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돈이 많으면 사람이 살아가는데 자유로운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돈의 위력을 잘 나타낸 말이 전가통신(錢可通神), 즉 돈이 많으면 귀신과도 통할 수 있다는 말이다. 

요즘말로하면 유전무죄 무전유죄다. 당나라 때 장연상(張延賞)이란 벼슬아치가 공부도 많이 하고 행정 능력도 인정받아 벼슬길이 비교적 순탄했다. 그가 하남 부윤 지방관으로 있을 때 해결하기 곤란한 일이 발생했다. 이 사건을 처리해야 하는데 황제의 친척과 고위관직을 지낸 향토인사들 즉, 지방 유지들이 연루되어 처리하기가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장연상은 지금 일을 잘 처리하면 앞으로 더 올라갈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하고 사건에 혐의가 있는 사람들을 모두 잡아들이도록 했다. 그런데 측근들이 말리면서 말하기를 이 사람들은 고위직과 항상 내통하고 있으므로 처벌하기가 곤란하다고 충고한다. 장연상은 단호하게 거절하면서 잡아들이도록 명령했다. 명령이 내려진 다음날 부윤의 책상위에 한통의 문서가 도착해 있었다. “삼만 금을 바칠 테니 이 사건을 마무리 합시다.”는 내용이었다. 

장연상은 보자마자 단호히 내팽개쳤다. 다음날 다시 한 장이 날아왔다. ‘십 만금’을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결국 그 돈을 은밀히 전해 받은 장연상은 사건을 흐지부지하게 끝내버렸다. 뒷날 어떤 사람이 장연상에게 “그렇게 단호하고 엄하던 당신이 무엇 때문에 그냥 넘어가시오”하고 묻자. “십 만금 이면 귀신과도 통할 수 있는(錢)可通神) 큰 돈 인데 세상에 못할 일이 어디 있겠소. 또한 이 돈을 받아들이지 않고 거절하면 그 돈을 이용해 나를 해치지나 않을까 염려되어 그냥 넘어갔소.” 하고 당연하다는 듯 답했다. 마침내 그도 돈 앞에서는 자유롭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사마천(司馬遷) 사기(史記) 열전에 돈이 많았어도 적재적소에 쓰지 못해 아들을 죽이고 만 이야기도 있다. 월왕 구천의 책사였던 범려는 월나라가 오나라를 이겨 정상적으로 정치가 안정되자 짐을 꾸려 도 지방으로 이사를 했다. 거기서도 큰돈을 벌어 재산이 많은 부자로 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세 아들 중에 둘째가 초나라에 가서 감옥에 갇혀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는 사형에 해당되는 중 범죄자였다. 

많은 황금을 수레에 싣고 스무 살 남짓 되는 막내아들을 보내려고 했다. 범려의 생각은 이 막내가 가야만 둘째 아들을 살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40에 가까운 장남이 부친의 신임을 받지 못한 것에 서운해 하며 자기가 가겠다고 나선다. 보내지 않으면 아버지가 경시하는 세상은 살 필요가 없다고 단호하게 어필한다. 하는 수 없이 장남을 보내면서 신신당부를 한다. 

동생이 갇혀있는 나라에 당도한 장남은 아버지의 부탁대로 명망 있는 관리를 찾아 아버지의 편지와 황금 수레를 전달했다. 그 관리는 조정에 들어가 임금을 설득해 대사면(大赦免)령을 내렸다. 물론 그 속에는 범려의 차남도 끼어 있었다. 장남이 빈손으로 돌아오면서 소문에 들으니 전국에 사면령이 내려졌다는 것을 알았다. 바로 뒤돌아서 황금을 건넸던 그 관리 집 근처에서 배회하고 있었다. 그 관리에게 준 돈이 아까웠던 것이다. 

그 돈이 아까워 얼쩡거리는 그 아들을 보고 그 관리는 황금을 내어주고 곧바로 들어가 중범죄자는 처단해야 된다고 말하자 범려의 차남을 잡아 사형을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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