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타인의 기대나 칭찬, 격려로 능률이 정말 향상될까? 1968년 미국이 심리학자 로버트 로젠탈 (Robert Rosenthal)박사는 켈리포니아에 있는 어느 초등학교에서 이 학교 교장 레노어 제이콥슨의 도움을 받아 학기 초 한 가지 실험에 착수했다. 연구진은 무작위로 3개 반을 선발하고 교사들에게 그럴듯한 이야기를 했다. 학생들의 미래 발전 가능성을 예측하는 테스트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첫 테스트를 진행, 채점 후 각 담임에게 20%의 학생의 명단을 따로 주면서 이 학생들은 우수한 잠재력을 지닌 아이들이니 주시해서 관찰하라고 요구했다. 덧붙여 이 학생들의 잠재력이 뛰어나도 학생들에게 차별하지 말고 평소대로 가르치며 선발되었다는 사실을 모르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사실은 발전가능성이나 성적을 감안해 선발된 것이 아니라 무작위로 선발한 평범한 학생들이었다. 말로만 미래 발전가능성이 매우 높은 아이들이라고 한 것이다.

1년 후 로젠탈은 이 학교로 돌아가 다시 지능검사를 해 전에 검사했던 것과 비교했다.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 일반 학생들보다 잠재력이 있다고 귀띔한 학생들의 성장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잠재력이 높다고 한 학생들을 따로 과외를 시키거나 특별한 교육을 시키지 않았다. 다만 이 학생들에게 편견을 갖게 된 선생님은 좀 더 열성적으로 아이들을 돌보고 말 한마디 할 때 마다 얼굴표정이나 말투에서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행동을 보였다. 

교사의 격려가 아이들에게는 자신감을 주고 성공 가능성으로 이어졌다. 본능적으로 선생님이 나를 좋게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학생들은 선생님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열심히 노력을 하는 선순환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와 반대로 (여기서는 아니지만)아이에게 나쁜 자극을 주거나 잘못을 저질렀을 때 ‘네가 그럴 줄 알았다. 네 주제에’라고 하며 자신감을 건드리는 인상을 심어주면 부지불식간에 위축된다. 부정적 메시지를 보내면 아이는 놓치지 않고 날카롭게 읽어낸다. 이런 때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실험을 하면서 로젠탈은 하나의 확실한 결론을 얻게 된다. 학생에 대한 교사의 기대와 학생들에게 더욱 자신감을 심어준 것이 자신을 변화시키는 동력이 되었다는 것이다. 로젠탈은 ‘피그말리온 현상’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심리학에서는 ‘로젠탈 효과’ 또는 ‘기대 효과’ 라고 부르기도 한다. 긍정적 관심과 기대가 학생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쳐 성적이 향상되는 효과가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이 효과를 통해 본다면 본질적으로 인간의 감정과 관념은 어느 정도 타인의 영향이 크게 작용함을 알 수 있다. 즉 사람은 자기를 좋아하고 흠모하고 믿어주고 격려하는 사람의 영향을 받는다는 증거다. 

로젠탈 효과는 특별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갖는 기대, 또는 다른 사람이 나에게 갖는 기대를 말한다. 특히 다른 사람이 나에게 갖는 기대의 경우는 자기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본능을 요구한다.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기대를 하고 바라는 바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므로 우리 마음에는 작은 만족감이 생기고 스스로 기대감이 부풀게 된다. 이런 긍정적 감정을 나타내기위해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자신을 형상화하고 그 사람의 기대에 벗어나지 않으려는 모습으로 변한다. 

구소련에서 실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병력 부족으로 인해 죄를 짓고 수감되어있는 죄수들을 동원해 전선에 투입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죄수들을 훈련을 시켜 전선에 투입한다고 해도 탈영을 하거나 적극적으로 전투를 할지는 의문 이었다. 그때도 훈련 교관이 조교와 심리학자가 합동으로 훈련시킨 결과 상당히 좋은 전투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훈련기간에 심리학자들은 지나친 설교 대신에 매주 자기가 가장 사랑하고 그리운 사람에게 편지를 쓰라고 했다. 편지 내용은 심리학자가 써준 내용을 베껴 쓰라고 하면서, 어떻게 수감생활을 잘 이행하는지, 어떻게 자신이 잘못을 반성하고 새사람이 되어 가는지 등이었다. 수감자들은 정성껏 베껴 써서 자신을 가장 아껴주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내게 했다. 

약 3개월간의 훈련과 정신교육을 받고 전선으로 출발했고 심리학자들이 지속적으로 관리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편지 내용도 바꿔가며 자신이 지휘관의 명령에 얼마나 잘 따르며 전투에서도 얼마나 용감하게 잘 수행하고 있는지 등으로 바뀌었다. 그들은 전선에서 편지에서 말한 대로 정규군과 마찬가지로 지휘관의 명령 하에 용감하게 잘 싸우고 있었다. 오히려 정규군보다도 규율을 잘 준수하며 충실하게 업무 수행을 해냈다. 

전쟁이 끝난 후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심리를 유도한 훈련을 일컬어 ‘라벨 부착 효과’라고 불렀다. 이런 심리효과도 방법은 조금 다르나 동기부여 차원에서 보면 로젠탈 효과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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