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광용 한국외대 강사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2달여 앞두고 있다. 지방자치는 흔히, ‘풀뿌리 민주주의’라 불리며 민주주의와 긴밀한 관계를 갖는다. 지방자치는 지방분권 구조가 서비스 제공과 업무수행 면에서 보다 효율적이고, 주민 요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함으로써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에 민주주의를 공고화 시킨다는 의의를 갖는다. 박정희 정권이 1961년 5.16 쿠데타와 함께 무기한 전면 중단시켰다 87년 민주화 이후 부활한 것이 지방자치다. 민주화의 상징 김대중 대통령이 ‘지자제 없는 민주화’는 인정할 수 없다며, 정치생명을 건 투쟁 끝에 부활된 것을 우리 역사는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1991년 지방의원, 1995년 단체장 선거와 함께, 지방자치가 시작되어, 현재 30년이 지난 시점에 지방자치의 제도화 및 성숙 단계에 이르면서도 많은 한계와 과제를 남기고 있다. 특히 수도권-비수도권 간 격차는 더 심화되고 비수도권 지역 쇠퇴·소멸은 절체절명의 난제이자 국가적 의제로 등장하고 있다.

지방자치의 핵심은 지방분권과 주민참여에 있다. 우선, 역대 정부의 지방분권화 성과와 한계를 요약하면 첫째, 사무․인사․재정 분권 모두 소폭 향상됐지만, 국가사무 대 지방사무 7:3(현재 68:32), 국세 대 지방세 8:2(현재 76:24)의 구조는 크게 변화되지 않았다. 지방소득․소비세 도입·확대, 탄력세율 및 지역자원시설세 과세대상 확대 등 지방세 확대 노력을 기울이긴 했으나, 지방세 과표․세율결정권이 여전히 국가에 있고 재산세 중심 지방세제 지자체의 지방세 확충 노력은 분명한 한계가 있다. 둘째, 재원중립 원칙과 기획재정부의 지방분권에 대한 보수적이고 비판적인 시각 또한 지방분권화 성과에 큰 제약요인으로 나타난다. 셋째, 상당수 지자체들의 여전한 전문성 부족 및 방만한 운영으로 지난 9년 전국 GRDP 평균 실질성장률은 2.4%(비수도권 지역 2% 이하)에 불과하며, ‘20년 코로나발 마이너스 성장 등 만성적 저성장에 따른 지역일자리 감소 및 지역경제 위축, 지역공동체 해체 위기에 직면해 있다.

다음은 주민참여 제도의 성과와 한계로, 주민투표제(2004년), 조례 제정․개폐청구제도(1999년), 주민감사청구제도(1999년), 주민소송(2005년), 주민참여예산제(2005년), 주민소환제(2006년) 등 단계적으로 도입·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투표 9건(미개표2건)/각하 2건, 주민소환 4건(모두 미개표)/서명미달 34건, 주민소송 진행중 6건/각하·패소 종결 12건으로 그 실적이 대단히 저조하다. 전체적으로 형식적․소극적 운영으로 활용성과가 미흡하고, 무엇보다 청구요건이 엄격하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결론적으로, 지방자치 재실시 이후 30년간 형식적 제도화에는 성공했을지 모르겠으나, 실질적 성숙화는 이루지 못했다. 사무3할·재정2할 자치 구조를 깨고 지자체 행정사무감사·조사권 단계적 폐지, 지방세 과표·세율결정권의 단계적 이양, 및 포괄보조금형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 재원규모 대폭 확대 등이 요구된다. 주민참여제도의 실효성․주민효능감 제고를 위한 청구․서명 요건 완화 및 다양한 인센티브 제공이 필요하다.

고광용 한국외대 강사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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