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있는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고 했습니다. 친척은 혈연관계이기 때문에 물론 소중합니다. 하지만 살다보면 어렵고 급할 때 손을 내밀 수 있고 손을 잡아줄 수 있는 사람은 이웃입니다. 이웃은 기쁨은 함께 하고 슬픔은 나눌 수 있어 좋습니다. 4촌만 되도 한 해에 얼굴 한 번 보지 못하고 지내는 사람들도 있답니다. 재산 다툼으로 등지고 살아가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70년대 까지 우리는 이웃집 숟가락 개수 까지 아는 사회였습니다. 슬픔과 기쁨을 나누며 오순도순 살았지요. 가난했지만 사람 냄새가 나는 세월이었습니다. 끼니 때 연기가 피어오르지 않는 집에 일손을 도와달라고 하는 이들이 있었답니다. 도움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도움을 핑계로 음식을 나누기 위해서입니다. 상대의 자존감을 지켜주는 배려입니다. 기쁜 일이나 슬픈 일이나 큰 일이 있으면 온 동네 사람들이 다 나서서 자기 일처럼 도왔습니다.

6·25 전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지만 그렇게 서로 어려움을 나누면서 살았지요. 가난했지만 참으로 따뜻한, 사람 냄새가 물씬 나는 세월이었습니다. 그런데 소위 산업화가 되면서 농어촌 인구가 대도시로 대량 유출되고 산아제한 정책으로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따뜻했던 동네 인심도 점차 사나워졌지요. 집집마다 식구가 줄어들고 허물어졌던 담장이 높이 둘러쳐지면서 이웃 간의 사이가 점차 멀어졌습니다.

그렇게 오순도순 살아가던 세월은 이제 찾아볼 수 없습니다. 기쁨과 슬픔, 배고픔과 추위를 함께 나누던 이웃은 이제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조차 알 길이 없습니다. 이제 분명 등은 따숩고 배는 부릅니다. 하지만 이웃과 함께 나누던 따뜻함은 사라졌습니다. 서로를 걱정하던 ‘아름다운 바보’들도 찾기 어렵습니다. 춥고 배고플 때 서로 등을 기대며 살았던 아름다운 세월이 그립습니다.

생뚱맞게, 세태에 어울리지 않게 옛날 인심이 그리워지는 것은 왜일까요. 편이 갈려 싸우는 선거판이 인심 좋던 그 시절을 소환했습니다. 서로 지지하는 후보가 다르다고 등을 돌리는 어리석은 세태가 안타깝습니다. 출마하는 사람들 사이는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지하는 후보가 다르다고 등을 돌리는 것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 짓입니다. 남 벼슬하는데 왜 우리가 등을 돌리고 살아야 합니까? 불편한 관계가 돼야 합니까?

지금 단체장 선거로, 기초·광역의원 선거로 편이 갈라지고 있습니다. 물론 선거의 본질은 편 가르기입니다. 내편이 많은 사람은 당선의 영광을, 적은 사람은 패배의 쓰라림을 안게 됩니다. 말로는 봉사하는 ‘자치일꾼’을 뽑는다지만 현실은 ‘벼슬아치’를 뽑고 있습니다. 제도가 그러하니 편이 갈라지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다시 ‘우리’로 돌아가야 합니다. 지방자치가 지역민 편 가르기가 되지 않길 간절히 바랍니다.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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