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주의는 무신론적 실존주의와 유신론적 실존주의로 구분한다. 무신론적 실존주의는 말 그대로 신을 믿지 않는 실존주의이고 유신론적 실존주의는 신을 믿는 실존주의이다. 무신론적 실존주의자로는 니체-하이데거-사르트르가 있고, 유신론적 실존주의자로는 키에르케고르와 야스퍼스가 있다.

19세기 덴마크의 철학자인 키에르케고르 실존주의의 선구자로 평가 받고 있다. 그는 평생을 불안과 죽음에 대한 공포 속에서 살았다. 자신의 불안과 공포를 기독교의 하나님을 통해서 극복 내지는 대면하려고 노력했다. 불안과 공포, 신앙심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이상한 조합으로 나타난 철학이 바로 그의 실존주의라고 말할 수 있다.  

키에르케고르는 실존을 3단계로 이야기한다. ‘심미적 실존-윤리적 실존-종교적 실존’이다. 심미적 실존의 단계란 아름답고 쾌락적인 것을 찾아다니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단계에서는 ‘만족’이 없다. 끝없이 새로운 쾌락을 찾아다니지만 결국은 만족을 못한다. 베를린 대학으로 간 그는 ‘이것이냐 저것이냐’ ‘공포와 전율’ ‘불안의 개념’ ‘죽음에 이르는 병’ 등의  책들을 쓴다. 그리고 기독교에 헌신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이때부터가 바로 ‘종교적 실존의 단계’이다.

키에르케고르의 삶은 불행했지만 서양철학사에서는 왜 그를 그토록 중요시할까? 그가 완전히 다른 새로운 철학체계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키에르케고르는 절망을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고 한다.  어떤 인간들은 자신이 절망에 빠져있는지조차 모른다. 이들은 외부에 있는 아름다운 것들을 탐닉하지만 대상은 끝없이 바뀐다. 탐닉(욕망)에는 끝이 없다. 이것을 ’무지의 절망‘이라고 한다. 

키에르케고르는 인간은 이러한 절망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절망을 견딜 수 있는 방법은 있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신(神)을 통해서란다. 그래서 절망의 반대말은 ’희망‘이 아니라 ’신앙‘(신을 믿음)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신은 정말로 존재하는 것일까? 

키에르케고르는 주관적 진리에 대해서 말한다. 예컨대 신이 존재한다는 것은 주관적 진리라고 말할 수 있다. 그는 주관적 진리는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적으로 믿어지는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진리는 증명도 불가능하고 따라서 확실하다고도 말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주관적 진리를 진리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내가 그것을 믿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서 객관적 진리는 참이라는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내가 믿지만, 주관적 진리는 내가 믿기 때문에 참이라는 것이다. 

키에르케고르에게 신을 믿는다는 것은 주말에 교회를 나가고, 십일조를 내고, 적당히 봉사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어느 날 자신의 하나밖에 없는 어린 아들 이삭을 제물로 바치라는 하나님의 계시를 받은 아브라함이 가졌을 ’공포와 전율‘을 상상해보라고 말한다. 
아브라함은 아들을 제물로 바칠 모리아 산으로 가는 3일 동안 온갖 의심이 다 들었을 것이다.

‘신이 정말로 존재하는지’ ‘신의 명령을 따르는 것이 옳은지’ 등 오만 생각이 다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또 다시 절망에 빠졌을 것이다. 하지만 아브라함은 아들 이삭을 제물로 바치기로 결단을 한다. 칼을 뽑아 들고 아들의 목숨을 끊으려는 순간에 천사가 나타나 그를 말린다. 이처럼 신이 존재한다는 진리는 이러한 목숨을 건 결단을 통해서 얻는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불안한 이유는 선택의 자유 때문이고, 우리는 자유가 있기 때문에 결단을 내릴 수 있고 결단을 내림으로써 신을 믿을 수 있다. 인간은 결단을 통해서 신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있고 그러한 믿음을 통해서 절망을 대면할 수 있으며 그것이 바로 종교적 실존이다. 

영광군민신문  news@ygweekly.com

<저작권자 © 영광군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