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가 매스컴을 통해 얻는 정보나 뉴스는 방송사나 신문사가 기자나 편집자 등 언론사 조직 내에서 결정권자가 보도해야할지 말아야할지 취사선택(取捨選擇)하는 과정을 ‘게이트키핑’ 이라고 한다. 

본래는 페이스북 최고 운영 책임자인 셰릴 샌드버그(Sheryl Sandberg)의 《린 인(Lean In)》에 나오는 말이다. 유통과정에서 취사선택해 걸러내는 과정을 말했었다. 포털사이트의 주요 기능은 뉴스 생산이 아니라 다른 언론사가 만든 뉴스를 선택해서 올리는 것인데 이런 선택과 관련된 것을 ‘게이트키핑’이라고 했다. 선택을 할 결정권자를 ‘게이트키퍼’라고 하는데 심리학자 쿠르트 레빈(Kurt Lewin)이 ‘회로이론’을 설명하면서 제시했다. 

레빈은 생산지를 출발해서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경로를 예로 들면서 식품이 유통 회로를 따라 움직일 때에 여러 번의 선택을 게이트키퍼를 통해 거처야 한다. 그 식품의 자체 원동력보다도 게이트키퍼의 선택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러한 현상은 식품뿐만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회로를 따라 흐르는 뉴스도 게이트키퍼의 선택을 받은 것들만 우리가 볼 수 있다는 말이다. 가정주부가 어떤 식품을 구입하느냐에 따라서 그 집의 식탁이 형성되고 식성을 변화시키거나 만들어 질수 있는 것처럼 언론인이 게이트키퍼로서 정보유통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에 1960년대부터 1990년대에 중앙지 편집국장 184명 중 77%가 이른바 모두가 선호하는 SKY출신이다. 2003년 기준으로 중앙지 6대 신문사 부장급 263명중 서울대출신이 39.9%로 105명, 고려대는 17.9%로 47명 연세대는 9.3%로 25명을 차지해 명문 세 학교 점유율이 67.3%에 이르렀다. 

요즘 들어서는 이른바 ‘8학군 기자’의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미 2003년 이후로 8학군 기자라고 부르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소위 서울 강남지역 8학군 즉, 배경 좋은 집에서 자라 SKY를 나온 기자들을 지칭하는 말로 이들은 자신들이 속한 기득권의 이익에 따라 대부분의 사건을 보고 취재하고 보도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갈수록 8학군의 기자들이 늘어나면서 사회를 객관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일이 사라지고 있다고 우려한다. 방송종사자들도 대동소이하다. 이들은 팀워크가 중요하므로 이미 굳어진 성향이 관성이 되어 잘 깨지지 않는다. 

특히 게이트키핑은 언론이 정보를 은폐하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보도만 행하게 만드는 아주 큰 이유다. 권언유착, 경언유착 등으로 언론이 부패하면 이 게이트키핑은 그 문제점을 더욱 드러내기 마련이다. 설사 언론이 나름대로 공정보도를 한다고 해도 본격적으로 몇 단계를 거치면서 게이트키핑으로 인해 객관적 의미의 보도는 사실상 어려워진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언론은 대체적으로 학벌경쟁을 긍정하거나 불가피하다는 보도는 보이지 않는 틀처럼 프레임을 고수하고 있다. 거기에 일부 유력언론사는 자신들이 직접 사교육 시장에 뛰어든 이해 당사자도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변화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의문이다. 

언론인 못지않게 게이트키핑이 교육계에도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나라 교육정책 담당자들도 이른바 행정고시를 거친 명문대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런 상황 속에서 기존 학벌주의를 고수하는 방향의 교육정책에 입안하고 집행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뜻이다. 물론 학벌주의의 책임을 게이트키퍼들에게 물을 수는 없지만 변화의 가능성 자체가 이들이 아니면 일어나기 힘들다는 것도 사실이다.  

요즘 들어서는 게이트키퍼의 역할이 축소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른 오락 미디어들이 정치의 오락적 가치에 탐을 내면서 정치를 선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앞으로 뉴스의 게이트키핑을 점차 역할이 약해지며 장기적으로 보면 해체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시장변화가 바람을 몰고 온다. 이미 1999년 화이트와 라만은 “월드와이드웹은 매스미디어의 게이트키핑 기능 없이도 조직과 대중 간에 관리된 소통이 가능하게 된 첫 번째 홍보 매스미디어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제는 게이트키핑의 분석이 더욱 용이해지고 전문적인 이용자까지 가세하면서 뉴스유통 경로를 감시하는 눈이 많아지고 기존의 게이트키퍼로 활동하던 사람들의 역할이 분산되는 것은 물론이고 그 위력 또한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이트키핑 시대에는 일부 정보를 단절시키고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줬다. 과거에는 뉴스를 보려면 언론사 사이트를 찾아가야 했고 문 안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든지 이용자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제는 포털이 뉴스를 취사선택할 수는 있지만 공정성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는데 거기에서 나온 것이 뉴스캐스트(뉴스를 한곳에 모음)와 뉴스스탠드(주요 언론사 뉴스 모음)였다. 글자 그대로 게이트쉐어링(정보공유와 소통의 시대를 열 새로운 패러다임) 관문을 고유하는 방식이다. 물론 이것도 장단점은 아우르고 있다. 

인터넷이 기존의 게이트키핑의 개념을 변화의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지만 선점한 게이트키핑의 개념은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미디어의 게이트키핑은 자연스럽게 의제설정으로 이어지므로 의제설정은 게이트키핑의 결과인 것이다.   

영광군민신문  news@ygweekly.com

<저작권자 © 영광군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