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무슨일로 그리합니까/ 나홀로 개여울에 주저 앉아서/ 파릇한 풀 포기가 돋아 나오고/ 잔물은 봄바람에 헤적일 때에/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시던/ 그러한 약속이 있었겠지요.
날마다 개여울에 나와 앉아서/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심은/ 굳이 잊지 말라는 부탁인지요

1922년 스물살 청년이던 김소월이 쓴 사랑과이별, 그리움과 기다림의 시 ‘개여울’. 50년이 지난 1972년 가수 정미조의 애틋하고 호소력 있는 노래에 실려 우리 모두의 가슴을  파고 들었다. 그리고 또다시 50년이 지난 2022년 가수 아이유가 청아한 음색으로 노래한다.

어느 봄날 바람에 잔물결이 이는 개여울에서 작별한 님, ‘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합니까?’오지 않는 님을 고운 말로 원망하는 첫 구절이 몹시 아프다.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시던 그런 약속’이게 문제다. 

가수는 노래 가사를 자신의 정서로 소화해 목청으로 실어낸다. 같은 노래라도 부르는 가수에 따라 느낌이 많이 다르다.

한편 아이유의 청아한 목소리에 실린 이 노래는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심은 굳이 잊지 말라는 부탁인지요’에 방점이 실려 담담하고 쿨하게 느껴진다. 다시 돌아온다는 약속이 아니라 끝내 잊지 말라는 부탁으로 해석한 것이다. 안 돌아온다는 것이지만 자기를 기억해 달라는 애원한다. 잊지 못할 즐거웠던 추억을 안고 잘 살아 달라는 부탁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누구를 잊고 안 잊고는, 또 무엇을 잊고 안 잊고는 자신의 의지대로만 되는 게 아니다. 잊어 달라고 해서 잊고, 잊지 말란다고 안 잊을까? 인간사 모두가 결코 그런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번 흘러간 물은 다시 돌아올 수 없다. 봄은 어김없이 왔다 가지만 님이 떠나간 그 봄이 다시 오는 건 아니고 새로운 봄이 오는 것이다. 그러니 날마다 개여울에 나와 하염없이 생각하는 그 무엇은 결코 님의 귀환이 아니다. 우주 만물은 쉴 새  없이 변한다는 진리를 터득해 자유로워지는 것이기에 소월은 ‘개여울’을 쓴 다음해 ‘못잊어’에서 그 답을 하고 있다.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데로 한 세상 지내시구려
사노라면 잊힐 날 있으오리다” 라고.

서른 살도 못돼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젊은 시인 김소월의 죽음을 애도하며 진심으로 그의 명복을 빌고 또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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