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 영광여성의전화 활동가

최근 해시태그(#) 이슈로 떠오른 ‘탈코르셋’ 운동은 중세시대부터 여성들이 잘록한 허리선을 만들기 위해 착용한 ‘코르셋’ 과 같은 사회가 원하는 ‘예쁜 모습’을 거부하는 것으로, 짙은 화장이나 긴 생머리 그리고 다이어트 같은 것들을 거부하고 가지고 있던 화장품을 없애고 머리카락을 잘라 SNS에 인증 샷을 올리며 시작된 운동을 말한다.

한 일간지에 따르면 탈코르셋 운동은 미국에서 1960년대부터 있었고 그 근원지는 1968년 9월 미국 애틀랜틱시티에서 미스 아메리카대회가 열렸을 때 대회장 밖에서 이 대회를 반대하는 200여명의 여성이 Freedom Trash Can(자유의 쓰레기통)이라는 이름의 쓰레기통에 속옷과 치마, 가짜 속눈썹 등을 버리는 퍼포먼스를 선보인데서 시작됐다고 한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탈코르셋은 1970년대 초 미국 여성해방운동의 주요 의제였으며 현재 우리나라 젊은 여성들이 주도하고 있는 #탈코르셋도 이 운동과 맥이 닿아있다”고 분석하였다.

그렇다면 도대체 ‘코르셋’이란 무엇일까?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코르셋이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사회에서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움직이는 ‘억압’과 ‘조임’ 같은 것이다.

잘록한 허리와 풍성한 치맛자락.

숨을 쉴 수도 음식을 먹을 수조차 없게 조여 댔던 ‘코르셋’

혼자 입을 수도 벗을 수 도 없었던 코르셋은 그렇게 여성들을 억압 하는 굴레가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코르셋만 벗어 던진다고 억압당하던 여성들이 자유로워질까.

대한민국에서 여성은 남성과 동등한 인간의 모습이기보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몸’이 된다.

즐거움의 대상이 되거나, 국가를 위한 생산의 대상이거나 필요하면 평가 당하고 통제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지난 선거에서 김문수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는 도시개발 공약에 관한 질문에 이런 소신을 밝힌 바 있다. “어떤 아름다운 여성이 전혀 화장도 안 하고 씻지도 않고 산다? 그거 안 되잖아요. 매일 씻고 다듬고 또 피트니스도 하고 이래가지고 자기를 다듬어줘야 돼요. 도시도 똑 같거든요.” 도시개발 공약을 하는 자리에서 여성을 빗대 이야기 하는 이 상황은 도대체 무엇일까?

대중매체 광고는 연일 여성의 몸을 상품화하고 좀 더 자극적이고 시선을 끌어당기는 일에 여성의 몸을 거침없이 활용한다. 거리 곳곳에서, 휴가지에서 심지어 화장실에서 조차 여성의 몸은 자유로울 수 없다. 그 누군가의 도촬로부터 여성은 늘 긴장상태여야 한다.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때, 많은 사람들이 그 사람의 첫인상(외모)만으로 그가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려 하는 경향이 늘어가고 있다. 대중매체에서 비춰지는 이미지 역시 그렇다.

언젠가 한 초등학교에서 폭력예방 교육을 할 때 아이들에게 가해자처럼 보이는 사람을 선택해보라고 한 적 이 있었다. 거의 모든 아이들은 잘생기고 예쁘고 젊은 사람에게는 표를 주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외모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 짓는 편견의 잣대도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범죄자의 얼굴은 너무나 평범한 우리와 같은 모습 인 것을..

결국 우리에게 외모는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거나 나쁜 사람이 될 수도 있는 평가 기준이 돼버린 것이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지금 ‘성형의 나라’, ‘다이어트 나라’의 늪에 빠져있다.

요즘은 초등학교 3학년만 돼도 다이어트를 하거나 외모에 신경 쓰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비단 여자아이들 뿐 만아니라 남자아이들도 외모가 자신의 취향이 아니면 왕따의 대상이 되기까지 한다. 이렇게 전국이 들썩거리게 외모만 신경 쓰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TV를 켜면 나오는 너무 날씬하고 예쁜 연예인, 잘생기고 멋진 남자 배우, 그들의 화려한 듯 보이는 삶, 10대들은 매 순간 그들의 화려함과 아름다움에 넋을 놓고 그들의 삶을 동경하고 숭배한다. 지나친 논리라 생각할지 모르나 이런 자신들과는 동떨어진 삶을 사는 너무나 멋져 보이는 그들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 그들처럼 살고 싶지 않을까. 그래서 그들은 그들의 잘생긴 외모에 빠져 헤어 나올 수 없는 것이다. 그들의 삶이 오로지 외모에서만 비롯된 것이라 여기며 외모지상주의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이다. 그들과 비교하니 자신은 한없이 못나 보이고 뚱뚱해 보이고 보잘 것 없어 보이고.. 그래서 10대 아이들은 늘 다이어트 중이다.

다시 탈코르셋 운동으로 가보자.

모두가 평등하고 함께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꿈꾸는 페미니스트들은 그런 외모지상주의의 늪에 빠져 정작 자신의 멋진 모습을 잃어가는 사람들에게 이야기 한다. 자신도 모르게 억눌려 사는 ‘코르셋 인생’에서 이제 그만 빠져 나와야 한다고. 여성으로서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이끄는 주체로 좀 더 힘차게 살자고. 나아가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자고.

혹자는 이런 여성들의 행동이 지나치다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지나침’은 그 누군가가 정해놓은 틀 속에 갇혀 억압받는 인생에서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외침의 다양한 표현 방식일 뿐이다. 거리로 나와 시위를 하고 상의를 벗고 머리를 자르고 화장을 지우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여성의 몸을 관리의 대상’으로 바라보지 말고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지 말라’는 외침...

“나는 오롯이 ‘나’이며 나 이외의 누구도 나를 소유할 수 없다.”

이제 그들의 외침에 귀 기울여 보자.

김원 영광여성의전화 활동가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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