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가 부활한지 30년 세월이 흘렀습니다. 1952년 시작한 지방자치는 세 번의 선거를 치르고 5·16 군사 쿠데타로 사라졌습니다. 5·16이 대한민국의 정치를 후퇴시킨 것이지요. 그리고 김대중 대통령에 의해 1991년 부활했지요. 지방자치는 그야말로 민주주의의 꽃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지방자치는 아직 미완성입니다. 절름발이 자치입니다. 중앙 정치가 지방자치 일꾼에 대한 공천권을 쥐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방자치 일꾼은 지역민을 ‘모셔야’합니다. 그런데 실상은 국회의원 모시기에 바쁩니다. 중앙 정치권이 공천권을 갖고 있으니 어쩔 수 없는 현실입니다. 물론 무소속으로 당선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공천을 받지 못하면 당선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지방자치 일꾼이 되기 위해서는 지역민보다 먼저 중앙 정치권의 눈에 들어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지방자치가 부활한지 30년이 됐어도 지방자치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지방일괄이양법을 제정하고, 400개 사무를 지방으로 이양하는 등 자치분권 실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합니다. 지방자치를 발전시킨 치적으로 평가합니다. 하지만 지역민들에겐 와 닿지 않습니다, 작년 말, 21대 국회 첫 정기회에서 오랜 염원이었던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쾌거를 이루었다고 ‘자랑’하는 국회의원도 있습니다. 자기가 대표발의 한 자치경찰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것입니다.

국회의원에게 주어지는 특권은 수없이 많습니다. 세비나 보좌진의 규모, 권한, 사무실 등은 아마 세계 어느 나라 국회의원이 부럽지 않을 것입니다. 거기에 지방자치 까지 쥐락펴락할 수 있는 ‘공천권’ 까지 쥐고 있으니 이보다 좋은 직업이 있을까요? 우리 지방자치 제도가 절름발이라는 사실을 모르거나 부인하는 국회의원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중앙정치가 틀어쥐고 있는 지방자치의 끈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다가는 미운털이 박히고 차기 공천에서 배제될 것이 분명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딱 한 사람 있었습니다. 강진 군수와 3선 의원을 역임한 황주홍 전 의원입니다. 그러나 지방자치를 쥐락펴락하는 그 달콤한 맛을 내려놔야 한다는 목소리에 화답하는 국회의원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언제까지 이 같은 절름발이 지방자치가 계속돼야 할까요? 중앙 정치권에서 개선의 목소리가 나올 것이란 기대는 없습니다. 국민들이 목소리를 내야합니다. 이제 제발 지방자치의 끈을 놓아달라고. 중앙 정치인답게 중앙에서 ‘지역민’이 아닌, 국민을 위한 정치에 심혈을 기울여 달라고. 지역일꾼들이 당신바라기가 되게 하지 말고 지역민 바라기가 돼달라고. 국민들의 목소리를 못들은 체 하지 말라고.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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