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대통령 중심제 국가다. 그 권한은 가히 무소불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권한엔 책임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대통령이 누구냐에 따라 나라가 발전할 수도, 퇴보할 수도 있다. 민주화 이후, 윤석열 이전 우리는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등 6명의 대통령을 만났다. 무소불위에 가까운 권력을 누린 대통령들이지만 퇴임 후가 그다지 행복하지 못했다. 대통령 노릇을 하기가 그렇게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 역사다.

경칭은 생략한다. 김영삼·김대중은 아들들의 비리가 있었으나 대한민국 민주화의 아이콘이다. 특히 김대중은 남북의 창을 열어 제친 위대한 업적과 노벨상 수상이란 빛나는 역사를 썼다.  노무현은 퇴임 후 자진, 박근혜는 탄핵, 이명박은 17년 형을 선고 받고 수감 중이라는 흑역사를 썼다. 윤석열 정권은 문재인을 죄인으로 만들지 못해 안달이다. 기억컨대 문재인 만큼 권력 사용을 자제한 대통령은 없는데도 말이다.

문재인에게 죄가 있다면 ‘깜’이 아닌 윤 대통령을 발탁한 것이다. 대한민국의 자칭 ‘보수’세력은 박근혜 탄핵으로 지리멸렬했다. 국민의 힘은 내세울 대통령 후보조차 없었다.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언론은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고 당선까지 시켰다. 하지만 3월 9일 당선된 윤 대통령에게서 아직 ‘대통령다움’을 찾아볼 수 없다. 시간이 가면 나아지겠지 하는 기대조차 할 수 없다. 시간이 갈수록 실언, 혹은 망언이 잦아지고 있어서다.  

이제 나라 안에서의 말은 그러려니 하고 지나칠 수 있다. 하지만 외교무대에서의 실수나 실언은 심각한 결과를 낳는다. 국격과 국익에 심각한 손상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을 소 닭 보듯 해버렸다. 미국은 세계 최강국이다. 한국에게 미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친해야 할 나라다, 안보는 물론 경제적 측면에서도 그렇다. 하원 의장은 그런 미국의 예산을 손아귀에 쥐고 있다. 시쳇말로 대통령이 버선발도 뛰쳐나가 영접해야 할 국빈이다. ‘휴가중’이란 핑계로 만나지 않은 것은 심각한 후유증을 부를 것이다.

대통령이 최우선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당연히 국익이다. 국익이 우선인지, 휴가가 우선인지도 판단하지 못하는 대통령 ‘리스크’의 끝이 어디일지 불안하기 짝이 없다. 불안하기는 정부도 마찬가지다. 영국 황실 조문 실수,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회담 무산은 외교 참사다. 기시다 일본 총리와의 만남은 전 국민에게 굴욕을 안기기에 충분하다. “하도 사정해서 잠간 만나줬다”는 일본 측의 말은 전 국민의 자존심에 큰 상처만 입힌 결과만 초래했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나라를 대표하는 최고 책임자다. 다른 나라의 대표가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때 이들을 맞이하며, 외국과 조약을 맺는 등의 외교 활동을 해야 한다. 다른 나라를 방문해 국익을 위해 여러 가지 활동도 해야 한다. 나라의 안전을 책임지는 것은 물론이다. 나라의 장래와 국민의 생활을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교 무대애서 ‘이 새끼, 저 새끼’란 말을 내뱉는 대통령의 모습은 국민에게 실망과 좌절을 안기기에 충분하다. 

과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의 ‘도보다리’ 회동은 국민에게 엄청난 감동과 희망을 안겼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남북의 창을 열었다. 6·15 공동선언으로 통일의 기반을 닦았다. 외교적 성과다. 윤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과 한다는 ‘회담’은 48초로 끝났다. 스치면서 인사한 것도 ‘회담’인가? 일본 총리와 ‘회담’했단다. 일본 측은 “하고 만나달래서 만나준 것”일 뿐이란다. 외교가에서 말하는 회담은 아니라는 것이다.

나라 안은 어떤가? 정부 요직은 검사들로 도배했다. 검찰공화국이다. 구두 신고 수해 현장에 나타났다. 영부인 리스크는 예상대로다. 청와대 이전으로 인한 잡음은 그치지 않고 있다. 청와대에는 있고 ‘용산’에는 없는 것들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이를 채우려면 엄청난 비용을 수반한다. 불편할 것은 물론이다. 그래도 국민의 힘 정치인들은 “이xx 저xx라고 하지 않았다” 면서 아부하기 바쁘다. mbc가 대통령의 발언을 왜곡 보도했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손 보겠다’고 나선 것이다. 기가 막힌다. 대통령 리스크를 걱정하는 국민의 소리와 달라도 너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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