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편집위원장

5월은 참으로 밝고 화려하다. 손색없는 ‘계절의 여왕’이다. 그지없이 밝고 화려하다. 하지만 지난 1980년 5월부터 광주의 5월은 아프기 짝이 없다. 42년 저쪽이건만 그 아프디 아픈 기억은 왜 이리 또렷한지···. 전남 도청 앞은 아수라장이었다. 하지만 시민·학생들에게는 성지였다. “전두환 물러가라”는 함성과 함께 학생·시민들은 밀물처럼 몰려들었다. 유동 삼거리에서 금남로를 메우며 도청으로 향하는 차량행렬은 장엄했다.

금남로를 바라보며 분수대 앞에 서있는 ‘부처님 오신날’ 기념탑은 자비라곤 찾아볼 수 없는, 피눈물로 범벅진 ‘광주’를 보며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을지 가눌 길이 없다. 평화행진을 하던 16일 밤의 금남로는 희망세상이었다. 하지만 다음날인 17일 새벽 전남대와 조선대 운동장에 들어선 군부대 텐트는 시민·학생들의 전율을 자아냈다. 그 이후 광주는 몽둥이와 총을 들고 쫓는 군인들과 쫓기는 학생·시민들이 펼치는 전장이었다.

전두환의 군부는 시민들을 마구 두들겨 팼다. 헬기 기총소사 까지 불사하며 시민들을 살상했다. ‘시민군’의 강력한 저항에 일단 후퇴한 군 병력은 26일 새벽 도청의 시민군을 진압했다. 그리고 군부독재의 역사를 썼다. 광주는 참으로 아팠다. 하지만 결국 승리했다. 지구촌 민주주의의 빛나는 승리의 역사를 섰다. 많은 피를 흘렸다. 그 고통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부끄럽지 않다. 아프지만 자랑스럽다.

광주가 피로 쓴 민주주의의 역사는 많이 아팠다. 그 아픔은 현재 진행형이다. 기억이 선연해 아프다. 하지만 민주주의의 새 역사를 썼다. 후대에 길이 물려줄 ‘광주’의 자랑스러운 유산이 다. 안타까운 것은 아직도 그 역사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진상조사위원회가 발족, 활동 중이지만 아직 풀리지 않은 것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풀리지 않는 것은 ‘그 많은 넝마주위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다.

이제 우파 정권이 들어서고 진상조사위의 활동 시한 3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조사위는 우선적으로 최초 발포 명령자, 헬기 사격, 각종 인권 침해 사건과 암매장 의혹 사건 등의 진상 규명에 나서겠다고 했다. 하지만 신군부의 핵심인 전두환·노태우씨에 대한 조사를 머뭇거리면서 조사 당사자들이 사망, 이들에 대한 대면조사는 없던 일이 돼버렸다. 이제 다시 보수 정권이 들어섰다. 5·18 진상조사가 다시 미뤄질 것이란 방정맞은 생각이 든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5·18 광주민주화 운동의 정신을 헌법 전문에 기록하자는 담론이 사라진 것이다. 5·18 정신 헌법 전문에 새기자는 담론은 2016년 20대 총선 당시 민주당 중앙당 선대위 회의에서 발의됐다. 전남도당 부위원장이던 필자가 제기했다. 김종인 선대위원장이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아서인지 큰 호응은 없었다.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하고 문재인 정권이 들어섰다. 대통령이 ‘광주정신 헌법 전문 수록’을 말했지만 흐지부지 됐다.

그리고 180석의 민주당 정권은 허망하게 무너졌다. 변변한 대통령 후보조차 없는 정당, 정치 경력이라곤 없는 후보에게 졌다. 역사는 ‘다수당’ 이라는 오만이 낳은 참사로 기록될 것이다. 아프다. 광주정신을 헌법 전문에 새기지 못한 것은 유감이다. 지구촌 민주주의의 표상이 된 ‘광주정신’을 헌법전문에 새기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민주당이 권력에 취해 ‘광주정신’을 망각한 채 허송세월 했다고 밖에.

‘광주’는 목숨을 걸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수호했다. 무정부 상태에서도 약탈과 폭력은 없었다. 3·1운동과 4·19보다 더 큰 희생을 치렀다. 대한민국의 민주화에 가장 많은 피를 바쳤다. 그 상처는 42년 후 오늘까지 가시지 않고 있다. 연말이 진상조사위원회의 활동 시한이다. 1년 연장이 가능하다지만 그 큰 역사의 진상을 밝히는데 시한을 둔다는 것은 넌센스다. 42주년 기념식에 참가하는 윤 대통령에게 진상조사 계속과 광주정신 헌법전문 수록 약속을 기대한다.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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