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는 ‘역시나’였습니다. 윤석열 당선인의 장관 내정자에 호남 인사는 없었습니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구색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하나 정도는 있겠지 하는 생각이 없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서운한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혹시나’가 ‘역시나’로 끝나는 것은 흔히 보아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앞으로 5년간 호남에 대한 윤석열 정권의 홀대가 예상돼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망월동 민주묘역에 참배하며 국민통합 운운한 것은 선거용 미사여구에 불과했습니다. 민주당에서 ‘전향’한 인사들도 헛물을 들이킨 것 같습니다. 박주선 전 의원만 겨우 취임준비위원장이라는 벼슬 같지도 않으면서 신경은 많이 쓰이는 임무만 맡았습니다. 박주선 전 의원은 호남인들의 사랑은 물론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부터 사랑과 신뢰를 누구보다 많이 받은 인물입니다. 나이 70이 넘어 무엇이 그리 아쉬워 ‘전향’했는지 안타깝습니다.

윤 당선인은 늦깎이 검사 출신입니다. 대학은 물론 검사로서도 ‘새까만’ 후배에게 조아리는 박 전 의원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픕니다. 노욕(老欲)은 추하다고 했습니다. 권세를 누릴 만큼 누린 사람이 무에 그리 아쉬워 새카만 후배에게 빌붙는 모습이 보기에 안쓰럽습니다. 박주선을 비롯한 김한길이나 김동철 전 의원 등 과거 'DJ 맨'으로 불리던 사람들이 과연 윤석열 정권에서 얼마나 영화를 누리는지 지켜보겠습니다.

한때 '리틀 DJ'로 불이던 한화갑 전 의원 등도 박근혜 정권에 빌붙었지요.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팽’당했습니다. 그야말로 ‘1회용 반창고’ 신세가 된 것이지요. 그런 과거사를 누구보다 잘 아는 왕년의 'DJ 맨'들이 윤석열 정권에 빌붙는 모습은 참담하기 그지없습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하던 분들이 ‘적진’에 귀순하는 모습에서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초창기 프로야구는 전두환 정권에 대한 정치적 스트레스를 푸는 창구였습니다. “김대중”을 연호하고 목포의 눈물을 목이 터져라 불렀지요. 그렇게 세월을 이겨 마침내 김대중 정권을 창출했습니다. 김대중 정권은 이승만에서 시작된 사이비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이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로 다시 태어난 기념비적 ‘사건’입니다. 그러나 불과 10년 만에 대한민국은 이명박, 박근혜로 이어지는 후퇴의 역사를 썼습니다.

박근혜의 탄핵으로 다시 역사발전을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불과 5년 만에 다시 박정희의 후예들에게 정권이 넘어갔습니다. 진보 정권을 강력히 견인할 정치력 부재 때문입니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을 찬찬히 들여다봤습니다. 'DJ 맨'이라 할 인물이 보이지 않습니다. 'DJ 맨'이라 할 박주선·김한길·김동철 등이 윤석열 정권에 빌붙어 있으니 당연합니다. DJ 가보이지 않는 민주당에 대한 호남의 지지가 언제까지 계속될까요?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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