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편집위원장

대한민국은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여 있는 형국이다. 북한은 하루가 멀다 하고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 실험을 하며 위협하고 있다. 동쪽 일본과도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서쪽 중국은 북한의 종주국 행세를 하고 있다. 주변 정세가 녹록치 않은 형국이다. 특히 ‘한국전쟁’은 아직도 ‘휴전’상태다. 미국 군대의 주둔이라는 불편한 현실을 감내하지 않을 수 없다. 당연히 외교적 역량이 절실히 요구된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왔다. 늘 한국보다 일본을 먼저 챙겨온 미국이 일본보다 한국을 먼저 찾은 행보가 싫지는 않다.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는 삼성 때문으로 보인다. 반도체 공장 설립을 절실히 바라는 미국의 요구에 응한 삼성이 한국의 외교적 위상을 높였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바이든 대통령의 ‘한국 우선’ 행보를 일본의 한국에 대한 ‘갑질’ 중단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해도 무방할 것 같다.

바이든 대통령의 ‘한국 먼저’가 한국과 각을 세우고 있는 일본의 태도를 바꾼다면 기업, 특히 재벌그룹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에도 커다란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일본은 미쓰비시가 제공한 정보로 러일전쟁을 승리로 이끈 경험을 했다. 기업이 국가의 운명을 바꿀 수 있음을 학습 했다. 소재·부품 공급 중단으로 한국을 굴복시킬 수 있다고 확신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금새 그 충격에서 벗어났다. 일본으로서는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한국에 대한 경제적 압박이 효과는커녕 부작용만 낳고 있는 판에 일본 위주로 동남아시아를 경영해온 미국이 한국을 먼저 챙기고 나선 것은 분명 섰으니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것은 물론이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에 대한 경제적 압박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일본으로서는 ‘미국의 중재’를 한국과의 관계 정상화 계기로 삼을 가능성이 없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항에서 바로 수원 삼성전자로 향했다. 거기에서 윤 대통령을 만났다. 신임 대통령 보다 삼성을 먼저 챙긴 것이다. 성공한 기업이 국가의 위상을 높일 수 있음을 보여준 파격 행보다. 바이든 대통령은 방한 마지막 날인 22일 현대 차 정의선 회장과 50여 분간 단독 면담했다. 미국 조지아 55억 달러 전기차 공장에 이어 AI 등에 50억弗 추가 투자를 깜짝 발표한 정 회장의 어깨에 손을 올린 모습을 보였다.

세계 최강국 미국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는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대통령이 무엇을 중히 여기고 어떻게 직무를 수행하는가가 나라의 장래, 국민의 행복을 좌우할 수 있음을 보여 줬다. 외교적 역량이 국가의 운명을 바꾸고 국민의 삶의 질을 바꿀 수 있음을 알게 했다. 대통령이 그 나라의 최고 세일즈맨이 돼야 함을 가르쳐 줬다. 국내 정치에 휘둘리다 쓸쓸히 퇴임하는 대통령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교훈을 주었다.

외교가 반기문은 UN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명실 공히 일류 외교관이다. 그러나 퇴임 후 대통령에 도전, 중도하차하고 우리 기억에서 사라졌다. 개인적으로는 성공한 인생이다. 하지만 아쉽다. 국제적 명성을 쌓은 외교관으로서 조국의 발전에 헌신할 수 있는 길을 찾지 못한데 대한 아쉬움이다. 조국 번영과 국민의 행복에 대통령보다 훨씬 큰 공적을 남길 수도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이다.

우리 역사상 가장 뛰어난 외교가로는 고려 시대 서희(942~998)를 꼽는다. 서희는 항복을 요구하는 거란을 설득, 오히려 강동 지역을 얻어 6진을 개척했다. 세치 혀로 국가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건국 70여 년 만에 위기에 몰린 나라의 생명을 400년이나 연장했으니 후대 외교관들의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다. 미국의 대통령을 춤추게 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이야 말로 이 시대 대한민국의 가장 유능한 외교관이란 생각을 금치 못한다.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저작권자 © 영광군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