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부럽지 않을 정도라고 한다. 이 같은 경제적 도약은 농민들의 피땀 흘려 식량 자급을 이룬 기반 위에서 이루어 졌음을 부인할 수 없다.

농업자본의 기반이 없으면 상공업 발전은 불가능하다. 대한민국이 세계 10대 경제대국에 들어선 것도 농업자본의 희생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그런데도 농업은 나라의 경제 사정이 좋아질수록 푸대접을 받았다. 국제사회가 농업의 희생을 강요했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수확한 쌀을 한 푼이라도 더 받기 위해 벼를 싣고 시위에 나서야 했다. 수많은 농민들이 다치고 죽었다. 이제 그 고비는 넘었다. 하지만 농민들은 해마다 수매가를 싸고 정부와 씨름을 한다.

이제 다시는 수확한 벼를 야적하거나 차에 싣고 시위에 나서야 하는 역사가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농민들은 풍년이냐 흉년이냐 보다 수매가 인상폭에 더 관심이 크다. 쌀 한 되 값이 자판기 커피 한 잔 값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주장은 그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해가 거듭할수록 농민들의 불만도 줄어들고 있다. 그만큼 개선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하지만 농민들의 수매가 인상 요구는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나라가 부유해질수록 농민의 박탈감은 그만큼 커져간 역사는 이제 그만 써야 한다. 농업은 상공업의 발전의 기반이 돼 주었다. 이제 상공업이 그 은혜를 갚아야 한다. 농업·농민의 생활이 상공업 종사자들에 비해 나빠야 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현실은 상공업에 비해 경제적 성취감이 작다. 생활여건도 좋지 않다. 특히 자녀 교육 여건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이같은 불균형의 시정이 시급해졌다.

농어촌 지자체의 인구감소로 인한 지자체 소멸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농어민의 삶의 질을 높이지 않으면 지자체의 소멸은 불가피하다. 농어촌 지자체의 소멸은 그만큼 농어업 생산의 감소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농어촌의 교육·문화 인프라 확충으로 농어촌 인구 감소를 막아야 한다. 모든 일은 시기가 성패를 가른다. 늦을수록 회복은 어려워진다. 농어촌 교육·문화 인프라 확충을 국가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주길 바란다.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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