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_회사원

사람이 어떤 결정을 하거나 상대에게 승낙을 하면 취하는 행동이 자신도 모르게 기존의 약속에 따라하게 되는데 이렇게 진행되는 것을 ‘대답 일관성의 원리’라고 부른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인간의 본성이 아니라 사회심리학적 규범에서 나온다고 한다. 일반적인 가치관으로 보면 사람이 자신의 관점을 지키지 못하면 표리부동(表裏不同)한 사람 즉 겉과 속이 다른 이중인격자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떤 결정을 하면 그 결정에 집착하는 행동들은 간단하면서도 기계적인 행동으로 사회생활을 하기 때문이다.

심리학자 토마스 모리아티는 경마장의 도박꾼들에게서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한다. 어떤 도박꾼이 자신이 고른 말에 판돈을 걸면 그는 곧 이 말에 대해 자신감을 갖는 동시에 반드시 최고의 말로 굳게 믿게 된다고 말한다. 이를 증명하기위해 한 가지 실험을 했다. 

바닷가에 놀러온 관광객을 상대로 20명의 실험 참가자를 모은 후 한 연구원을 도둑으로 위장시켜 바닷가로 내보냈다. 그리고는 그가 선택한 관광객 앞에서 자고 있는 또 다른 관광객의 지갑을 하나씩 훔쳐가도록 했다. 물론 잠자는 관광객도 연출된 연구원이었다. 그 결과 20명의 참가자 중 4명만이 용감하게 도둑을 제지했다. 

다시 실험 내용을 바꿔서 진행했다. 피해 관광객으로 가장한 연구원은 잠들기 전 피 실험자에게 자신의 지갑을 지켜달라고 간단한 부탁을 했다. 피 실험자는 승낙했고 나중에 도둑이 등장했다. 이번에는 20명의 참가자중 19명이 용감하게 도둑의 절도행위를 제지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모리아티는 우리들이 무엇을 결정을 하면 위험을 감수 하면서도 취하는 행동들이 나도 모르게 이미 한 약속에 따라 진행되는 것을 발견했고 이런 일을 ‘대답의 일관성의 원리’라고 불렀다. 

일상생활에서 대답 일관성의 원리는 사람을 설득하는 일을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많이 이용된다. 그들은 가장 먼저 우리를 유인해 어떤 행동을 취하게 하거나 또는 어떤 일에 대해 견해를 밝히게 한다. 그 후 다시 과거와 똑같은 압력을 이용해 우리가 그들의 요구에 굴복하도록 유도한다. 그렇게 하고 판매를 하게 되면 반품할 확률이 현저하게 떨어지며 구매자도 그 물건의 용도를 알려고 노력하며 필요한곳을 찾아 요긴하게 사용한다.

인간은 누구나 다른 사람에게 자기의 허점이나 나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약속을 하면 이를 지키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지키려고 애쓴다. 예를 들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담배를 끊겠다고 약속을 하면 모든 사람들이 나를 관찰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신용이 없는 가벼운 사람이라고 낙인찍히지 않으려고 노력을 한다. 이때 사람들은 강한 의지력을 발휘하고 금연을 끝까지 실천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중에는 담배중독으로 금단현상이 매우 높아 고통을 감내하면서도 사람들에게 이미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통제하며 고통을 이겨 낸다. 반대로 혼자서 조용히 금연하겠다고 결심한 사람들은 금연을 대부분 실패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 누구와도 약속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언가를 지키지 않아도 실없는 사람으로 비난받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어떤 입장을 정해서 취하게 되면 그 결정에 대한 일관성이 심리적으로 작용해 자신의 감정이나 행동들을 이미 결정한 입장에 따라 정당화시키려고 한다. 마치 관성의 법칙처럼 과거의 결정에 일관되게 생각하려고 하고 거기에 맞추어 행동하려는 경향이 무의식중에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쇼핑을 하면서 여기저기 알아보고 선택하지만 한번 구매하기로 결정하고 나면 잘 선택했다고 스스로 위안하며 합리화하려고 하는 것도 이 원리 때문이다. 

대답 일관성의 원리를 마케팅에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개입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개입을 시키게 되면 자신의 이미지를 변화시키고 미래의 행동에도 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내부 신념과 가치관, 그리고 태도가 바뀔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제일 좋은 설득의 기술은 설득하는 과정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상대방이 스스로 약속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고 자기 스스로를 설득하도록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도 진정한 ‘설득의 기술’이라고 학자들은 조언한다. 

영광군민신문  news@ygweekly.com

<저작권자 © 영광군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