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하고 싶을 때 도서관에 가면 유리한 이유가 무엇일까? 책으로 가득한 공간, 정숙한 분위기, 학문에 몰두한 사람들 여러모로 공부하기에 좋은 환경을 조성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또한 어떤 의자는 앉아서 편안하게 쉬고 싶고 어떤 의자는 차분하게 앉아 독서하고 싶고 어떤 의자는 앉아서 친구와 수다 떨고 싶을 때가 있다. 의자의 디자인에 따라 하고 싶은 행위가 달라진다면 디자이너의 의도대로 행동하고 싶은 어포던스(Affordance)가 강한 의자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사물을 보고 그에 따라 욕구가 생겨나는 것을 ‘어포던스’ 라고 하며 다른 말로, 형태나 이미지가 행위를 유도하는 ‘행동 유도성’ 이라고 한다.

우리말로는 행동 유동성 또는 행위 지원성이라고 번역되지만 어포던스로 많이 쓰며 책에도 어포던스란 단어로 많이 나와 있다. 어포던스는 본래 어포드(afford)에서 파생 되었는데 이 말은 ‘~할 여유가 있다, ~하여도 된다, 산출하다’등의 뜻을 가지고 있으나 인간과 컴퓨터 상호작용, 인지 심리학, 환경 심리학, 인공 지능학 등에서 ‘서로 다른 개념을 연결 하는 것’이란 뜻으로 쓰인다. 

미국의 인지과학자 도널드 노먼(Donald Norman)은 《디자인과 인간 심리》에서 어포던스 개념을 인간과 컴퓨터 상호 분야의 관점에서 사용했다. 그렇지만 정확히 따져보면 노먼이 주장하는 어포던스 개념은 ‘지각(知覺) 어포던스’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 노먼은 “디자인은 눈에 보이는 조형이나 그래픽 요소를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라 어포던스 자체를 디자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먼이 고안한 어포던스 가운데 하나는 ‘기능 강제’ 방식이다. 일을 해서 내가 원하는 것을 얻고자하면 반드시 그 행위를 해야만 얻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요즘 셀프 주유소가 많은데 연료를 주입하고 주입구 뚜껑을 닫지 않고 그냥 간다거나, 복사를 끝내고 원본을 그냥 놔두고 가는 일이 가끔 있다. 

이런 경우를 심리학에서는 ‘완성 후 오류’라고 하는데 이런 오류를 막기 위한 것이 ‘기능 강제’다. 주입구 뚜껑을 닫지 않으면 외벽 커버가 닫히지 않도록 하거나 복사 원본을 제거하지 않으면 알람이 울리게 만들어 놓으면 이런 실수를 방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언어적 어포던스도 있다. 어떤 영화에서 학교에서 집단 따돌림과 학교폭력을 주도한 아이에게 교사가 ‘왜 친구를 괴롭혔냐?’고 물었다. 이때 주도적으로 괴롭히는 아이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애가 괴롭히게 생겼잖아요.”라며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이 시대에 도덕적으로 당연히 지탄받을 행동이다. 그러나 폭력을 주도한 이 학생의 말은 피해자에게는 괴롭힘을 당할만한 어떤 어포던스가 있다고 설명한 것이다. 

비언어적 어포던스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호적 공감능력이 필요하다. 상대방이 주관적 세계를 인지해 가치형성 과정과 작동 방식을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아버지가 화날 때마다 표정에 특징이 있다면 알아보고 그것을 학습해 반성하거나 행동을 멈춘다.  

UCLA 심리학 교수 앨버트 메라이언(Albert Mehrabian)은 인간이 상대에게 받은 이미지는 시각적 요소 55%, 청각적 요소 38%, 언어적 요소 7%라고 말한다. 누군가와 의사소통을 통해 행동이 유도되는 데는 비언어적 요소가 훨씬 더 차지한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언어가 아닌 비언어적 요소로 상대의 행동을 유발시킨다는 말이다. 얼굴 표정, 끄떡거림, 미소, 어깨 움직임, 특히 눈빛 등 다양한 비언어적 요소는 상대방에게 보여주는 기표(記標)들이다. 기표를 보내는 가장 큰 이유는 특정행동을 유발하려는 시도들이다. ‘나는 공감하고 준비가 되었으니 너의 마음을 이야기 하라’ 또는 ‘당신의 이야기는 지금 분위기와는 맞지 않으니 입을 닫는 것이 좋겠다.’는 정도로 다양한 행동을 유발한다.

어포던스는 자기계발에서도 많이 적용된다. 자기가 이루고자 하는 것을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주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지적(知的) 성장을 목표로 정하고 큰 책장을 구입했다. 비어있던 방에 덩그러니 책장만 하나 있는데 그에게 생각나는 것은 책장에 책을 가득 채우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책이 점점 많아져 어느 날 책장에 책이 가득차고 자연스럽게 독서환경이 조성되어 공부를 하게 된다. 

도서관에 공부하러 가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조용한 분위기, 계절에 따른 적당한 온도, 주위에 많은 책들, 책의 고유한 지식냄새, 책장 넘기는 소리, 도서관 특유의 긴장감과 아울러 학문에 몰두하는 사람들 이것이 도서관이 주는 긍정적 요인이다. 공부할 장소로는 도서관만한 곳이 최고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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