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라흐 효과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노벨 화학상을 받은 독일의 화학자 오토 발라흐(Otto Wallach)의 경험을 체계화시킨 효과로 명명된 용어다. 발라흐가 중학생시절에 그의 부모들은 문학가가 되기를 원했다. 그러나 생각지도 않게 선생님이 부모님에게 보낸 평가서는 “발라흐가 공부는 열심히 하는데 융통성이 없고 특히 문학 창작력이 약합니다.”라는 평을 해서 통신문을 보냈다. 그래서 문학가를 제쳐두고 유화를 그리는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다.

발라흐는 예술 쪽에도 재능이 부족했고 기본적인 색체감각이나 기본기와 이해력이 또래 아이들보다 떨어지는 편이었다. 선생님들이 평가한 것은 더욱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이었다. “너는 화학 예술 방면에 어떠한 성과도 남기지 못할 거야.”라는 저주에 가까운 평가를 하기도 했다.

발라흐 부모는 뜻밖의 평가서를 받아보고 절망감을 느꼈다. 그러나 화학 선생님만은 꼼꼼하게 화학실험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고 그에게 화학 공부를 권했다.

전혀 예상치도 않았던 화학 분야에서 발라흐의 재능은 발휘되었고 열정을 가지고 공부한 결과 22세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박사학위를 얻었다. 더욱 정진(精進)하여 나중에는 노벨상까지 거머쥐는 세계적인 화학자로 발돋움 할 수 있었다.

이렇게 인간에게는 누구든지 지적(知的) 능력 발달은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강함과 약한 부분을 지니고 있다. 일단 자기의 지적 능력의 최고점을 찾으면 숨어있는 재능을 충분히 발휘 할 수 있고, 따라서 놀라운 성과가 뒤 따르게 되어있다. 이렇게 자기의 강한 면을 찾아내 능력을 발휘하는 것을 ‘발라흐 효과’라고 한다. 발라흐 효과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 양념으로 등장하는 것이 ‘나무통 원리’이다.

나무통 원리는 미국의 관리학자 로렌스 피터(Laurence J. Peter)가 가장 먼저 제기한 이론이다. 이 이론의 교훈은 나무통하나에 얼마나 물을 담을 수 있는지를 말하면서 물을 담을 수 있는 양은 긴 나무토막이 아니라 가장 짧은 나무토막이 기준이 된다는 이론이다. 그래서 이 이론을 ‘짧은 나무토막의 원리’라고도 한다.

얼핏 보면 발라흐 효과와 나무토막의 원리는 서로 상반되는 원리처럼 느껴진다. 즉 단점을 보완하면서 강점을 관리해야 하는, 즉 현실에 적용하기가 매우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강점을 살리란 말인가, 아니면 단점을 보완하라는 말인가 헛갈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 두 가지는 모순되어 보이지만 활용하는 범위만 다를 뿐이다.

나무통 원리는 일종의 관리학 이론에서 조직관리에 많이 사용되며 조직에서 뒤쳐지는 위치에 있는 부분에 중점을 둔다. 반면에 발라흐 효과는 개인 능력관리에 많이 이용되며 개인의 발전에 장점을 더 강화하고 약점을 피하는 것에 더 치중한다. 그러므로 나무통 원리를 이용하여 개인의 발전을 지도하면 자신의 재능이 부족한 부분에도 힘을 쏟게 되므로 다재다능한 인재를 키워 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현대사회에 세분화 되어가는 현실에서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인재는 디테일한 재능을 가진 전문가를 원하는 사회가 되어버렸다.

20세기 중후반 과학기술의 발전이 눈부시게 일어날 때 세계적으로 우수한 기술자들이 많이 나왔다. 그 많은 기술자들 중에서 빌게이츠나 스티브 잡스가 과학 분야에서 명성을 떨치고 부를 축적할 수 있었던 원인은 어디에 있었는가? 일찍이 IBM이 독점하던 시대에 빌 게이츠는 IBM 같은 우수한 머리들이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곤경에 처해있다는 것을 감지하였다. 그에게는 미래의 트랜드를 파악할 줄 아는 안목이 있었고 기술력 또한 강한 자신감과 배짱이 있었다.

그는 그의 경쟁자보다 미래에 도래될 과학기술의 진행방향에 더 집중하였다. 그 결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시장 방향에 대한 주도권을 가질 수 있었고 기술의 디테일한 부분은 이 방면에 전문가인 그린버드에게 맡겼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동료들은 빌 게이츠의 기술이 그를 우세하게 했다고 모두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 그는 언제나 정확하게 문제를 제기했고 모든 과정의 세부 사항까지도 다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빌게이츠의 주도아래 신제품을 개발했으며 끊임없이 시장요구에 새로운 가치를 내놓을 수 있었다. 이렇게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빌 게이츠의 미래 정세파악과 정확한 분석, 그리고 자신만의 전략적 안목을 과감하게 추진하여 정교한 시장위치와 품질 혁신을 이루어 나갔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미래의 방향을 보는 안목이 있었으며 무슨 일을 추진하고자 할 때는 자기 생각을 대담하게 말하고 자기 정체성을 지켜 액션을 취했다. “끈을 자르지 말고 매듭을 풀어라”라는 말이 있다. 만약 자신의 선택에 대한 자신감이 어정쩡하다면 천재적인 재능이 있다고 해도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그러나 변함없이 꾸준한 자신의 신념을 가지고 노력한다면 성공은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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