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하는 일 없이 밥이나 축내는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을 비하(卑下)해 밥주머니와 술 자루라고 놀림조로 말한다. 술이나 음식을 축내면서도 일을 하지 않는 사람에게 쓰기도 한다. 

후한시대 왕충이 지은 논형(論衡)에서 유래된 말이다. 이 시대에는 미신을 숭상하며 합리적인 자연주의자들이 많았다. 왕충도 역시 미신을 숭배했으며 후대 철학자들에게 비판정신을 심어 주었으며 도가(道家)사상의 출현에 도움을 준 인물이다. 정치를 하면서 세속을 풍자할 수 있는 능력을 소유한 사람과 그에 미치지 못한 사람을 분별하면서 무위도식(無爲徒食) 하는 사람을 이렇게 비판했다. 

“인간은 태어날 때 오상(五常)의 본성을 받게 되어 도를 좋아하고 학문을 즐기므로 다른 동물과 차별이 있는 것이다.  오늘날은 그렇지 않으니 배불리 먹고 통쾌하게 마시고 싶어 하며 조금만 생각이 깊어지면 잠을 자고 싶어 하고 ‘배는 밥자루가 되고 창자는 술 주머니’가 되니 이는 짐승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먹고 마실 줄만 알지 무슨 일은 할 줄 모르는 쓸모없는 사람을 꾸짖어 하는 말이다.  

그 뒤 700여년 후 당나라가 망하고 송(宋)나라가 건국되기 전 약 70년 동안 오대십육국(五代十六國) 이라 하여 무려 열여섯 나라가 세워졌다. 건국과 멸망을 거듭하며 매우 혼란한 시기를 거친다. 이렇게 혼란한 시기에도 운이 좋은 허주출신 마은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젊은 시절 목공일을 배워 학문에는 뜻이 없었던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혼란한 시기에 당나라 무안군 절도사 출신인 유건봉 휘하에 들어가 소규모 부대를 이끄는 작은 지휘관이 되었다. 지금으로 치면 위관(尉官)급 즉 소대장이나 중대장 정도 의 하급 장교에 불과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절도사 유건봉이 부하에게 살해당하는 일이 벌어지자 엉겁결에 마은이 여러 사람의 추대로 절도사가 된다. 세력은 나날이 커져갔으나 큰일이 발생하지 않아 별 탈 없이 유지해 나갔다. 시간이 흐르면서 주전충이 황제자리를 찬탈해 후량(後粱)을 세우고 절도사 마은을 초나라 왕으로 봉하며 지금의 후난성과 광시성의 넓은 지역을 다스리도록 했다. 

마은은 왕이 되었지만 정치는 뒷전이고 날마다 술판이나 벌이고 미녀들과 즐기는 것이 전부였다. 비록 함량미달의 왕이지만 아랫사람들이 받드니 이제는 사치까지 해가며 전형적인 나쁜 왕이 되어간 것이다. 이런 때에 자식들이라도 세상을 바로보고 정신 차려 잘 하면 될 텐데 보고 배운 것이 없으니 그 아버지의 그 아들이었다. 아들들 역시 하나같이 아버지 후광으로 권세를 누리면서도 정치에는 관심도 없었다. 부자간에 무능하기 짝이 없는 왕으로 향락만 알지 아무 쓸모가 없는 왕이었다. 그때 모든 사람들이 그를 일러 술 주머니와 밥자루 (時謂酒囊飯袋)라고 하며 손가락질 했다. 자기가 부족한 것을 알면 자기보다 잘 배우고 똑똑한 인물을 참모로 쓰면 얼마든지 왕 노릇 하는데 하자(瑕疵)가 없다. 역대 왕들을 보면 스스로 잘 알아서 정치를 한 왕도 있지만 잘 모르고도 정치를 잘 한사람들이 얼마든지 있다. 이들은 이 인자를 훌륭하게 둔 사람들이다. 

이 시대에도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국가로부터 녹봉은 받으면서도 밥이나 축내고 술이나 마시는 사람들은 없는지 모든 국민이 살펴야 할 것이다. 마시고 노는 데는 누구 못지않으면서도 하는 일 없이 국가 세금만 축내는 공무원이나 일반 회사에서도 존재감 없이 월급만 받아먹고 사는 사람은 없는 가 돌아 볼일이다. 바보는 밥만 축내는 밥보라는 멍청이에서 유래했으며, 이 세상에 술 잘 먹는다고 내기하며 자랑하는 사람치고 늘그막 에 위장 수술하지 않은 사람이 드물다. 음식은 적당히 먹는 것이 좋고 여기에서 말하는 ‘주낭반대’는 인간으로 살면서 어디서나 내 몫을 해가며 살아야함을 이야기 한다. 진정으로 오늘 하루를 살면서 내가 처한 곳에서 밥값을 했는지 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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