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편집위원장

“우리나라 행정력은 3류, 정치력은 4류, 기업경쟁력은 2류.” 27년 전(1995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베이징 주재 한국 특파원 오찬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촌철살인(寸鐵殺人)이다. 국민적 공감을 불렀다. ‘변해야 산다’는 말이 유행어가 됐다. 불과 10년 전 국제그룹이 전두환에게 밉보여 사라졌다. ‘세계화’를 내세운 김영삼 정권은 다행히 이 회장의 발언에 불쾌한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그 뒤 ‘마누라 빼고 다 바뀐’ 삼성은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현대·LG·SK·한화 등도 삼성의 뒤를 이어 성장 가도를 걷고 있다. 

기업 경쟁력은 놀라울 정도로 발전했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정치도 김영삼·김대중·노무현으로 이어지며 민주화와 남북교류가 이어지는 등 발전의 역사를 써 내렸다. 하지만 이명박과 박근혜로 이어지면서 후퇴의 역사를 썼다. 민주화도, 남북문제도. 구속과 탄핵이란 치욕적 역사를 썼을 뿐이다.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정권은 역대 어느 정권보다 민주적이었다. 남북문제 해결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하지만 부동산에 덜미 잡혀 무너졌다. 보수언론이 앞장섰다. 정치는 물론 경제적 발전에 대한 국민적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결과다. 하지만 윤석열 정권은 장관급 인사도 끝나지 않아 추락하고 있다. 전혀 준비가 안 된 정권이란 증거다. 무턱대고 민주당 정권의 그림자 지우기에만 몰두하고 있으니 당연하다.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에 ‘올인’한 보수언론마저 정권 비판에 나선 모습이 우습다. 검사 출신들로 도배를 하고 있다. 대통령인지 검찰총장인지 헷갈린다. 아는 것이 검찰 뿐이니 이해는 한다. 걱정은 나라의 장래다. 취임 초기에 지지도가 30% 턱걸이를 하고 있다. 벌써 국민들의 실망을 사고 있음은 물론이다. 인사가 만사다. 국정 전반에 검사 출신들만 기용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검찰 공화국으로 만들 기세다. 걱정이다.

윤석열 정권의 실패는 대한민국의 역사 후퇴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 정권의 실패는 민생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코로나 19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2중 파고로 세계정세가 불안하다. 정세불안이 경제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냉전체제로의 회귀 조짐으로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러시아-중국-이란-북한 등과 서방세계의 진영 대결이 현실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식량과 연료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겨울이 코앞이다. 그때 가서 대책을 마련하느라 서두르면 이미 늦다. 안타까운 것은 대한민국이 세계적 위기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책이 있을 리가 만무하다. 

세계 각국이 위기 대응에 고심하고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 대통령은 취임 두 달이 지나도록 인사조차 마무리 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만 바라보고 있는 정부가 한심하다. 실망스럽다. 여당인 국민의 힘도 대통령 눈치만 보며 세월을 보내고 있다. 

세계적 위기의 시대다. 능력은 위기의 시기에 드러난다. 허송세월하지 않아야 한다. 당선이 기쁨인 시간은 지났다. 어려운 시대를 뚫고 나아갈 시간이다. 야당과의 협치도 좋은 방
법이다.

제헌절인데도 국회는 멈춰 서있다. 세계가 불안에 떨고 있는데도 대한민국은 권력다툼으로 허송세월 하고 있다. 언제 정부 인사가 마무리 될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 국회 정상화도 가물가물하다. 정치의 기본은 더울 때 겨울 걱정하고 풍년에 흉년 걱정 하는 것이다.

지난 정권 꼬투리 잡기가 중한가? 위기의 시대를 돌파하는 것이 중한가? 미래로 나아가는 것이 중하다. 급하다. 국민은 불안하다.

물가가 치솟고 있다. 민생이 피폐해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벼슬하는 당신들은 더우나 추우나 물가가 다소 오르거나 말거나 걱정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들은 민생을 책임져야 한다. 전 정권 발목은 잡는 것은 중하지 않다. 코로나 19로, 세계적 경제난으로 국가 경제 여력이 많이 소모됐다. 다가오는 겨울 국민을 어떻게 배부르고 등 따숩게 할 것인가가 중하다. 인사가 만사다. 검사 공화국으로는 안 된다. 정권에 취해 세월 보내다 박근혜 정권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30%대 지지율은 국민의 경고다.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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