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편집위원장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 까지 허망하게 졌으니 당연하다. 특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가장 강력한 전통적 지지 기반인 전남에서조차 맥없이 무너졌다. 22개 시·군 단체장 가운데 목포·순천·광양·영광·무안·강진·진도 등 7개 시장·군수가 낙마했다. 대 참사다. 대부분 민주당 공천에서 밀려난 인사들이 당선됐다. 민심을 읽지 못하고 ‘민주당의 텃밭’ ‘공천이 당선’이란 시효 지난 공식을 과신한 결과다.

민주당이 전남에서조차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은 석연찮은 공천을 ‘자행’한 결과다. 지역 위원장들의 ‘자기사람’ 심기가 부른 참사다. 광주의 경우는 ‘공천이 당선’이란 공식이 들어맞았다. 공천이 당선으로 이어진 것은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 투표율을 들여다보면 참담하기 그지없다. 광주광역시의 투표율 37.7%는 민주당에 대한 실망을 대변해주는 수치다. 37.7% 전체를 득표했다 해도 대표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민주당에 실망한 시민 대다수가 투표를 포기했다. 이는 민주당 당선자들을 인정할 수 없다는 메시지다. 시장을 시장으로 인정할 수 없고 시·구 의원도 인정할 수 없다는 광주 시민의 속내가 37.7%에 담겨있다. 꽃다발과 축하 인사를 받기조차 민망할 정도다. 민주당의 추락은 그렇다 치자. 30% 정도의 지지율은 사실상 시정을 끌어갈 동력을 상실한 수치다. 시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시정, 그에 따른 상대적 낙후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의 참담한 현실은 대선 실패에도 ‘졌지만 잘 싸웠다’는 어처구니없는 행태가 빚은 참사다. 대선 패배는 민주당에 혁신이 절실하다는 메시지 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정신 차리지 못했다. 자기사람 심기 공천이 횡행한 것이 그 증거다. 대선 패배 직후 치러진 만큼 시민들에게 공천권을 돌려주었어야 했다. 현역 국회의원인 지역위원장들이 공천권을 시민 모두에게 돌려주었어야 했다.

지방선거의 핵심인 서울시장 공천조차 대선 실패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송영길 의원을 공천했으니 광주만의 문제는 아니다. 마땅한 당내 인사가 없으면 당연히 밖에서 수혈했어야 했다. 공모라도 했어야 했다. 삼척동자도 ‘낙선 카드’로 보는 송영길을 서울 시장에 공천하는 바보짓은 결국 지방선거 전체를 망치는 결과로 이어졌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자의 공천은 사실상 외부 수혈 ‘카드’였다.

냉철히 되돌아보면 현재의 민주당은 과거 호남이 열렬히 지지하던 그 민주당이 아니다. 호남이 지지하던 그 민주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의 민주당에는 ‘김대중’이 보이지 않는다. 겨우 ‘동교동’의 막내 정도인 이낙연과 설훈 만 희미하게 보일 뿐이다. 호남인들이 “우리 민주당”이라 부르며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열렬히 지지할 동력 자체를 상실했다. 노무현과 문재인 대통령으로 이어지면서 DJ가 보이지 않는 민주당이 돼버렸다.

호남은 노무현과 문재인을 DJ의 뒤를 잇는 인물이란 이유로 열렬히 지지했다.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호남은 민주당의 ‘변방’으로 밀려났다. 안철수의 열린우리당 바람으로 일거에 세대교체가 이루어진 탓이다. 민주당의 상징적 인사들이 대부분 사라졌다. 이낙연의 대선 실패는 현재의 민주당에 DJ의 색깔이 거의 사라졌음을 상징하는 ‘사건’이다. 오직 노무현과 문재인의 색깔만 선명할 뿐이다.

이제 호남은 민주당을 냉정한 눈으로 지켜볼 것이다. DJ의 민주당을 보는 따뜻한 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민주당이 호남의 사랑을 다시 받는 길은 DJ가 보이는 당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책임 공방은 지리멸렬로 가는 지름길이다. 국민 눈에 ‘내로남불’로만 비칠 뿐이기 때문이다. 박지원과 유인태 전 의원의 이름이 회자되고 있다. 그들에게서는 DJ가 보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에도 아직 희망은 있다.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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