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피천득은 시 ‘5월 예찬’에서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오월 속에 있다.”고 노래했습니다. 시인 노천명도 ‘푸른 오월’에서 “라일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은 정오/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내가 웬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고 5월을 예찬했지요.

5월을 ‘계절의 여왕’이며 신록의 계절이라고 합니다. 꽃들이 만발하고 신록이 짙어가는, 1년 중 가장 밝고 화려하며 생동감이 넘치는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5월은 우리에게 가장 아픈 계절로 다가옵니다. 그 찬란하고 아름다움 계절이 가장 가슴 아픈 계절로 바뀐 것이 벌써 42년입니다. 1980년 5월 전두환 군부가 광주를 짓밟은 만행의 아픔이 아직껏 가시지 않고 있어서입니다.

지방선거를 치르느라 야단법석인데도 5월이면 아픕니다. 우리에게서 찬란한 5월을 앗아간 세력의 후예들이 다시 정권을 잡아 더욱 아팠습니다. 그들이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모습을 보면서 착잡한 심경을 가눌 길이 없었습니다. 광주는 아직 “씻을 수 없는 아픔을 안긴 책임을 통감하고 반성하고 있다”는 말을 듣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그들은 과연 광주의 아픔을 알기나 하고 불렀는지 모르겠습니다. 정치적 행위에 불과했다는 생각뿐입니다.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 힘은 광주의 아픔에 대한 사과와 반성을 말해야 합니다. 박정희에서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역사를 계승했기 때문입니다.

독일은 나치 정권이 자행한 전쟁 범죄에 대해 철저한 반성과 사과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 모습은 세계인들의 신뢰와 번영으로 이어졌습니다. 국민의 힘이 정권을 잡았습니다. 하지만 박정희·전두환·노태우·박근혜로 이어진 독재와 실정의 역사에 대한 책임과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불행한 역사는 반복을 되풀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물론 책임을 통감하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독재의 후예들에 의해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으니 당연히 불행한 역사에 대한 반성과 책임을 말해야 합니다.

이제 경제는 선진국 대열에 오른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정치는 아직 후진국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정치가 안정되지 못하면 경제도 흔들리게 마련입니다. 온 국민이 피땀 흘려 세운 번영의 역사를 3류 정치가 망치는 역사를 쓰면 안 됩니다. 3류 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대한민국은 3류 국가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국민은 1류 국가의 국민이길 원합니다. 윤석열 정권이 어두운 과거사를 털어내는 새 역사를 쓰길 간절히 바랍니다.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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