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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山칼럼] 죽음과 시간은 동전의 양면인가?정운 목사
영광군민신문 | 승인 2022.08.28 15:59 |

”밥을 먹을 때 세월은 밥그릇 안에서 지나가 버린다. 침묵하고 있을 때 세월은 두 눈동자 앞으로 지나가 버린다. 세월이 바삐 감을 깨닫고 손을 뻗어 막으려 하면 세월은 어느새 손끝을 스치고 지나가 버린다. 내가 침상에 누워있을 때는 내 몸 위를 넘어가버리고, 내 발끝으로 날아가 버린다.

중국 칭하대 교수이자 시인인 쭈즈칭(朱自淸)의 산문 ‘총총(悤悤)’에서 “얼굴을 가리고 한숨을 짓지만, 그러나 새로운 날의 그림자는 그 한숨 속을 번쩍하는 시간에 지나가 버립니다.“리고 썼다. 세월의 무상함을 감각적으로 잘 표현한 글이다. 우리에게 귀한 시간과 세월을 낭비하고 있지는 않는지를 묻게 한다.

하이데거는 인간은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도 아니고, 죽고 싶어서 죽은 것도 아닌 우연히 ‘세상에 내 던져진(피투성이) 존재자’이고 죽음을 향해 가고 있는 개별적인 존재라고 설파했다. 시간은 흐른다.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 현재는 바로 이 순간이며,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이러한 시간 속에서 인간은 존재한다. 하지만 인간이 없었어도 시간은 계속해서 흐를 것이다. 왜냐하면 시간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변화가 없으면 시간은 없다”라고 운동과 변화로써 시간을 설명했다. 뉴턴은 “시간은 신의 기관이다”라고 말하면서 세계가 존재하기 이전부터 시간은 흐르고 있었다고 말한다. 칸트는 “시간은 직관의 형식이다”라고 객관적인 시간을 주관적인 것으로 끌고 들어왔다. 하지만 주관이 객관을 구성한다면서 시간을 다시 객관적인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러한 객관적인 시간 속에서 사람들은 영원한 현재를 산다.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인간은 오직 현재만을 살고 있는 존재다. 하이데거는 시간을 “현존재가 존재방식을 드러내는 지평”이라고 말한다. 간단히 말해서 현존재는 시간의 관점에서 보아야만 그 존재방식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즉 현존재의 실존은 근본적으로 ‘시간성’이라는 것이다. 현존재에게 과거·현재·미래는 뒤엉켜 있으며, 시간은 과거에서 현재로, 현재에서 미래로 직선적으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과거·현재·미래는 상호 의존적이고 동시적이라는 것이다.

시간은 무한한 과거로로부터 시작되었고 무한한 미래로 이어진다. 이처럼 객관적인 시간은 무한하다. 그런데 인간은 어느 순간에 태어나고 어느 순간에 죽는다. 그래서 현존재의 시간성은 유한하다. 즉 시간은 무한하지만 시간성은 유한하다. 그런데 하이데거는 현존재가 현재를 초월하여 미래로 자신을 투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현존재는 죽음을 미리 앞서가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이데거는 “죽음을 자각하는 자만이 일상성에서 벗어나 본래적인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합니다. 죽음에 대한 경험을 미리 함으로써 자신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대부분은 아무런 생각 없이 살아간다. 먹고 자며 그냥 그렇게 산다. 사람들과 잡담이나 하고 쓸데없는 호기심으로 여기저기 새로운 대상을 찾아다닌다.

그러면서 자신이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 자신에게 진짜로 중요한 게 뭔지, 그런 것은 생각해보지 못하고 산다. 그러면서도 타인의 시선은 의식한다. 그래서 승진도 하려하고, 좋은 학교와 좋은 직장 가려고 하고, 사회적 명성도 얻으려고 아등바등 거리며 사는 것이다. 어떨 때는 돈을 벌려고 악다구니를 쓰기도 한다.

그런데 갑자기 우리가 암에 걸려서 1년 밖에 살지 못한다는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고 하자. 그때야 우리는 “내가 누구인가?” “나에게 무엇이 중요한가?” “내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가?” 이런 것들을 질문하게 된다.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직시하여야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으려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죽음을 –미리- 앞서- 봄’의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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