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빛나 영광 여성의 전화 대표

몇 일전, 물을 사기 위해 한 편의점에 들리게 되었다.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가려고 하는데 문 앞에 커다랗게 붙어있는 제품 광고 포스터가 눈에 띄었다. 광고 포스터는 안주류를 홍보하는 것으로 ‘안주니까 먹고싶지’라는 광고카피를 내세우고 있었다.

분명 안주를 홍보하는 포스터인데 안주에 대한 생각보다 성적인 의미가 더 떠오르는 것은 나의 불순한 뇌 구조의 문제인 것일까? 아니면 혹시 모를 기획자의 의도대로 섹슈얼 마케팅 (성을 연상케하는 자극적인 마케팅)에 나의 생각이 기막히게 잘 먹혀들어간 것일까?

이 포스터를 보고 있자니 제품 홍보를 위해 재미요소를 넣었다고 했지만 보는 소비자들에게 재미가 아닌 되려 불쾌감과 반감을 샀던 몇몇의 기업 광고가 떠올랐다.

신규 광고 영상을 TV와 공식 페이스북, 유튜브, 온라인 광고 등으로 공개했지만 선정성 논란으로 하루만에 삭제하고 사과한 치킨 프랜차이즈 ㄱ치킨. 논란이 된 영상은 교복을 입은 여자배우와 40대로 추정되는 남자배우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철봉에 매달려 힘에 부친 듯 ‘달달’ 떠는 소녀와 그 아래에서 소녀의 다리를 끌어안은 채 ‘달달’거리고 있는 남성의 모습, 말뚝박기 놀이에서 여고생이 엎드리자 뒤에서 남성이 달려와 여고생의 등에 올라타는데 위 광고 캡쳐화면처럼 여고생이 매우 힘들어하며 ‘달달’떠는 모습 등이 담겼고 이러한 영상들이 불편하다는 여론이 급속도로 확산되었다.

논란이 일자 ㄱ치킨 관계자는 “이번 새 광고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달달거리는 상황을 재밌게 연출한 것이 특징이며, 소비자가 차별화된 색다른 달콤함을 즐기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기획했다”고 설명했으나 네티즌들은 “저런 광고가 전파를 타기까지 내부에서 아무도 지적을 하지 않았다는 게 놀랍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며 불쾌감을 드러냈고 결국 광고 론칭 하루만에 급히 삭제되었다. ㄷ농기계 제조업체 역시 선정성 논란과 성적 대상화 광고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타이트한 원피스와 핫팬츠 등을 입고 선정적인 자세를 취한 여성 모델을 기용한 뒤 “오빠~ 실린더와 연결링크가 대물이어야 뒤로도 작업을 잘해요” 등의 광고 카피를 내세우고, 유압구에 끼우는 잭(Jack)엔 '콘돔잭‘이란 이름을 붙이는 등 이러한 선정적 광고를 만든 것이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더욱이 광고가 언론에 게재될 때까지 제작자도, 광고주도, 언론사도 그 누구도 문제 제기한 사람이 없었다는 사실에 우리 사회에 만연된 성 상품화의 현실과 폭력에 대한 낮은 민감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듯 해 씁쓸했다.

결국 ㄷ농기계 제조업체는 신문에 사과문 게재와 함께 모든 지면 광고 중단, 기존에 배포된 2만여 장의 홍보물 수거 및 폐기, 전 직원 대상의 성 평등 교육 강화, 광고 외부 사전 검수 등을 약속했다. 비단 위 사례들뿐만 아니라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인터넷 광고와 TV 광고를 들여다보면 선정적 광고와 성 상품화 광고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한국인터넷광고재단이 녹색소비자연대에 의뢰해 청소년 200명,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선정성 인터넷 광고에 대한 인식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91%가 선정적 광고에 쉽게 접근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포털 및 SNS, 인터넷 신문 155개의 선정성 광고와 관련해 수집된 302건 중 신체 노출 및 자극이미지 51.9%, 성적 언어와 성적 묘사 17.5%, 성행위 묘사 11.2% 등으로 분석되었다. 성인 응답자들의 경우 83.4%가 선정성 인터넷 광고가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답하였고, 91.2%는 선정성 인터넷 광고 수준이 심각하다고 보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고 규제와 관련해 강제조항이나 법적조치가 없어 실질적인 개선의 효과가 미미한 상황에 놓여있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광고로 소비자를 끌어모으려는 상술은 이미 표현의 자유라는 측면을 떠나 도를 넘어섰다.

성인 뿐만 아니라 어린이, 청소년들에게까지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선정성 광고에 대한 실효성 있는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며, 광고주와 광고대행사, 매체사 등 사업자의 자율규제 강화 유도, 범정부 차원의 종합대책 마련과 함께 돈의 가치가 중심이 아닌 사람의 가치를 중심으로 놓으며,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는 각 개인들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할 때이다.

박빛나 영광 여성의 전화 대표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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