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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일의 법칙(法則) 이야기<200>공평한 세상 오류
영광군민신문 | 승인 2022.11.22 11:17 |

스위스의 심리학자이자 철학자이며 자연과학자인 장 피아제(Jean Piaget)는 어린이에 대한 연구를 자기 두 딸의 크는 과정을 통해 인지발달 과정을 심도 있게 질적으로 깊이 연구한 비범한 학자다. 그는 어린이들이 이름을 현실의 일부로 여긴다며 이를 ‘이름에 따른 실제’라고 했다. 이런 현상은 어린이뿐만 아니라 성인에게서도 자주 나타난다고 한다. 사람들이 자신과 같은 이름의 사람이나 첫 글자만 같아도 무언가 끌리는 경우를 본다. 이런 것들이 이름에 따른 실제가 있기 때문이다.  

피아제는 어린이들이 생명이 없는 사물들도 살아있는 것처럼 여기는 애니미즘이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인간이 아닌 것 들을 인간으로 의인화하여 생각하는 것이 마음속에 의인화시켜 보기 때문이다. 이런 애니미즘과 의인화역시 어른이 되어서도 가지고 있다고 보았다. 더 나아가 어린이들은 ‘나쁜 짓을 하면 그 대가로 벌을 받는다’고 생각하며 ‘자연이란 조화를 이루는 일체로 물리적 법칙과 마찬가지로 도덕적 법칙을 따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므로 인간들은 불행한 사고를 당하면 자신이 받은 업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내재적 정의라고 했는데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보이는 현상들이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을 보면 어딘가 부주의로 일어났을 것이며, 가난하게 사는 사람들은 노력을 하지 않은 게으른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고, 이승에서 좋은 일을 했는데 상응하는 대접을 받지 못했으면 저승에 가서 보상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이나 믿음을 가졌을 때 ‘믿음의 오류’라고 하며 다른 말로 ‘공평한 세상 가설’이라고도 한다.  

다른 사회심리학자 멜빈 러너(Melvin Lerner)는 《공평한 세상에 대한 믿음 :근본적 망상》이라는 책에서 이 오류는 ‘피해자 탓하기’로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이 슬로건’이라 할 수 있다고 했다. 인과응보나 자업자득이라는 말을 자주 쓰다보면 이런 오류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세상이 공정하다는 믿음은 텔레비전 드라마를 통해 많이 볼 수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 마르쿠스 아펠은 드라마와 코미디를 즐겨보는 사람들은 뉴스와 다큐멘터리를 보는 사람에 비해 세상이 정의롭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고 말한다. 아펠은 픽션이 시적 정의라는 주제를 끊임없이 우리 뇌에 주입함으로써 세상이 전반적으로 정의롭다는 다소 낙관적인 감정으로 인식하도록 만드는데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시적 정의’는 시나 소설 속에 등장하는 권선징악과 죄를 지으면 돌려받는다는 인과응보의 사상으로 17세기 후반에 영국의 문화 비평가 토마스 라이머(Thomas Rhymer)가 쓰기 시작한 말이다. 그는 극의 행위가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마도 그럴 것 이라는 생각과 합리성을 갖고 도덕적 훈계와 어떤 사실에 실제로 예를 들어 증명하는 것처럼 교훈을 주어야 하며 인물들이 이상형이거나 그들 계층의 일반적인 대변자로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심리학자 웨인 다이어(Wayne Dyer)는 세상은 공평하다고 믿는 사람에게 이렇게 말한다. “세계가 언제나 모든 것이 공평하다고 지어졌다면 어떤 생명체도 단 하루도 살아남을 수 없다. 새는 벌레를 잡아먹어서는 안 되며 누구도 자기 욕구를 충족할 수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심리학자 폴커 키츠와 마누엘 투쉬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51가지 심리학》에서 더욱 적극적이다. “세상이 공평하다는 믿음을 단호히 떨쳐버려라. 때론 누군가 이유 없이 횡재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노력하고도 손해를 보기도 한다. 세상에는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것들이 너무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당장 잘못한 것도 없이 피해를 보는 것 같아도 언젠가 이유 없이 이득을 볼 수도 있다. 나에게도 언제든 예기치 못한 불행이 찾아올 수 있다고 생각하면 타인의 불행을 지켜보면서 함부로 그 원인을 당사자에게 돌리지 않게 된다. 그럴 때 불공정한 민낯을 제대로 볼 수 있고, 우리가 바꿔 나갈 수 있는 것을 하나씩 바꿔 나가면서 인생의 많은 부분들을 조금 더 정의롭게 꾸려 나갈 수 있다. 어쩌면 ‘세상의 오류’를 내려놓을 때에만 우리는 공평한 세상으로 한걸음 나아가는 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보면 인과응보니 자업자득이니 하는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는 권선징악을 대변하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을 작가나 제작자들에게 시청자들이 암묵적으로 요구한다고 한다. 제작자도 상업적 방송을 하려다보니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시청자들의 요구대로 악(惡)의 초라한 모습으로 결말을 본다. 
공평한 세상을 만들려면 2500년 전에 나온 고전 《논어(論語)》 〈이인(里仁)편〉에 교훈이 담겨있다. 군자회덕(君子懷德) 소인회토(小人懷土) 군자회형(君子懷刑) 소인회혜(小人懷惠) 직역하면 “군자는 덕을 편안하게 여기고 소인은 고향을 편안하게 여긴다, 군자는 법을 평안하게 여기고 소인은 혜택을 편안하게 여긴다.”는 말이다. 

여기서 군자와 소인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군자는 자기에게 잘못이 있으면 당연히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면에 소인은 물질적인 이익을 먼저생각하면서 자기에게 잘못이 있어도 감추다가 들통이 나도 처벌대신 은혜를 베풀어주기를 바란다. 군자는 덕을 베풀려고 하는데 소인은 편히 살 방책을 먼저 생각하고 군자는 법도를 지키려하는데 소인은 온갖 지인을 동원해 법을 위반하고도 피해가려고 한다. 애초에 죄를 짓지 말아야하는데 혹 잘못이 있으면 형벌 받기를 주저하지 않아야 시대의 리더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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