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무산 행복숲 어린이 물놀이장 르포] “공원 밖 황폐한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다.

상상력을 키워줄 조각 등 설치물로 채워졌으면….

황토길 조성이나 꽃마차 운행을”

일요일인 지난달 27 오전 11시경. 핸드폰에 뜬 영광 현재기온은 33도다. 폭염경보도 떠 있다. 폭염경보가 시작된 날이 언제부터인가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오후 2시쯤이면 36도가 넘을 것 같다.

며칠 전 가본 물무산 명품숲 어린이 물놀이장을 다시 찾았다. 그날 물놀이장은 사람 그림자도 없었다. 다시 찾은 물놀이장은 말 그대로 ‘만원 사례’다. 다행이다 싶었다. 나무랄 데 없는 ‘명품’ 물놀이장을 찾는 어린이가 없다면 얼마나 슬픈 일인가. 욕심 같으면 숲 체험장 부근에 어린이 야영장이나 어린이 수련원 시설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 절하다.

어린이들의 즐거운 웃음소리 가득한 물무산은 ‘천국’이었다. 좋다! 그런데 물놀이장 부근 빈터에 차들이 가득하다. ‘명품’의 흠이다. 영광군은 분명 도동리 생활체육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올라가라고 안내 했다. 물놀이장 입구에는 ‘차량을 통제하니 협조해달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교촌리에서 연결되는 작은 도로를 통해 많은 차들이 올라간 것이다. 조심하지 않으면 위험한 길이다,

햇볕을 가리기 위해 얼굴을 가린 안내원에게 물었다. 차가 올라오면 안 되는 곳이 아니냐고. 그렇다고 답한다. 그러면서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오려면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 덧붙인다.‘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외교가에서 많이 쓰는 말이 떠올려진다.

며칠 전 걸어서 올라가면서 걱정했다. “햇볕 내리쬐는 이 콘크리트 포장 길을 어린이들에게 걸어오라고?” “나도 짜증이 나고 고통스러운데?” 우려는 현실이 됐다. 사람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깨끗한 시설. 물이 맑다. 손을 담가보니 시원함이 느껴졌다. 기가 막히게 좋은 시설이다. 그런데 이 더위에 왜 아무도 없을까 궁금했다.

궁금증은 다시 가본 27일 풀어졌다. 안내원이 말한 “어린이들이 걸어 올라올 수 없어서”다. 생활체육공원 주차장 안내판은 물놀이장 까지 500m라고 알려준다. 경사가 심하지는 않지만 어린이나 노약자에겐 쉽지 않은 길이다. 햇볕 내리쬐는 하얀 콘크리트 포장 길이 눈부시다. 짜증을 유발한다.

공원 경계 안쪽은 잘 다듬어져 있다. 밖은 콘크리트 길 보다 더 마음을 상하게 한다. 산도, 밭도 아닌 황무지다. 토사가 드러나고 잡초만 보기 싫게 솟아있다. 어린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추한 영광’이다.

“공원 밖 황폐한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다.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키워줄 조각 등 설치물로 채워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차를 끌고 오지 않아도 될 황토길 조성이나 꽃마차 등을 운행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물놀이장에서 만난 한 엄마의 말에 공감한다.

[물무산 어린이 물놀이장 화보] 어린이가 갈 수 있는 아름답고 편한 길을 만들어주세요

위험한 찻길 올라 불법주차라니…민망한 ‘명품’의 속살

▲어린이 안전을 위해 차량 진입을 금지한다는 현수막 위쪽이 차량들로 가득하다.

▲도동리 생활체육공원에서 오르는 하얀 콘크리트길이 눈부시다. 보기만 해도 덥다. 길옆 사유지의 모습은 너무 황량하다. 어린이들에게 걸으라고 하기엔 많이 미안할 것 같다.

▲물놀이장 아래 계곡의 쓰레기

▲차로 가는 유일한 통로인 교촌리에서 오르는 길. 좁다. 가드레일도 없다. 사고 위험은 없을까?

▲주차 명당? 미처 주차 공간을 찾지 못한 차가 숲으로 들어가는 작은 길목을 막고 있다.

유창수 기자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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